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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Apr 21. 2024

여름이 끝나가는 걸까?

호주 32 주차(24. 2. 23. ~ 24. 2. 29.)

2월 23일(금)

오늘 오픈 준비하는 이른 오전부터 보스가 갑자기 가게에 방문해서 일동 초 긴장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코워커가 만들고 있는 샌드위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하며 시범 삼아 본인이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팔 수 없는 비주얼이라 보스가 떠나고 우리끼리 폐기 처분했다. 이런 상황이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보스의 음식에 대한 지식은 경이로울 정도로 놀랍지만 그와 별개로 실전에서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가게에 새로운 맛의 도넛이 배달됐는데 패션후르츠 필링이 들어간 도넛이다. 개인적으로 패션후르츠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큰 기대를 안 하고 맛을 봤는데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런데 도넛을 같이 맛본 코워커가 몇 분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안 먹었기 때문에 범인은 도넛이 분명한데 나는 멀쩡해서 무조건 도넛이 잘못 됐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십 분 뒤 해결을 보고 복통이 사라져 상황은 마무리 됐다.


마감하지 않는 쉬프트라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푹 쉬었다. 요즘 밥 먹으면서 볼 만화, 영화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이 깊다. 재미있는 거 보면서 밥 먹고 싶은데..


2월 24일(토)

정말 오랜만에 비가 왔다. 여름이 오고 나서부터는 비 구경을 거의 못 했으니 최소 3개월 만이다. 드디어 더위가 한 풀 꺾이려나보다. 흐린 날씨 덕분에 날씨가 굉장히 시원했는데 비가 오기 때문에 어디 놀러 갈 수는 없었다. 컨디션도 딱히 좋지 않아서 집 근처 쇼핑몰에 가서 망가져 물이 줄줄 새는 물병을 대신할 것을 하나 구매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점심으로 짜파게티와 비비고 만두를 구워 먹었는데, 만두가 한국에서 먹을 때 보다 작아진 것 같았다. 기분 탓이기를 바라본다. 갈비만두 처음 먹어봤는데 상당히 입맛에 맞아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워낙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저녁은 대충 과자로 때웠다. 코워커가 지난 화요일 조촐한 저녁 파티 때 갖고 온 과자인데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크래커 과자라 내가 독차지하고 있어 아주 좋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재미있는 영화 하나를 선택해 밥 먹으면서 봤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봤다. 바로 영화 아마데우스이다. 사실 이 영화를 나는 이미 수 차례 보았지만 남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같이 보게 됐다. 최근 영화든 드라마든 몰입해서 2시간 이상 앉아서 본 적이 없어  내가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의 짧은 영상에 중독 돼 긴 영상을 못 보게 된 건지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재미있는 영화라면 제 아무리 상영 시간이 길어도 집중력 깨뜨리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개봉 한 지 40년이 다 된 영화지만 세월이 무색할 만큼 재미있는 영화다.


아무튼 내일도 날씨가 흐린 것을 보니 여름이 이제 정말 호주 땅을 떠나려나보다.


2월 25일(일)

오늘도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집에만 있으려던 찰나, 무심코 바라본 창 밖의 하늘이 너무 푸르고 예뻐서 집 근처 공원으로 가 산책하고 왔다. 제법 찬 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이라 두터운 카디건을 입고 나갔다.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지만 운동하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명당 차지하고 꽃꽂이하는 모임 등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나가는 강아지 구경하면서 공원을 약 두 바퀴쯤 돌고 집으로 돌아와 대청소 및 세차하고 푹 쉬었다.


점심 배부르게 먹고 낮잠까지 야무지게 자고 일어나 엄마와 거의 한 시간 넘게 통화했더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점심을 워낙 배 부르게 먹어서 저녁은 간단하게 요구르트로 때웠다. 이번 주말은 특별히 한 게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중충한 날씨의 영향인 건지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다. 그 덕분에 많이 푹 쉬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2월 26일(월)

배달이 너무 늦게 와서 오픈 준비를 평소보다 30분 가까이 늦게 시작했다. 그걸로 모자라 아침부터 보스의 방문으로 정신이 사나웠다. 올 때마다 한 마디씩 하는 건 좋은데 문제는 레시피가 매번 달라져서 아주 골치 아프다. 6개월 전에 퇴사한 코워커가 보스가 무슨 말하면 그냥 네, 하고 넘기라고 했는데 요즘 들어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오전에 배달이 늦고 보스 때문에 정신이 산만했던 것을 빼더라도 오픈 준비는 수월하게 마쳤다.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데 왜 항상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우르르 몰려오는 걸까. 점심시간도 한참 전인 애매한 시간에 갑자기 떼로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코워커가 급하게 쉬는 시간을 마무리하고 일을 도왔다. 점심시간에는 러시 없이 무난해 힘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저녁을 일찍 먹었다. 무려 오후 4시에.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에는 모두 약속이 있다. 남편은 새 학기 시작으로 공부하랴 파티 참석하랴 바쁘다. 정규 학생으로서의 첫 학기인 만큼 좋은 추억 많이 남기고 원하는 바를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


2월 27일(화)

오늘도 아침에 배달이 늦게 와서 준비하는 데 마음이 급했다. 내가 일 하는 가게는 오피스 상권인데 점심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 아침에는 다소 한가했지만 요즘은 아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다소 한가해 무리 없이 일을 마쳤다.


남편은 늦은 저녁에 온라인 수업이 있어서 수업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저녁 6시까지만 수업하고 모든 학사 일일 일정이 종료됐는데, 남편이 듣는 수업 중에는 저녁 6시에 시작해 8시에 끝나는 수업이 있다. 야간 대학원도 아닌데 시간표가 아주 독특하다.


남편 친구가 남편과 수업을 같이 듣고 싶어 하는데 남편은 조금 부담스럽다고 한다. 수업 중간중간에 모르는 거 있다고 자꾸 물어보니까 방해된다고.. 어느 순간 남편을 따라 시간표를 바꿔놓았다고 한다. 얼마나 같이 듣고 싶었으면 자기 시간표를 싹 다 바꿔 놓았을까?


내일은 저녁 수업을 들으러 남편이 학교에 가서 저녁 내내 심심할 예정이다.


2월 28일(수)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기 전 장을 보러 갔다. 남편은 늦어도 5시에는 학교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다. 장도 보고 요리도 하려면 시간이 조금 촉박할지도 모른다. 후다닥 일과를 마치고 남편은 학교로 수업 들으러 갔고 나는 집에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누워있다가 아빠랑 영상통화 하면서 쉬었다.


캄캄한 집에 혼자 있으니 약간 무서워서 1층으로 내려가지도 않은 채 2층 방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남편은 밤 8시 30분이 다 되어서 집에 돌아왔는데 그때까지 씻지도 않고 누워만 있었던 나에게 잔소리를 했다. 혼자 있을 때도 잘 지내고 있어야지 누워만 있었냐면서.


내일 저녁은 지난주처럼 코워커를 초대해 같이 저녁 먹기로 했다. 남편이 학교에서 주최하는 저녁 행사에 참석한다길래 김치볶음밥 해 줄 테니까 집에 놀러 오라고 코워커를 꼬셨더니 거절하지 않고 온다고 했다. 재미있게 보낼 저녁시간이 벌써 기대된다.


2월 29일(목)

벌써 2월 29일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마감 빨리 하고 집에 와서 저녁 준비하려는데 일하면서 먹은 망고가 속을 불편하게 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약속을 무를 수는 없으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 코워커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지난번에는 코워커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음식을 다 준비해 놓아 밥이 약간 식었는데, 이번에는 쇼맨십을 추가해 코워커가 보는 앞에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맛있게 먹고 같이 소파에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4시간이 훌쩍 지나있어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둘 다 내일 아침 출근이라..


내일은 남편 학교에서 파티가 열려 다 같이 파티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바비큐 파티 했던 인원이 모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재미있는 나들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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