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팔베개를 베고 자는 둘째 아이가 뜨겁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확실히 뜨뜻하다. 눈이 쉬이 떠지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아직 5시.
‘하아, 조금 더 잘 수 있었는데.’
“잠깐 일어나 봐. 열 좀 재게. 열나는 것 같아.”
‘38.5’
“뭐야. 너 왜 열 나.”
콧물도 안 나고 기침도 안 하는데.
일단 해열제를 먹였다.
“더 자.”
잠은 깼지만 다시 누워본다.
며칠 전에는 큰 아이가 아팠는데 이번에는 둘째인가.
한 명이 아프고 나면 뒤이어 다른 아이도 아프다는 공식은 좀 깨지면 좋으련만.
큰 아이는 ‘정류고환’ 치료를 위해 5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2박 3일 입원을 했었다.
수술 진행 과정, 부작용 등에 관한 형식적인 설명을 듣는 내내 눈물이 고이고, 흐르고.
마취, 수술, 회복 후 입원실로 오기까지 약 2시간이 잔인하리만큼 더디게 느껴졌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됐고 회복도 빨라 예정대로 퇴원할 수 있었다.
출발하려는 차 안에서 마지막으로 병원을 한 번 더 쳐다보며 얘기했다.
“이제 우리 다시는 이런 곳 오지 말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둘째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39도에 가까운 열이 났다. 집 앞 소아과에 갔다.
“돌발진인가?”
아직 9월이라 독감일 확률은 낮았지만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독감은 아닐까요?”
“글쎄. 아직 독감 시작되었다는 연락은 받은 게 없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해볼까?” 잠시 후, “독감은 아니네요. 돌발진 같아요.”
차도가 없길래 단골 소아과로 갔다.
“소리가 많이 안 좋은데. 며칠째 고열이고. 폐렴이네. 입원하는 게 낫겠어. 소견서 써줄게요.”
첫 입원생활이었다. 3박 4일 동안의.
둘째는 심장이 철렁했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중 한 번은 생후 70일 즈음.
워낙 혼자 잘 놀던 아이였다. 그날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천장을 바라보고 옹알이가 한창이었다. 똑바로 누워있던 아이가 갑자기 게워내기 시작했다. 얼른 안아서 닦아주는데 몸에 힘이 빠지며 축 늘어져버렸다. 등을 세차게 두드리고 흔들어도 눈도 뜨지 못했다. 119를 불렀다. 응급실에 도착해 대기하는 내내 계속 안고서 등을 쓰다듬었다.
“켁.”
걸려있던 토사물 알갱이가 튀어나왔다. 그 후로 컨디션을 되찾았고.
멀쩡해진 아이를 고생시키기 싫어 접수를 취소하고 집으로 왔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구급차를 기다리던 그 시간, 미동도 없던 아이의 모습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둘째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새벽에 열이 나고 토를 한 번 했어요. 첫째가 얼마 전 장염이었는데.”
“코로나 걸린 적 있어요?”
“아니요.”
“요즘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 열나면 검사해봐야 하는데.”
“집에서 키트로 했을 땐 한 줄 나왔어요.”
“키트는 확실하지 않아요.”
“코로나는 음성이네요.”
“그럼 왜 열이 날까요?”
“열은 여러 이유로 날 수 있어요. 요즘 장염, 수족구, 코로나, 감기 다 유행이에요. 목 살짝 붓고 장염도 초기 같으니까 일단 약 한 번 먹어보죠.”
약을 먹고 곤히 잠들었다가 일어난 아이를 바라보았다.
“00아 아프지 마. 아픈 거 엄마 다 주고 00이는 아프지 마.”
“엄마, 아픈 거 주기 싫어.”
“왜?”
“응, 왜냐면 그럼 엄마까지 아프잖아.”
아이가 오히려 날 위로한다. 품에 꼭 안았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아프면서 크는 거라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향한 욕심이 많아질 때마다 정신 차리라고 꾸짖기 위해 한 번씩 아픈 건지도.
공부 못 해도, 말 좀 안 듣고 장난꾸러기여도 괜찮으니 건강하기만 했으면.
아이들의 아픔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건강하자,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