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1.(월), 학교는 최고로 바쁜 한 주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월요일이었다. 그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하랴?
사실 1월, 2월이 방학이었기 때문에 쉬는 연습이 되어 있긴 했다. 그래도 방학 때 맞이하던 월요일과는 달랐다. 바야흐로 쉼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전업 주부가 되었다.
교사에게 3월은 가장 긴장되는 달이다. 새 얼굴, 새 업무에 허둥지둥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의 일이란 일을 다하는 느낌이었다. 3월에는 교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이란 생각이 들곤 했었다. 숨 쉴틈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콩을 볶듯 했다. 3월은 그랬다.
지난 3월 1일부터 4박 6일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진정한 쉼은 이번 월요일(3.11.)부터였다. 그날이 바로 내게는 전업 주부 1일 차였다. 그동안 재래시장의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샀다. 이제는 그 일을 접기로 했다. 틈나는 대로 요리를 해볼 참이다.
중증 환자 아들을 돌보는 일이 나의 주된 루틴이 됐다. 아들을 보살피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거긴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 원하는 만큼 카트에 담아 계산하면 끝이다. 게다가 이 마트는 내가 사는 세컨 하우스 맞은편에 있으니 그 편리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카레 재료를 살펴봤다. 남편은 카레를 참 좋아한다. 다행이다. 그것 하나만 있어도 식사를 맛있게 하니... 감자, 양파, 당근 그리고 카레용 고기를 샀다. 구정에 남편이 맛있어 했던 홍어 회도 챙겨 넣었다. 군것질거리도 몇 개 샀다.
그런데 야채 매대에 깐 쪽파가 눈에 띄었다. 그러잖아도 지난 주일 오후에 딸내미에게 쪽파 김치를 사 줬다. 반찬 가게에 있는 쪽파 김치는 한 줌 정도에 10,000원이었다.
까짓것, 이제 전업주부니까 쪽파 김치 정도야 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깐 쪽파 한 단을 카트에 실었다. 쪽파 한 단에 1,690원이었다. 일전에 깐 쪽파를 샀던 기억이 났다. 물가가 비싸다고 뉴스에서는 난리였던 것에 비하면 쪽파 가격이 괜찮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