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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블루 Sep 30. 2021

코로나 블루스 1080p

1080p에 갇혀 사는 우리들.



어떨 땐 그림 속에 갇혀 사는 것 같다.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친구 놈들은 가상화면 속 봇은 아닌 건지,

재택으로 근무하면서 마치 매트릭스 속 사이버 미션을 해결하는 것 같고,

화상회의를 하면서는 현실의 그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더 사무적이게 된다.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 2D 화면 안 세상에 갇힌, 

웹툰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실제 내게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블루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 코로나 블루’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지식백과] 코로나 블루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기엔, 너무 우울증 환자의 진단명 같아서,


그래도 블랙 피플들의 스웨그를 담아서 느리게 춤이라도 추는 느낌을 담으면

좀 긍정적인 느낌을 쑤셔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코로나 블루스라고 적기로 한다.


1080 픽셀 또는 4K 픽셀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육안으로, 

키보드가 아닌 악수 혹은 어깨 툭툭로,

블루투스 스피커가 아닌 내 귀로 직접,

타닥타닥 혹은 토독토독 엄지 태핑 소리가 아닌 내 목소리로,

오늘의 식당 메뉴 인증, 자랑 사진으로 느끼는 보는 맛이 아닌

식탁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옛날이야기를 안주 삼아 감칠맛 나는 맛을 공유하고 싶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저녁에는 

공기와 안개가 낮게 깔려 나무에서 더 잘 나는 피톤치드 향이 가득한 그 향기를 함께 맡으며

"오 비가 오니까 흙냄새가 나네" 

라고 일상을 건넬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상인 것처럼,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것처럼 툭, 던지듯이 말이다. 


싸늘한 공간 속 약간은 발열로 인해 달궈진 스크린 밖 기계적 온기, 

혹은 내 손에 쥐어진 카카오 색깔 채팅방이 아니라 

그 온도 속 향기와 시각과 청각과 촉각과 미각을 포함한 오감으로 오롯이 느끼고 싶다. 


교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1 대 1이 아니라, 


"모두", "함께" 말이다.


대낮에 비즈니스적으로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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