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학교 1학년을 마쳐갈 무렵에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다만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으로는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아르바이트와 통학 그리고 학업을 동시에
하려니 성적도 엉망이었고 무엇보다 매일매일이
피곤함에 연속이었다.
그 무렵 집으로 입영통지서가 날아 들어왔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야 할 그곳에서 나를 불렀다.
수원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내 몸은
너무나도 건강했다.
1급을 받아 들고는 입영 날짜를 정했다.
내 마음속의 걱정은 하나였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 할머니는 어쩌지?'
여든이나 되는 노령의 몸을 끌고서 할머니는 아직도
야채 노점을 하고 계셨다.
여태껏 한 번도 오랫동안 곁을 비워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에게는 내가 필요했고 나에게도 할머니가 필요했다.
하지만 가야 되는 곳은 갈 수밖에
나는 입영 전날 머리를 깎고 할머니를 꼭 껴안고 잤다.
다음날 새벽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할머니 다녀올게요.' 하며 집을 나섰지만
마음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친구들의 배웅으로 훈련소에 가는 그날
나는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