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전역의 순간이 찾아왔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나는 어느덧 23살
청년이었고 내가 지낸 시간만큼 할머니는 더욱 노쇠하셨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시급제로 일을 했고
다음에는 구두 판매원으로 근무하면서 월급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불안하고 아무것도 없는 시절이었지만
수중에 다만 몇 푼의 돈이 있다는 점과
할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생활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가진 게 없이 따뜻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폭풍전야와 같은 시기였다.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에 만족했다.
돌이켜보면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시기였는데
그 당시 나는 그저 사는 게 고단했다.
하루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것 외에는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다가올 이별의 순간도 모른 체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폭풍전야의 고요한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