큰 괴로움의 시간은 심오한 영적 통찰과 개방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삶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때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던 모든 믿음이 의지처에서 떨어져 나간다. 삶을 사는 방식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폭풍 치는 바다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 폭풍이 잦아들면, 우리는 삶을 새롭고 놀랍도록 분명하게 보기 시작한다.
-타라 블랙, 임상심리학자
인간은 가지지 못한 걸 언제나 갈망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없었던 나에겐 항상 어떤 무언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지 않은, 깨진 양동이에 물을 부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갈망은 온전한 나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일만 해도 들려오던 정치, 동료 간의 이간질, 헛소문 등은 내가 개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무의식 적으로 내 마음속에 쌓였었다. 어느 순간엔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귀에 들려오는 말소리는 모두 소음처럼 느껴졌고, 꼭 내 안의 화가 마음이라는 공간 속에 갇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 자유를 위한 4가지
심리학에서는 내적 세계가 외부 세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수용하고 대처하는 것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자유’는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인데, 크게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 영적 건강의 4가지로 나뉜다.
5년 전 멕시코에서 Mindfulness(마인드풀니스) 센터에서 배운 내용으로, 인생에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항상 써먹는 나만의 치트키이다. 처음에는 각 4가지의 영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개인적인 연습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육체적 건강: 운동, 충분한 숙면, 나를 위한 요리 등 신체 건강을 위한 활동
정신적 건강(사고패턴) : 책 읽기, 음악 듣기, 글쓰기 등 지적인 영역의 계발
사회적 건강(외부와 상호작용) : 네트워킹 모임 참여하기, 친구와 만나기 등 사회적 유대 관계를 통한 활동
영적 건강(인간보다 더 위대한 존재에 대한 연결) : 명상, 등산, 바다 수영 등 자연과의 유대를 통한 활동
부산의 본가에선 4가지 모두를 이룰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퇴사 다음 날 바로 서울역으로 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부산에서 2주간 지내면서 나는 아래의 활동들을 반복적으로 했다.
육체적 건강: 가족들과 맛있는 요리 먹기
정신적 건강: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음악 듣기, 떠오르는 영감 기록하기
사회적 건강: 오랜 친구들 만나기
영적 건강: 석양이 질 때 집 앞 조깅 트랙을 따라서 40분 정도 걷기
본가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참 놀랍게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긍정의 에너지가 조금씩 마음의 화를 꺼내려 갔다. 이곳에서는 내 안의 불안과 갈망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수 있었다.
무계획이 계획이던 퇴사자는 부산에 머물며 4가지 영역을 모두 실천함으로써,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돈, 일, 그리고 사회적 인정이 아닌, 내 안의 평화와 만족이었다.
나는 이 자유로운 시간을 통해 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영영 잃어버린 것 같았던 내 안의 참된 행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류의 발전이 ‘갈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결핍이 우리를 더 몰입하게 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이 동력이 되어 새로운 발전을 이끄는.
나는 자유를 다시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