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Oct 02. 2022

영어 울렁증이 있으신가요?

- 중일이는 문법을 싫어해요

to 부정사



자기가 영어 울렁증이 있다면서 엄살을 떠는 중일이와 문법 수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to 부정사에 대해서 들어봤어?"

- 당연하죠.

"뭔데? 설명 좀 해볼래?"

- 그거 Nice to meet you. 에서 나오는 to meet 이 'to 부정사'잖아요?

"그렇지! 'to + 동사 원형'의 형태야."(원형 부정사, 대부 정사 등도 있지만 그런 건 아예 말도 꺼내지 말자.)

- 아, 저는 '무슨 사', '무슨 사' 그런 게 너무 싫어요.

중일이가 그 특유의 흰 눈동자를 잔뜩 내보이며 씰룩대기 시작한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잘 들어봐. 여기 있는 play, read, see 공통적인 품사가 뭐야?"

- 당연히 동사죠, 그런 건 기본적으로 알아요. 이 엉아를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놀다, 읽다, 보다 처럼  '~ 다',  이런 것은 다 행동을 묘사하니 동사죠.

"그렇지. 동사는 원래 문장의 동사 자리에만 갈 수 있어.

- 당근이죠.  

"근데 말이야. 동사가 명사, 형용사, 부사의 자리에 앉아 보고 싶었어. 그래서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마에 'to'라는 패치를 붙였어. 그건 마법의 패치야. 그것을 부착하는 순간부터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가 앉는 자리에 갈 수 있어."


중일이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 아하, 좀 이해가 돼요.

라고 말한다.

"to 부정사가 뭔지 알겠지?  동사였던 것이 to 부정사가 되면서 활용의 폭이 넓어지는 거야."

- 헤헷, 'to 부정사'는 출세했네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명사처럼 쓰인 to 부정사를 일컬어서,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이라고 말한단다."


중일이는 금방  슬슬 딴 데 관심을 두려고 한다. 

"야, 야, 잘 들어봐, 세상에 이런 설명 없어. 선생님이 생각해도 이 설명은 참 신통방통한 것 같아."

- 그러면 저작권 거세요.

중일이는 저작권이란 것도 아는 모양이다.


관계대명사
[출처: 나무 위키]


"중일아, 오늘은 좀 더 어려운 문법이야. 관계대명사라는 건데."

- 아이고 머리야

시작하자마자 중일이는 머리를 감싸는 시늉을 한다. 중일이가 저런 시늉을 하긴 해도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설명을 해주면 곧잘 이해한다. 그것이 중일이의 매력이다.


"아, 어떻게 설명을 할까? 관계대명사는 1인 2역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관계시켜주는 접속사의 역할과 대명사의 기능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거야." 

- 계속해보세요.

'어? 중일이가 계속하라고 한다. 관계대명사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살살 다가가야 한다.'


"두 문장에 똑같은 대상이 있는데 한 문장으로 합칠 경우가 있겠지. 그때 한 대상은 약화시켜야겠지? 뒤에 나오는 대상은 대명사를 쓰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생략할 수 있단다. 생략된 그 자리에 뭔가는 놔둬야 되겠지?  그게 바로!~ 관계대명사라는 거야."

- 솔까말, 관계대명사가 뭔지는 알겠어요.

"그래? 근데 말이야. 그건 시작에 불과해. 그 관계대명사가 주어로 쓰이면 주격 관계대명사라고 한단다. 소유격, 목적격 관계대명사라는 것도 있는데 차차 배우기로 하고...."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면 안 될까요?

"관계부사라는 것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건 뭘 것 같아?"

- 이 엉아는 척하면 삼척이에요.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부사의 역할도 하잖아요. 원래 두 문장이었는데 아마도 부사 부분이 공통되었을 것 같아요.

"맞아, 중일이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은 안다는 그 영어 영재?  중일이 짱이야. 굿잡!"

중일이에게 엄지척을 해주니 씽긋 웃는다.

가주어 it


"헤이, 중일이, 여기 좀 봐줄래?"

- 또 제가 싫어하는 문법인가 보죠? 저 영어 울렁증 있는 거 아시잖아요? 

'눈치 한 번 빠르다.'

문법 수업이 있는 날은 교실 문을 열 때부터 사뭇 긴장된다.


[출처: 나무 위키]


"저 위에 있는 문장(To go to bed early is what I should do.)에서 주어가 뭐라고 생각해?"

- 아 그거야 당연히 'I(나)'죠.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것 아니에요?

"과연 그럴까? 저 문장에서 주절의 주어는 그게 아닌데? 그렇다면 저 문장에서 동사가 뭐야?

- 동사가 2개 있네요. be동사 'is'와 'should go'가 동사잖아요?

"그렇지, 중일이는 참 영어를 잘한단 말이야. 근데 저 문장에서 주된 동사는 'is'야. 그렇다면 그 동사 is의 주어가 뭐냐고?"


갑자기 중일이가 갸우뚱거린다.

- early가 주어일 턱은 없는데?

"그렇지? 사실 저 문장의 주어는 'To go to bed early'란다.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런 게 여기 있지. 이렇게 to 부정사로 시작하는 주어가 보기 싫게 너덜하고 길면 가위로 싹 '오려서' 문장 맨 뒤에다 '붙일 수'있어. 우리가 한글 작업할 때, '오려두기', '붙여 넣기'라는 것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돼."

- 그러면 문장이 망가져버리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그 오려낸 곳에 상처가 생겼다 생각하고 연고라도 발라 줘야 되지 않을까? 연고처럼 쓰인 it을 가짜 주어, 즉 '가주어 it'이라고 해. 원래 주어 자리에 있었던 to go to bed early가 비록 뒷방을 차지하고 있지만 진짜 그 문장의 원래 주인장이야. 그래서 '진주어'라고 해.

- 알겠어요, 이해했어요.

중일이 눈빛을 보니 '가주어 it'을 이해한 것 같다. 에휴~


비인칭 주어 it / 대명사 it

"중일아, 오늘은 딱 한 가지만 더 하면 끝이야."

- 아이고 어머니~

중일이는 창을 하듯 큰 소리를 내지른다.

"(1)번과 (2)번을 구별할 수 있으면 여기서 수업 끝낼게."

- 음, 음, 으음.

잔뜩 지겨운 중일이가 한 방에 수업을 끝내고 싶은 모양이다.


- 저, 알겠어요. (1)번은 아무 뜻도 없어요. 날씨나 시간 같은데 그냥 투명인간처럼 쓰이는 거예요. 근데 자리는 턱 하니 주어 자리를 차지했고요.

"어 맞아, 그래서?"

- 주어는 주어인데 날씨의 주어?

"와, 잘했는데, 그럴 때의 it을 '비인칭 주어 it'이라고 해."

- (2)번은 앞에 나온 'A chullo' 저거를 말하는 거잖아요.

"맞아, 그러면 그 it을 좀 더 뽀대 나게 불러 볼래?"

- 그건 뭐더라? 뭐더라?

"저건은 '대명사 it'이야.

- 그래도 오늘 저, 참 잘하죠?

"응 진짜 잘하는데?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해도 충분해.


좌충우돌, 중일이와 지내는 시간은 여기에서 커튼을 내립니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FIN]

[메인 사진: 픽사 베이]

이전 12화 인천 유나이티드 미들스타리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