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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탈 서울 한 딸내미

- 야채샐러드

by Cha향기

포항에서 살던 딸내미가 서울로 직장을 옮긴 것은 4년 전이었다. 개발자인 딸내미의 출퇴근 여건 상 서울 강남 테헤란로, 선릉역 부근에 전셋집을 구했다. 서울 강남 전셋값은 기함할 정도였다. 초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4억이었다. 방 한 칸에 거실이 전부일 정도로 작은 집이었다.


선릉 전셋집의 장점은 출퇴근하기 좋다는 것뿐이었다. 창문을 열면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눈앞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 아파트 앞 건물과 너무 인접하여 일조권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밤낮없이 망사 커튼을 드리워 둔 채 지내야 했다. 한강 뷰는 언감생심이고 콘크리트 뷰였다.


선릉 전셋집은 평안한 안식처라기보다는 언젠가 떠나야 하는 간이역 같은 곳이었다. 보금자리여야 하는 집이 잠을 자고, 씻고, 짐을 쟁여두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친정인 우리 집에 매주 올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은 좋았다. 그동안 그들에게 밑반찬이며 먹거리를 챙겨 줄 수 있는 친정엄마요, 장모인 것이 뿌듯했다.


그런데 지난 4월에, 사위가 직장을 진주로 옮기게 됐다. 먼 곳으로 떠나는 딸 내외는 물론 우리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방이라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았다.


서울은 편리하고 핫한 곳이라 여겨 서울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시대적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그래서 걱정 어린 투로 딸에게 말했다.


"지방이라 여러모로 불편하겠다. 어쩌지?"

"괜찮아요. 무려 로켓 프레시도 돼요."

"그렇구나."

"놀러 오세요. 5성급 호텔보다 더 좋은 8성급 호텔 같은 아파트를 구경하러 오세요."


다행히 딸 내외는 진주에서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방 3/ 화 2/ 드레스 룸/ 팬트리/ 세탁실 베란다 등을 골고루 갖춘 신축 아파트에서의 삶은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아파트 구조가 잘 빠져, 길고 넓은 주방이 내겐 탐나는 공간이었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서울에서만 살려고 할까?"

"그건 말이죠. 일단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잖아요. 일할 곳만 있다면 지방에서 사는 게 나쁠 건 없죠. 일터를 찾으러 수도권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우린 좋아요. 주말마다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 행복해요. 집만 나서면 여행지 풍경이에요. 워라밸을 누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집에서 한 시간 내에 당도할 수 있는 명소가 많아요. 바다면 바다, 계곡이면 계곡, 산이면 산, 즐길 곳이 아주 많아요. 일상이 바로 콘텐츠예요."


IE003527417_STD.jpg ▲여행길 집만 나서면 멋진 뷰를 만날 수 있다.

진주라 천 리 길이라곤 하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 딸내미 집에 가는 길이 곧바로 여행길에 오르는 격이었다. 마침내 지난 9월 9일에 딸내미 집을 방문했다.


도착하니 딸내미가 저녁상을 차려냈다. 결혼 9년 만에 처음으로 딸내미가 차린 밥상을 받아봤다. 며칠 전부터 준비했을 것 같았다. 된장국, 삼겹살 구이, 샐러드,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을 곁들인 밥상이었다. 친정 엄마가 되어 처음으로 딸이 차려준 밥상을 받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항상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고 집안일이라고는 모를 것 같았던 딸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된장국도 간이 잘 맞고, 무엇보다도 밑간을 제대로 해 둔 삼겹살을 에어 프라이어로 구워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남편도 그 식탁 앞에서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남편이 밥을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야, 샐러드가 싱싱하고 맛있다."라고 남편이 말했다.

"저희는 샐러드에 심혈을 기울여요. 샐러드에 생명 과학을 가미하고 과학 범벅으로 만들어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딸이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레시피를 검색하여 잘 활용하고 자기들끼리 팁도 공유하니 건강에 좋은 웰빙 요리를 잘하는 것 같다.

KakaoTalk_20251016_173437292.jpg [아침에 나온 샐러드]


딸이 만든 샐러드 레시피(대문 사진)


- 초록색 야채(양상추, 치커리 등)를 잘 씻어 야채 탈수기로 물기를 뺀다.

-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을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 치즈나 눈꽃 치즈를 올린다.

- 토핑은 마늘 후레이크나 양파 후레이크로 한다.

-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다.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딸내미 아파트가 좋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산 뷰는 풍경화 그림 같았다. 마침, 하루 전날 내린 비가 먼지란 먼지를 다 씻어낸 창공이라 더욱 아름다웠다. 뭉게구름 한두 점이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풍경은 컴퓨터 배경 화면을 방불케 했다. 창틀이 액자 프레임이라면, 창에 비친 뷰는 시시각각 움직이는 그림인 듯했다. 산허리에 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얼리티 자연 풍경은 멋진 예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진주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남해 독일 마을에도 들르고 새로 생긴 남해 리조트에도 갔다. 여느 해외여행 못지않은 코스였다.

IE003527418_STD.jpg ▲독일 마을은 해외여행을 간 것 같았다. 뷰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탈 서울 한 딸내미 내외는 워라밸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물론 지리산 자락이나 통영, 거제 등등 가볼 만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IE003527419_STD.jpg ▲유튜브 화면 캡처 / 딸내미 유튜브에 올린 일상 Vlog


게다가 부부 일상 Vlog 유튜버인 딸내미는
콘텐츠 맛집을 만난 셈이다.

(관련 쇼츠영상)
https://www.youtube.com/shorts/AuAovLFTL-o
(브런치에 탑재한 유튜브 링크가
PC에서는 열리는데
모바일에서 열리지 않는 현상이 있네요.)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8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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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가차린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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