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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재회하는 게 나을까

250504 일요일

by 피연

오늘 계획엔 없었지만 번개로 친구 만나서 광화문에서 놀고 왔다. 다정하고 착한 친구와의 시간은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난 왜 아직도 걜 못 잊었는지..


이젠 끝나버려 내 머릿속에서만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기억들이 있다. 그 속에서 그는 날 향해 환히 웃고 내 손을 잡는다. 아니, 이건 미화된 기억인 걸 안다. 헤어질 만큼 서운했고 아팠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 애와 함께한 기억들을 이제 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자꾸만 되살리려고 한다. 재회는 진짜 아닌 걸 아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왜 아직도 연이 끝나질 않은 것만 같은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그렇게 미워해놓고 이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불과 5달 전의 우리가 꿈처럼 느껴진다. 꿈이니 잊자. 이젠 그만하자 해도 미련이 자꾸만 뒤꿈치를 잡아 누른다. 나는 발을 뗄 수가 없어 갈팡질팡하고, 간신히 스스로를 지탱한다. 내가 모든 걸 망쳐놓고 아직도 이러다니.


첫사랑이 이런 거구나. 지독하게도 안 잊히고 지나가지도 않는 미련한 사랑이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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