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손꼽아 세지 않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그때의 감정은 다 어디로 간 걸까

by 트윈블루

생일을 손꼽아서 세던 날들과 그때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최근 생일에 대한 감정은 이전에 그 설렘과는 다른 것 같다.


촛불을 후- 불 수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었던가?

내가 바라고 꿈꿔왔던 것들이 이루어지는 날 이어서 그랬을까?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두가 나에게 축하와 관심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른이 될 수 있는 한 걸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어서 그랬던 걸까?


얼마 전에 아들 생일이 있었다.

다섯 살 아들 녀석은 생일 며칠 전부터 며칠 있으면 자기 생일이라며

정말 열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접어가며 생일이 오는 숫자를 셌던 것 같다.


아빠~! 이제 저 손가락 세 개 더 있으면 (?) 생일이에요!


지난주 가족들과 생일 파티 기념 식사 모임에서

삼촌이 사준 변신 로봇 자동차 선물을 보고서는

정말 순수하게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워딩 그대로

우와~~~라고 외치며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니

무척 감회가 새롭다.


내가 생일날 우와 신난다고 하면서

기쁘게 촛불을 불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요새는 촛불도 내가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보통 아이들이 내 촛불을 대신 불려고 달려들어 먼저 끄겠다고

아웅다웅 정신이 없는 모습을 그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이

매년 생일에 일어나는 케이크 축하 이벤트의 하이라이트였던 거 같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생일날 그렇다 할 인상적인 기억은 솔직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어렸을 적 매년 생일에 나는 레고를 사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중학교 때는 아마 게임 팩이나 다마고찌였던 것 같다.

그래. 다마고치가 있었지!

한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그때 핫 아이템이었던 것 같군.


그때 내 기억을 더듬어 추억해 보자면

아마 다마고치 후속편인 드래고치라고, 드래곤을 키우는 그런 버전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께 드래고치를 살 수 있는 용돈을 받아 부리나케

문방구로 달려가서 최신의 녹색, 공룡알 모양으로 디자인된 멋진 드래고치를 사서 건전지를 끼우고,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 무리 사이에 끼어서 자랑도 하고,

여러 가지 자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기쁨을 만끽하고

고치 소유자들 간에, 그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육성 방법이나

애로 사항 등을 논의하곤 했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생일 선물에 대한 눈높이는 조금 더 높아졌던 것 같고,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후 부는 것에도 그렇게 예전처럼 기쁨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선물을 어떤 걸 받느냐가 가장 큰 이슈였던 것 같고

그때부턴 전자제품들이 내 생일 선물의 중심을 이루었던 것 같다.

MP3, 그리고 PDA 등등 이런 것들은 실제 내 삶을 아니,

학생 시절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던 물건이 아니었나 싶다.


20살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비교적 늦게 핸드폰을 갖게 된

그 시절의 내게는 이제 아르바이트를 해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이제는 선물보단 많은 사람들이 축하와 관심이 더욱 기다려졌던 시대로 넘어갔던 것 같다.


11시 59분에서 12시로 넘어가는 순간 울리는 문자 알림음과 진동들,

일일이 답장을 하며 설레 하고, 메신저에 접속하면 울리는 채팅창 메시지

그리고 축하 문구들과 이모티콘들에 무척이나 행복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글쎄...

몇 달 전 내 생일은 어땠더라?

양가 식구들과 식사 약속을 잡고 식당 예약을 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그날들의 스케줄을 비워 놓고 설정하고 조율하고.

마음을 쓴 기억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선물들은 다 돈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물론 돈은 고스란히 잘 보관되었다가

봉투만 바뀌어 다시 그들의 생일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에 와서 세 살 네 살 때처럼

촛불을 불어 보겠다고 아이들을 밀쳐내고

비켜! 아빠가 촛불 불 거야 흥이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이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내게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은

대부분 이미 충족이 되어 있는 상태다.

굳이 충족이 되어있지 않을 걸 꼽자면,

아예 천문학적인 수준의 것들이 필요해지게 됐다던가 뭐 그런 수준이라

생일 수준의 것들에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연락이나 축하 메시지도

형식적인 틀에 박힌, 단체방에 이모티콘 세례들보다는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 몇 명이 모여주는

그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된 것 같다.


케이크에 꽂힌 초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결단코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생일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20대 중반을 기점으로 조금씩 초의 숫자가

무게처럼 느껴져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매번 카운팅 해 왔던 과거의 생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내가 생일에 챙김 받아왔던 것들보다 이제는

내가 생일에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는 순간부터

그런 흥미가 기대감이 시들시들해진 것 같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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