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여행이 싼 게 아니다

-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by Cha향기

항공권을 예매한 후, 여행 준비 운동으로 저녁마다 산책을 나섰다. 산책을 하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가족 간에 평안이 흘렀다. 맘 속에 부글거리는 감정이 차분히 내려앉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따뜻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여행보다 더 좋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이번에 어떤 여행을 하고 싶으세요?"

"일본 하면 온천이잖아? 몸을 푹 담그고 쌓인 피로를 다 날리고 싶네."

"그러면 노천탕이 좋으세요? 실내 스파 온천이 좋으세요?"

"어디든 상관없는데 이왕이면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곳이 좋을 것 같다."

"아, 알겠어요."


여행 준비를 도맡은 딸내미는 남편과 내게 번갈아 가며 물어봤다. 엄빠의 취향 저격 코스로 일정을 짜려는 것이었다.


"엄마는 어떤 걸 원하세요?"

"하와이 같은 이국 풍취 속에서 물멍, 바다멍, 노을멍을 하고 싶어. 일본에서 하와이를 느끼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까?"


딸내미는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서핑했다. 숙소를 예약했고 여행 코스도 서서히 가닥이 잡혀갔다. 딸내미는 여정을 깨알 같이 정리하여 트리플 앱에 올려 공유했다. 그 앱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본은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 위치다. 그래서 차량 렌트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모노레일이나 투어 버스 등도 알아봐야 했다.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다 체크하여 챙겨야 하는 게 자유여행의 애로였다.

자기네 부부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그냥 둘이 마주 앉아서 이러자 저러자 하면 끝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입장에서는 매번 우리의 의견을 물어봐야만 했다.


여권은 준비된 상태였지만 여행자 보험 가입, 환전, 해외 사용가능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준비, 수하물 규정 확인, 현지 날씨 체크하여 의류 챙기기, 상비약, 동전 지갑(일본 여행에 필수), 입장권 미리 예약, 버스 패스 예약, 스노클링 무인도 투어 예약, 등등 미리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현지에서 휴대폰 사용을 위해 딸내미는 e 심 셀프 가입을 했고 우린 유심칩을 미리 구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갔던 푸꾸옥 가족 여행은 사위와 함께 갔기에 딸내미가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됐었다. 더구나 현지에서 모든 일처리는 사위가 맡아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비과정에서부터 현지 일처리까지 다 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딸내미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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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덜컥 겁이 나기도 해요. 과연 제가 두 분을 잘 모시고 다녀올 수 있을까 하고요."


딸내미 마음이 만 번 이해됐다. 이국 땅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어쩌나 하는 마음의 부담이 확 밀려왔단다.


딸내미가 온갖 신경을 쓰며 일정을 짰다. 여러 가지를 예약하고 챙길 것 체크하는 걸 지켜보니 자유여행은 결코 싼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다만 우리 맘대로 일정을 정하고 우리 취향에 맞게 여행한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은 패키지를 추천하고 싶다.





산책길에서 딸이 기습 질문을 했다.


"아빠, 첫째 날 어디 어디 가는지 아세요."

"어, 뭐더라?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러면 엄마는 첫째 날 일정을 알고 계시나요?"

"아, 나? 모르겠네. 더군다나 일본 말은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입에 딱 올라 붙지 않는다. 영어라면 몰라도."

"그러면 잠깐 앱을 들여다보시고 첫째 날 일정을 한번 복기해 보세요."


우리가 일정을 살펴보고 여정을 제대로 말하면 딸은 손뼉 치며 좋아했다. 그 순간만큼은 딸이 우리의 선생이고 우린 착실한 학생이었다.


후쿠오카, 요코하마, 오키나와라는 지명도 서로 엉켜 가물거렸다. 야키소바, 오마카세, 야끼노미 등등, 들어도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금방 잊어버렸다. 부진아 학생을 데리고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교사의 심정 같았을까? 우리 딸은.


그래도 우리는 매일매일 여행길에 이미 오른 듯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일정을 미리 잘 점검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여행을 앞두고
준비 운동삼아 나선 산책길에서
미리 예습하듯 일정을 살펴보는 게
매우 요긴한 타이밍이었다.


[이미지: AI 구현]

5/19 ~ 5/22(3박 4일)에 다녀온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입니다.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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