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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Jul 12. 2022

그해 여름

“휴우.”    


땀이 난다. 드디어 잔다. 두 시간 걸려 겨우 재웠다. 동요를 부르고 또 불렀다.     


“너의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해. 어떤 비밀이라도 말할 수 있어.”     


‘예쁜 아기곰’이라는 경쾌한 리듬의 동요를 최대한 속삭이듯.


눕히고 나왔다. 재우기 전 전쟁 같은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치울 여력이 없다. 그냥 소파에 털썩 앉는다.     


5분이나 지났을까.    


“아아아 아아아아아 앙”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벌써 일어난다고? 재우는데 두 시간 걸렸는데? 왜? 대체 왜 5분도 안 돼서 일어나냐고.’    


우는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인다. 조금도 쉬지 못한 채 육아는 이어진다.

뾰족하고 날카롭게.    


아주 잠시도 혼자 놀지 않는다. 종일 안고만 있으란다. 내려놓는 순간 울음 경보가 발령된다. 운이 좋으면 살포시 내려놓으며 옆에 앉아있는 것까지는 할 수 있다. 슬그머니 일어나기라도 할라치면 귀신같이 알고 또 운다.     

밥 해야 하는데.

청소는 그렇다 쳐도 밥은 해야 하니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포대기를 샀다.

혼자 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 아이를 포대기로 업은 채 가스불을 켰다. 분주히 저녁 준비를 마쳤다. 포대기를 푸르러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며 거울에 비친 내 꼴을 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은 벌겋다.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뜨거운 여름날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졸려 보인다. 안고서 재워야겠다. 등을 토닥이며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왔다 갔다 한다. 첫째는 늘 그렇게 재웠으니까.

내려놓으라고 버둥거린다. 한 손으로는 엄지손가락을 빨고 한 손에는 베개를 꼭 쥔다. 바닥에 엎드려 혼자 잠들었다. 한 시간을 잔다. 때로는 더 오래.     


소리가 나길래 방문을 가만히 열어 보았다. 언제 일어났는지 모빌을 보며 웃는다. 머리맡에 있던 인형을 가지고 놀며 옹알이도 한다.

첫째는 늘 울음과 함께 일어났는데.


“까꿍”    


자고 일어나서 다시 만난 엄마가 반가웠는지 빵긋 웃는다.     


‘방긋 웃는다고? 깨고 나서 한참을 혼자 놀고 있는 모습도 예쁜데 웃어주기까지?’    


쉰 것처럼 쉬고 나니 체력이 충전되었다. 육아가 이어진다.

잔잔하고 안온하게.    


안으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아주면 싫어한다. 옆에 앉아만 있어도 혼자서 잘 논다. 심지어 같이 앉아 있지 않아도.

마음 편히 밥을 할 수 있다. 설거지하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한 번씩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아기 있는 집인데 울음소리 나는 일이 드물다.  


한참을 잘 놀다가 졸렸는지 또다시 혼자 잠들었다. 잠투정도 없이.

편하게 자라고 자리에 눕혀주고 나온다. 안았다 내려놓았다 해도 깨지 않고 잘 잔다. 더 이상 포대기는 필요 없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보송보송하다. 잠깐 에어컨을 꺼도 되겠다.     


뜨거운 여름날이 냉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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