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고'

04 '나를 멈추고'

by 크리스티나

교회에 출석하던 어느 날 문득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제가 기도가 안된다는 사실을 말예요. 왜 기도가 나오지 않을까?... 내 인생이 이토록 결핍으로 아우성치는데 신에게 간구할 것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대체 이게 뭐지?


혼자 갸우뚱거리며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교회 출석하는 동안 기도 시간에 다른 교인들이 절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런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은...내가... 신을, 그분의 전능하심을, 믿지 않는 것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죠.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답을 알 수 없었던 어느 날, 아는 분과 카톡문자를 주고받다가 그분이 제게 근황을 전하며 기도해주세요! 라고 하시더군요.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고 하시며 그 부탁을 건네시는데 문자에서도 절박함이 전해오더군요.


얼떨결에 네! 하고 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약속은 지켜야겠기에 다음날 아침에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모든 형식 생략하고 두손 모으고 앉아 그분을 위해 기도를 했어요. 한 문장. 그 다음날 아침에도 한 문장. 이게 몇일 반복되다가 어느 날 아침에 그분을 위한 기도 문장 다음에 제가 원하는 것도 말씀드리기 시작했어요. 너무도 자연스럽게요. 여전히 앞뒤 모든 형식 생략하고 말예요. 문장이 맥락이 통하지 않아도 어린 아이가 엄마 앞에서 서툴게 입을 떼듯 저는 그렇게 하나님 아버지를 향해 말을 건네게 되었어요. 그것이 기도의 시작이었네요.


성당에 다닐 때 자매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간절한 기도제목 있으면 새신자에게 기도 부탁하라는. 아버지께서 이제 막 자녀가 되어 아뢰기 시작하는 새신자의 기도를 어찌 들어주시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제게 기도 부탁하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우연히 그때 그분의 부탁으로 저는 기도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강요로 교회 출석하던 시절에 저는 이해가 안되었거든요. 주변의 교인들이 건강을 달라, 물질을 달라, 자녀 앞길을 열어 달라... 이런 기도를 하는 모습에 저는 저 모습이 신앙인가? 저것이 기도인가?라는 의문을 느꼈거든요. 제 눈에는 오로지 자신의 필요만 채워달라고 떼쓰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저도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필요를 자녀된 자로서 하나님 아버지 외에 어느 분께 구하겠는가? 라는 이해에 도달하기는 했네요. 그렇게 자신의 필요를 간구하는 기도도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죠. 오히려 애처러운 건 그런 기도조차 못하는, 그 분 앞에서조차 마음을 꽁꽁 싸매고 있는 저 자신이었던거죠.


어쨌든 절대자를 향해 입술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기도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저처럼 자아가 강하고 자의식의 그림자가 짙은 사람은 누구 앞에서도 자신을 열어 보이거나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죠. 이런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해 상담을 받으러가도 정신과 의사 앞에서조차 자신의 문제상황을 솔직히 드러내보이지 못하는 유형에 해당되죠. 당연히 상담의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구요.


여전히 기도는 나오다가 멈추다가... 그런 날들을 통과해가고 있지만, 저는 아버지와 대화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고 어리석은 자아를 내려놓는 연습을 오늘도 하고 있습니다. 신은 우리의 영광이나 성취의 자리 뿐 아니라 가장 부끄러운 자리에서도 함께 계시는 분이시기에, 그는 우리가 겪는 모든 것을 통하여 결국 그 분의 뜻을 이루어내시는 분이시기에, 오직 믿음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나를 멈추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마지막 문장은, 민호기님 작사 작곡의 찬양, 기도를 시작합니다 가사 중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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