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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모솔새 May 28. 2021

먹거리의 변화로 계절을 감지하다

시골의 제철 먹거리들

요사이 내린 비로 어머님 텃밭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텃밭 뒤 대나무밭에서 솟아난 오동통한 죽순은 무침 반찬이 되어 식탁 위에 올랐다. 그전까지만 해도 손가락만 하던 상추는 무섭게 세를 불려 가고 있다. 보드라운 여름 상추는 이맘때 한창 잡히는 멸치를 된장에 지져 쌈을 싸 먹으면 꿀맛이다. 신랑은 이렇게 먹으면 상추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며 웃는다. 말리지 않은 생멸치를 된장에 지져 쌈을 싸 먹는 건 올해 처음 알게 된 방법인데, 우리 엄마에게도 비슷한 요리가 있다. 말린 멸치를 붉고 푸른 고추와 함께 다져 조린 뒤, 밥과 함께 머위잎이나 호박잎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아직 호박은 잎을 딸만큼 자라지 않아서 이걸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경작하는 식물과는 달리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것들에는 다 때가 있으니까 그때를 놓치면 그 해는 거를 수밖에 없다. 게으름을 피웠더니 이번 봄에는 두릅을 한 번밖에 못 먹었다. 일찍 일찍 얻으러 다닐 걸 그랬지. 그래도 그 올해 한 번 먹었던 두릅은 개중 맛이 좋은 가시두릅이라고 하던데 과연 그랬다. 지천으로 널린 돌나물은 어릴 때 잘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안 먹게 되었다. 학교 급식에도 나온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인지 돌나물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이름부터가 나물인데 뭐. 봄나물의 대명사인 쑥은 떡이나 국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는 콩고물에 무친 것과 쑥절편, 두 가지를 얻어 냉동실에 쟁여두었더니 마음이 흐뭇하다.




이곳저곳 심겨 있는 과실수는 이제 하나 둘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른 봄부터 서두르던 매화가 이제 매실이 되었으니 수확이 머지않았다. 엄마 집 앵두는 저번 주만 해도 나무 가득 열려 있었는데 절반이 줄어든 걸 보면 다 따 드신 모양이다. 어째선지 동네를 걷다가도 종종 볼 수 있는 블루베리도 모양이 갖추어져 간다. 머루인지 포도인지 모를 열매도 알알이 영글고 오디도 열심히 익어가는 중이다.


산딸기가 마트에 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면 어릴 적 동네에서 친구들과 산딸기를 따러 다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 참고로 2000년대의 일이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도시에서도 제철이 되면 산딸기 정도는 여기저기서 보기도 쉽고 시즌 한정으로 산딸기 디저트를 내놓는 집도 있다. 그래도 평소 지나는 길 존재감 없던 덤불 속에서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을 때, 가까이 가서 그게 산딸기라는 걸 확인하고 손으로 따 먹는 그 묘미는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다.


아, 산딸기가 제철인 걸 보니 어느새 초여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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