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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Aug 11. 2022

내 나이 서른셋

아직도 방황하는 나이

요새 슬럼프가 온 것인지 말레이시아 생활에서 2%의 갈증을 느끼고 있다. 말레이시아 생활의 제2막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는 안정된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도 별의별 생각에 앞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는 장본인은 직장생활이다. 현 회사는 이제까지 몸 담았던 회사 중에서 내 능력을 가장 많이 인정해준다. 게다가 “회사생활은 일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선한 사람들과 갈등 없이 일하고 있어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이 회사에서 일에 욕심이 나는 것이 처음이고, 팀에 도움이 되고자 평소보다 더욱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배가 부른 소리일지 몰라도 직장에서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고 있어도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서 일이 즐겁지가 않다. 물론 일에 대한 제각각의 관점이 있다. 나 또한 일은 “일” 혹은 “밥벌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에서 역량을 발휘할수록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곱씹어본다.


  부끄럽지만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막상 원하는 일을 할지라도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머리가 괜스레 따끔하다. 휴대폰을 들어 독일에 있는 베스트 프렌드에게 연락한다. 친구와 한 시간 가량의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일을 “극도로 혐오하지 않는 돈벌이 수단”일 때 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시원치 않다.


  내 나이 서른셋. 이 나이에도 아직 방황하고 있다. 그것도 이국땅인 말레이시아에서 말이다. 어쩌면 일은 핑계이고 지금 이 나라에서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여태 알지 못해 마음이 거센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속을 게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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