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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Mar 08. 2023

프롤로그

4년간의 멕시코 생존기를 끝내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방황하다보니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 오게 되었고, 다시 7개월이라는 시간을 홀로 보내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한 회사에서 어느새 3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4년 가까이 되는, 20대의 절반 가까이를 멕시코에서 보내며 30살이 되기 1년 전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내 인생에 퇴사는 처음이라 매번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이제 갓 퇴사한터라 크게 실감은 안 나지만 출근하듯 새벽 5시 반에 눈이 떠지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은 참 좋겠습니다.


30살이 되기 전 1년, 내 인생의 스물 아홉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다 20대를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주는 선물로 보내는 해로 기념하고 싶다는 생각에 세계여행을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남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로 넘어 갈 예정이고,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인생 첫 장기 여행인 만큼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마음이 통하는 장소에 도착하면 며칠은 푹 쉬다가 다시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퇴사하면 이제 뭐할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멕시코에서 일 하는 동안 틈틈이 취미로 해왔던 영상, 사진과 글쓰기에 시간을 더 할애하려 합니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기술은 종류에 따라 1~2달이면 배울 수 있지만, 예술적 감각은 젊을 때 직접 경험을 통해 ‘꾸준히’ 익혀야한다는 말. 아마 지금 시작하는 여행이 앞으로를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네요. 꾸준하게 하는 거. 그거 내가 잘하는 거거든요.


여행을 마치고는 아마 늦깎이 워홀 막차를 탈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열심히 모으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조금 불안한 인생을 사는 건 아닐까 했던 고민은 남이랑 비교하지 않기로 한 순간 고민거리가 아니더라고요. 여태 그랬듯 어제의 나랑만 비교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그렇듯 저는 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1년뒤, 3년뒤, 5년뒤의 나는 적어도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나아진 내가 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 지금 행복하다면 그 언젠가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지만 저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믿으며 살다보니 조금은 덜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행이 끝나는 날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더 발전한 사람. 의식의 지평이 더 확장된 사람. 혹은 말 그대로 세계여행 한 사람. 어떤 모습일지 당장에는 알 수 없겠지만 뭐가 되었든 지금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그로인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는 건 참으로 다행인 일입니다. 


저는 이 글을 끝으로 그동안 써내려 왔던 1400일간의 멕시코 생존기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그동안 멕시코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도움 주신 분들, 알게 모르게 뒤에서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게 아깝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밑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거, 이미 멕시코에서 한 번 해본 거잖아. 세탁기 하나 돌릴 줄 몰라서 비눗물을 세제로 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4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새롭게 시작하는 삶도 그동안 해 온 대로 잘 만들어보자. 더 배우고,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그리고 조금 더 치열하게.‘


누구나 자기 미래의 꿈에 계속 또 다른 꿈을 더해 나가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거나, 소소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음에 이어질지 모를 장벽을 걱정하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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