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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월 Aug 29. 2023

3일차

5부

3일차 (5부)


버스에 타고 졸리비 버거로 허기진 위장을 채우며 장장 3시간도 넘게 버스를 탔다. 이 버스도 예외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사람을 태웠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참! 여기는 중간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간식을 파는 사람들도 같이 태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이거나 혹은 긴 나무 막대 끝에 두 개의 바구니를 달고 그 안에 간식(필리핀 전통 간식 및 간단한 과자)담아 버스를 타고 보통 1~2개 정거장쯤의 요금을 내고 버스에 있는 동안 승객들에게 간식을 파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길이 엄청 막혀서 저녁 7시쯤에 pasay 역에 도착했다. 어두워진 마닐라 시내는 더욱 위험해 보였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오로지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콜을 해서 그랩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겨우 3일 동안 머문 나의 숙소는 이미 아늑한 집처럼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눕기도 전에 갑자기 대니가 헬스장을 등록해야 한다며 베니스 몰로 가자고 한다. 저녁도 먹을 겸 베니스 몰로 향했다. 헬스장에 가서 이용방법을 알아본 다음 내일 등록하기로 하고 다시 발을 돌렸다. 아니 도대체 다음날 등록할 건데 왜 오늘 당장 헬스장에 가야한다고 우기는 건지 그 심리를 알 수가 없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내 성향을 대니가 그대로 닮은 듯하다.


배가 고파서 베니스 몰 안에 있는 일본 식당엘 갔다. 대니는 연어스시, 나는 일본라면을 먹었는데 음식 가격으로 약1,200페소를 지불했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곳의 웬만큼 괜찮은 레스토랑 음식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다. 근데 문제는 맛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게 맛이 없다기 보다 이곳 음식은 전반적으로 짜서 약간 맛이 없게 느껴진다. 아마 날이 덥고 땀을 많이 흘려 몸에 모자란 나트륨을 보충해야 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보통 지독하게 고생한 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늘 하루 나름 뿌듯했다로 마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보다 그냥 짜증이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 오늘은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많이 느낀 하루였다 포장해 보았다. 집에 돌아와 넷플렉스 보면 잠들었다. 침대에 누워 오늘의 여정을 아련히 되새겼는데 역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당분간 대니는 바다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4일차 일정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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