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바오의 클레임은 메신저에서 시작해 메신저로 끝난다
중국어도 중국 도자 시장도 모르지만 나름의 전략(?)적 탐색을 통해 마음에 드는 제품들을 찾을 수 있었고, 시험삼아 몇 개 사 보기로 했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뉴스에서는 중국은 저신뢰사회이며 중국 제품에서는 늘 기기괴괴한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아마존이나 라쿠텐에서 물건을 살 때와 달리, 상품설명을 보고 기대한 것과 같은 상품이 제 때 올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크고 거래 건수가 많아보이는 용산당이라는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결제가 완료되면 배송이 빠르게 시작된다. 메신저로 온 메시지에 주문확인 버튼을 눌러놓으면 배송이 시작되는 시점 자체는 한국 업체들보다 빠르면 빨랐지 늦지는 않는다. 몰테일의 배송대행지 창고는 웨이하이시라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있다. 중국은 아주 넓은 나라다 보니 거리가 잘 가늠되는 건 아니지만, 경덕진시와 웨이하이시는 거리가 제법 먼 모양이다. 경덕진에 위치한 업체에서 도자 제품을 주문하면 3일 정도 시간이 걸리고, 용산당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상품이 그보다 좀 가까운 데서 출고되어서 거의 하루배송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배송대행지 특성상 창고 입고 및 검수 시간이 필요해서 체감상으로는 모든 일이 좀 느릿느릿하게 진행되긴 했다. 찻잔 포함 다른 자질구레한 물건들은 다 입고되었는데 개완만 미입고 상태로 뜨길래, 무슨 일이냐고 1:1 문의를 했더니 몰테일에서 개완 받침 접시가 깨졌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배송완료 3일만의 일이다.
해외직구에서 배송대행지는 말 그대로 현지 주소로 받는 것을 대행해줄 뿐, 구매 과정 자체를 대행해주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자와의 대화 시도 및 클레임은 나의 몫이다. 중국어 못하는데 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일단 영어로 시도해 보았지만 대만 판매자들과 달리 중국 판매자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결국 파파고로 한땀한땀 한국말을 적어서 번역한 뒤 중국어로 메시지를 보내고, 판매자가 보낸 말을 복사해 파파고로 번역하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메신저를 통해 문의하면 배송대행지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재발송, 교환, 반품 등의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내가 산 제품들이 중저가 제품이어서 그런 지 공예 제품이어서 그런 지 잘 모르겠지만, 배송된 도자 제품에서는 별의 별 문제가 다 생겼다. 내가 몇 번의 주문에서 겪었던 이슈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배송중 파손
아예 다른 물건이 도착 (오배송 1)
2개 주문했는데 1개만 배송 (오배송 2)
흠집
얼룩 등 오염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주며 파파고 손을 꼬옥 잡고 어필하면 판매자마다 적당한 솔루션을 준다. 다만 그 솔루션이라는 게 엄청 제각각이라서 번역기를 통해 도달한 문장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재배송을 해주거나, 흠집이 난 제품을 업체 쪽으로 반송하면 교환발송을 해주는 식인데 이 루트를 거치면 일단 한국에 오는 데 기본 3~4주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발송에서 현지 배송대행지 입고, 항공발송, 통관, 국내배송까지 10일 안에 되지만 내 경우에는 거의 반반의 확률이었다. 그리고 이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의 상당수를 이 용산당이라는 업체가 담당하고 있었다.
아무튼 첫번째 생긴 문제에 이 업체가 제시한 해법은 독특했는데, 뭔가 아주 저렴한 물건을 추가로 주문하면 그 주문에 깨진 받침접시를 끼워서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해석하느라 머리에 쥐가 났지만 그렇게 했고 나는 무사히 주문한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중국어를 못하는 탓인지 첫 주문에서 온 제품 자체는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개완과 찻잔 다도구 모두가 일단 내가 이미지를 보고 예상한 것보다 엄청 사이즈가 컸다. 찻잔이나 개완도 이미지에서 봤던 것보다 두꺼웠다. 이 업체는 상품상세 이미지에 얼마나 보정을 빡.. 아니 강력하게 하는지 내가 주문한 게 맞긴 맞는데... 대체 이건 뭐지? 하는 아스트랄함을 겪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가격이 한국인의 감각에서는 비교적 싸니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닌데... 이게 참 미묘하다. 개별 제품 단위로는 타오바오의 다른 스토어보다는 약간씩 비싸기도 하고...
한자 간체자가 눈에 익숙하지 못하여 은도금인 줄 모르고 사질 않나, 차 거름망이 순동인 줄 모르고 사질 않나, 옥인 줄 알고 샀는데 옥st 밀크글래스 재질이거나(진짜 옥은 한자로 옥석이라고 표기) 여러 가지 착각을 했던 건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은이나 동은 습기와 산소에 노출되면 새카매지는데, 이걸 관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생활도구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제대로 정보를 읽지 않은 탓이었고, 막연히 이 가격에 진짜 은이나 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점도 있다. 심지어 나중에 더 찾다 보니 완전히 똑같은데 안에 은도금만 안한 엄청 싼 제품도 팔고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검색결과에서는 이 제품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알고리즘의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https://m.tb.cn/h.4t0XbSp?sm=5911e4
品瓷汇景德镇珐琅彩向阳花三才盖碗白瓷薄胎扒花茶具中式泡茶碗杯 같은 디자인 60위안대의 제품으로, 용산당의 은도금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100위안쯤 주고 산 저렴이 차판 하부가 플라스틱인 주제에 엄청 두껍고 무거워서 몰테일에 배송비를 엄청 많이 내야 했던 건 좀 뼈아팠다. 그 뒤로는 무게를 주의했기 때문에, 대부분 배송비가 2만원 근처에서 끝났던 것 같다.
어째 첫 구매는 고생만 하고 좀 망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박물관 도자실 러버였던 내가 정말로 사고 싶었던 건 빨간색 자기였다. 이것만 있어도 대한민국 서민인 내가 조선 귀족보다 부자?(아님) 다행히 두 번째 구매에서 내 기준에서는 만족할 만한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어를 안 해도 되어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두 번째 구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최초 예산보다 살짝 비쌌던 옥색 개완이 갖고 싶어 큰 물욕에 휩싸이게 되었다. 차를 소분할 때 150ml 기준으로 해 놓는 편인데, 찾기 어려웠던 와중의 딱 150ml짜리 개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용산당의 제품에 좀 실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망설여졌고 비교적 저렴한 찻잔들만 일단 주문하게 되었다.
배송완료 3일 뒤였다. 몰테일에 2개 중 1개만 입고되었다고 표시가 되어, 다시 1:1 문의를 해보니 진짜로 2개 주문했는데 1개만 보냈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파파고 손 꼭붙들고 메신저로 이게 무슨 일이냐 물어보고 지지고볶아 하나를 더 보내주는 것으로 협의가 되고... 이 또한 주문 후 3주 뒤 집에 도착하게 된다.
3주 뒤에 도착한 잔을 보니 상품상세와 분위기 및 색감이 전혀 다른 뭔가가 오긴 했지만 실물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무사히 오기만을 기원하며 세트가 될 개완을 주문했다.
하지만 몰테일에서 이거 님이 주문한 거 맞냐고 연락이 왔고... 이쯤 되면 용산당의 과도한 보정 문제인지 진짜 뭐가 잘못 왔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행히 연락해보니 자기들이 잘못 보냈다고 하여, 타오바오에 반품 요청을 한 뒤, 배송대행지에 있는 물건을 창고로 반송하면 새 제품을 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설 연휴를 거치느라, 창고에 재고가 부족해 무한대 수준으로 늘어졌고 주문한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서야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와중 일주일 뒤 상담하면 리셋되는 고객대응 담당자에게 매주 처음부터 중국어로 무한설명해야 하는 고통은 덤이었다. 계속 거래를 하며 살펴보니, 자체 공장 생산이 아닌 경덕진 도자 제품들은 각 공방에 연결하여 출고하는 시스템이고, 여기서 배송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로 이 업체와만 엮이면 뭔가 일이 생기곤 했는데, 무엇보다 메신저 및 교환반품 프로세스가 번역기를 지원하는 웹이 아닌 모바일 앱으로만 지원한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한국도 앱 전용으로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제법 있지만 이정도는 아니지 않나...? 타오바오의 카오스력에는 늘 놀란다.
그래서 나는 매번 뭔가 상태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은 뒤 파파고 이미지 번역을 통해 또는 몰테일 담당자, 타오바오 판매자에게 물어물어가며 플랫폼의 정해진 프로세스를 알음알음 태워야 했다.
이렇게 주문을 했지만 물건은 오지 않는 가운데, 갑자기 내 안에 있는 조선인이 뻐렁치듯 샘솟아올라 원래라면 안 샀을 조선 할배 취향의 청화산수 개완이 끌렸다. 그래서 적당한 가격의 너무 빽빽하지 않은 개완과 전부터 사고 싶었던 귀여운 수박그림 찻잔을 조금 충동적으로 주문했다. 이건 바로바로 잘 오겠지?
응 아냐 ^^
다시 중국어 메신저 지옥이 열렸다.
청화산수개완을 산 판매자는 일단 받은 걸 쓰셔라, 새 제품을 보내준다고 했다.(용산당에서는 주문서가 없이는 시스템상 새 접시받침을 못보내준다고 말했지만 이 판매자는 또 달랐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는 아무것도 처리되어 있지 않았다. 상담 업무 히스토리라고는 없는 듯한 메신저 속 새 담당자에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독촉을 했더니 그 다음날 발송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한편 수박 그림 찻잔을 산 판매자는, 타오바오에는 일주일 내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환불하는 시스템이 있으니 똑같은 제품을 새로 주문하는 게 빠르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래서 7일 이내 무조건 환불 프로그램과, 새 제품 주문을 병행해 진행하였다. 반품 건에 대해서는 5일 정도 뒤에 카드 결제취소 처리가 되었다. 타오바오에 보험이 들어있는 경우라, 반품배송비는 알리페이 지갑으로 환불해 주었다. 여러 가지 문제 중 그나마 이 경우가 가장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한편, 문제의 용산당 옥색 개완보다 조금은.. 더 빨리 도착했지만 3주쯤 걸려 최종적으로 받은 제품은 개완 두 개가 아니라, 개완 뚜껑 및 잔 하나에 접시 받침이 두 개였다. 제품을 하나 더 보내준다길래 저세상 대인배인 줄 알았건만 접시받침만 하나 더 보내준 것이다. 아무래도 번역기로 의사소통하다 보니 오류가 좀 있나 보다.
그 와중에도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제품은 늘 즐겨찾기를 해두곤 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타임세일을 한다고 알림이 왔다. 그래서 또 속절없이 꽤 많은 할인을 받아 개완과 잔 2개를 주문했는데, 이쯤 되니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도 불안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집에 일주일 만에 도착해... 이건 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들인 비용 대비 받아본 제품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처음 산 은과 동이 입혀져 있는 친구들 말고는 어떤 것이든 소중히 잘 쓰고 있다. 이 다음은... 일단 돈을 아껴둔 뒤 중국 도자 제품에 대한 지식을 조금 렙업하여 광군제(11월 11일 동양의 블프...)를 노려볼까 한다.
1. 타오바오에서 도자 재질의 개완, 찻잔 등의 다기를 구매할 경우, 파손, 오배송, 제품 불량 문제가 적지 않게 생긴다. 내 경우에는 거의 50%의 당첨(?)률을 자랑했는데, 중저가 제품이라서 그런지 플랫폼이나 도자 제품 특성상의 문제인 지는 잘 모르겠다.
2. 이런 문제가 생겼을 경우 파파고 등의 번역기로 중국어를 써서 메신저로 문제가 생겼다고 판매자에게 알린다. 물건이 중국 내 배송대행지에 있을 때까지는 교환, 반품 등의 프로세스를 거칠 수 있다. 판매자마다 요구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니 번역된 문장을 반드시 정독하자. 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독촉 및 확인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을 다 하려면 앱 필수.
3. 그릇이나 찻잔 같은 도자 제품을 살 때는 배송대행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몰테일은 가격이 비싼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배송된 제품을 꼼꼼하게 검수하며, 반송 대행을 빨리 해준다.(국내 발송시 약간의 송료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산된다.) 하지만 타오바오 판매자와의 연락이나, 몰테일 담당자와의 1:1 문의는 구매자의 몫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및 선택의 폭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므로 아마 또 살 것이다.
5.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때 상품 구매버튼이 있는 하단 고정바에 위치한 박스의 별 아이콘을 눌러 즐겨찾기에 저장을 해 두면 의외의 세일가에 득템할 수 있다.
6. 용산당 비추 ㅠㅠ 포토샵 보정 흔적이 과한 물건은 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