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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ul 30. 2022

캐나다 일기

캐나다 친구와 슬립오버하기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덧 7월이 거의 다 가고, 이제 여름방학은 딱 한달하고도 일주일정도가 남았다. 다음주는 방학이라 사실 어제를 기점으로 비로소 21-22년의 모든 공식적인 레슨이 끝나고, 오늘부터 나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부터 늘, 애셋 워킹맘이었던지라, 방학은 또다른 근무의 시작이다. 다만, 주체가 학원아이들이 아니라 우리집 아이들로 바뀐다. 모든 일정이 아이들이 평소에 해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것들 위주로 이루어진다. 보통 사소한 것들, 영화보러가기, 쇼핑하러 가기, 저녁에 산책하기, 바빠서 못해줬던 메뉴들 해주기. 그리고 보통이라면 여름에는 늘 소소하게 여행을 가고는 했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사정이 있어 패스를 했다.



그 중 하나인, 슬립오버. 한국말로는 파자마 파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보통 슬립오버라는 말을 쓴다.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것 중에 참 어려운 게, 한국에서 분명히 영어로 말했던 단어들이 캐나다에서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쓴다는 것이다. 파자마 파티 같은 것도 그중 하나다. 소파도 카우치라고 하고.. 아..생각하니까 머리아프네.



어제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등장한 바있는, 내가 해준 음식을 사랑하는 둘째딸의 친구, Alana를 초대해서 슬립오버를 했다. 보통 슬립오버를 하면, 사실 놀고 함께 자고 하는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제일 미안한 부분이 먹는 것이다. 케네디언 아이들을 초대해 놓고 한식을 차릴 수도 없고, 또 나와 남편은 그 아이가 있는 만큼 밥을 못 먹으니 너무 힘들고..ㅋㅋ 그런데 이 아이는 평소 내 음식을 너무 사랑해 주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초대했다.



첫날 저녁 메뉴는 간단하게, 볶음밥이었다. 얼마나 쉬운지. 맛있다고 두 그릇이나 비웠다! 다행이네. 볶음밥은 이미 내가 도시락도 한번 싸준적이 있을만큼 익숙한(?) 음식이 되어버려서 친구가 잘 먹어준거 같다. 어깨뽕이 살짝 올라갔다.







그 다음 날 아침 메뉴는 뭐로 할까 또 고민이 된다. 지난번 둘째의 다른 케네디언 친구가 왔을 때 배려해준다고 손 많이 가는 샌드위치를 해줬더니 하나도 안 먹어서 시리얼이랑 바나나 내줘야 했던 기억이 난다. 샌드위치는 뭔가 여기 정서상 아침메뉴로는 아닌갑다. 패스. 그 뒤로 그 친구의 집으로 슬립오버를 다녀온 둘째에게 살짝 물어보니, 팬케익에 베이컨을 먹었다고 하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 팬케익을 하면 되겠다. 근데.. 베이컨이 없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저녁 8시.. 보통 절.대. 장보러 나가는 시간이 아닌데. 휙. 나왔다. 베이컨 하나로 시작한 쇼핑은 일주일치 먹거리에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까지 싸그리 사느라 대량 쇼핑으로, 늘 그렇듯. 심지어 평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사오게 된 대형 구매로 이어짐.



아침에 평소에는 아이들보다 내가 늦게 일어나면 아이들이 알아서 빵도 구워먹고, 과일도 씻어먹고, 우유도 따라마시고 테이블 삭 정리해 두는데, 오늘은 알람까지 해두고 아침부터 팬케익을 구웠다. 어제 볶음밥에 계란 먹으면서 ,"I like scrambled egg", 라고 했던 Alana 말이 떠올라서 에그스크램블도 하고, 베이컨도 굽고, 어제 사온 블루베리에 포도, 사과에 사과주스까지. 진수성찬 차려냈다.



Uh, oh, it's not normal.



평소와 다르다며 둘째가 나를 놀린다. 아침도 너무 잘 먹고, 삭삭 비워낸 친구녀석. 먹자마자 점심메뉴 뭐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뭘 먹고 싶니, 삼각김밥? 아니면 스파게티? 했더니 평소에 내 스파게티를 그렇게도 좋아했단다. 못 말린다. 그래서 점심때는 새우 좀 넣고 스파게티를 해서 온 가족이 맛나게 먹었다. 친구도 당연히 너무 잘 먹고. 너무 정신없이 바쁘고 차리고 치우는 과정도 너저분해서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케네디언 아이가 내 스파게티가 제일 맛있다면서..난 진짜 소스만 넣고 끝인 정말 간단한 스파게티를 하는데.. 별거 아닌 요리에 맛있다고 먹어주고, 진짜 삭삭 그릇까지 비워주니, 얼마나 이쁘던지.



모든 요리를 잘 먹고, 오후 늦게까지 실컷 놀다가 집에 갔다.



친구가 왔다고 해서 이쁘게 플레이팅도 하고 정성들여 차려주다보니 평소에 우리아이들에게 그렇게 안해준 순간들이 떠올라 미안해졌다. 애셋 워킹맘에서 애셋맘만 되었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요리조리 이쁘게 정성껏 매 끼니 이렇게 차려줄 텐데. 애셋에 워킹맘까지 되니 평소에는 대충대충 빨리빨리가 입에 붙어있고, 식사시간에도 정신이 없다. 평소에 내 모습과 너무 달라서 나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겠지. 방학이 되어보면, 일을 안해도 아이들 셋과 함께 하는 일상에 빈틈이 없는데, 어떻게 이 사이에 일도 했을까 싶다.



이러다가도 방학 끝무렵쯤이 되면, 아 이제 진짜 일상이 그립다. 그만 붙어있자! 각자 생활로 돌아가자! 싶은 거다.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정말 삶의 질도 많이 높아졌고, 많은 부분 자유가 생겼다. 그것만도 나는 지금 너무 대만족!! 젖먹이 없는게 어디냐며!! 기저귀도 안 사도 되고! 낮잠도 안 재우고, 샤워도 안 시킨다. 아이낳기 전에는 결단코 몰랐던 육아헬의 험난한 시간을 잘 거쳐왔으니 이제 남은 40대는 점점,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다!



급반성모드에서 급긍정모드로 급하게 일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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