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10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by 크리스티나

2024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 작가라는 사실이 발표되자 서점에서는 그때까지 제가 겪어보지 못한 풍경이 연출되었어요.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독서모임 단톡방에 올라온 게시물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저는 집에 티비가 없어서 모든 소식이 좀 늦는 편이거든요. 한국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다니! 모두들 깜짝 놀랐죠. 독서모임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읽은 터라 경외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반갑고도 놀라운 소식이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서점에 출근해보니 먼저 나와계신 부장님과 사장님이, 서점에 몇 권 비치되어 있던 한강의 책은 모두 동이 났고 출판사에 주문이 안되는 상황이니 손님 주문을 받으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되자 출판사에서도 돌발 상황이 벌어졌겠죠. 띠지며 책에 수록될 평론도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했을테니 말예요. 그렇게 몇일이 기다리자 작품들이 서점에 입고되기 시작했어요.


일부 출판사에서는 가격이 인상되었고 이전과 같은 책값으로 서점에 공급한 출판사도 있었구요. 저희 서점에서 40년 넘게 일하신 부장님이 어느 아침에 출근해보니 문앞에서 손님 여러 분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는 말씀을 하시며 웃으시더라구요. 이런 풍경 정말 이십 년 만에 처음 본다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요.


서점 매출이 늘었느냐는 사실 여부를 제일 궁금해들 하셨어요. 결론은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어요. 평소 책방에 오시지 않던 분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손님들이 한강 작가의 책만 구입하셨으니 다른 책 매출은 신간조차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구요.


서점인으로서 제가 가장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부분은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더이상 변방의 문학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내심 안타까웠던 측면은, 작품의 정치성을? 의식하는 독자들이 또한 많았다는 점이었어요. 예술도 삶의 한 부분이니 정치적 색채를 띨 수는 있는데 작품성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폄하하는 분들이 보여서 저는 좀 아쉬웠어요. 한강 작가의 소설들이 저의 정치적인 입장과 다르다 하더라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웠다 느꼈거든요.


평소 독서를 꾸준히 하시는 손님들은 한강 작가의 책을 이미 접해 본 터라 새삼 구입하지는 않았고, 책을 안 읽으시던 분들이 궁금해하며 사가셨어요. 같은 작가의 책을 대표작부터 초기 작품까지 한꺼번에 여러 권씩 구입하는 모습도 새롭기는 했어요.


어쨌든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저희 서점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은 지금도 한 코너에 집중 진열되어 있고 여전히 찾으시는 독자들이 있으니 노벨문학상의 위력이 세긴 하더라구요. 어느 남자 손님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과학 분야의 노벨상보다 문학상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신다 하셨어요. 그 말에 저는 깊이, 공감되었거든요. 그분도 문학에 대한 애정에서 하신 말씀이었겠죠. 문학을 대단치 않게 여겼던 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어쩌면 문학이 삶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예술 따위는 그저 여흥거리나 기껏 교양에 지나지 않는다 치부했었는데, 문학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으니 저도 꽤나 많은 변화를 겪은 편이네요.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독서생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 보였어요. 평소 독서하시는 분들은 여러 변수들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읽어나가고, 책과 거리가 먼 분들은 일시적인 호기심에 그쳤던 것 같구요. 노벨문학상 기념으로 집에 한 권은 있어야지 라고 하며 사가신 손님이 꽤 있었던 듯 싶거든요.


이제 저는 서점인으로서 3년차에 접어들었어요. 2024년 노벨문학상과 같은 경험 다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서점을 지키는 서점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이런 모습이 사심없이 좋으네요. 한강 작가 이후의 한국 문학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문학 분야의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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