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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Feb 25. 2022

생각하기 나름

코로나 확진에 따른 사고의 차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다. 며칠간 인후통에 열감이 온몸을 휘감는 듯하여 ‘설마’ 하는 생각으로 병원에서 PCR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그다음 날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부랴부랴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 소식은 말레이시아에서 경험하는 최대의 위기였다.


  코로나19 증상은 오미크론 때문인지 예상보다 가벼운 독감이었다. 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 빼고는 꽤나 버틸 만한 수준이었다. 3차 백신의 부작용으로 펄펄 끓는 열에 수없이 속을 게워냈던 지난날을 회고하면 코로나19로 인한 병증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그러나 몸이 허하니 마음이 약해졌고, 일주일간 시름시름 앓는 자신이 서러웠는지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백신을 여러 차례 맞았어도 코로나19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뇌를 침투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타국에서 홀로 비명횡사할 것 같던 백신을 맞지 말걸 스스로 한탄했다. 이는 마치 반 컵의 물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보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가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기운이 서서히 잠잠해질 때쯤에서야 가족과 가까운 친구에게 코로나 확진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이들 중 반 이상은 백신 덕분에 그나마 덜 아팠던 거라며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이들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며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정작 코로나19 확진자인 당사자는 비련의 주인공마냥 세상을 염세적으로 그렸는데 말이다.


  사실 무조건적으로 낙관적이고 싶지는 않다. 늘 호의적으로 살기엔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헛된 희망마저 사치라는 걸 오래전에 터득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긍정적인 사고 열매를 먹여주는 주변인으로부터 ‘사고 회로를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원리를 오래간만에 헤아렸다. 그동안 편협적이지 않으려고 생각을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게 하는 연습을 해왔는데, 코로나19 확진으로 가끔은 전향적인 사고도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생각은 오르락내리락 정신 없었지만, 결론은 다음과 같다.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었어도 병세가 경증에 불과하고,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나를 만강혈성(滿腔血誠)으로 염려하는 이들이 있어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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