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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Jul 28. 2022

Happiest Birthday

말레이시아에서 맞이하는 생일

생일. 생일이라는 단어는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상에 불과한 날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단어라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서 '생일'은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로 정의하고 있다. 사전에서도 내포하듯 생일은 분명히 각별한 날이다. 그래서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뜬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보내왔던 생일은 하나같이 기억이 생생하다. 첫 번째 생일은 말레이시아 땅을 함께 밟은 친구와 함께했다. 퇴근 후에 그 친구와 한인타운에서 두툼한 회 한 점에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싹 씻었다. 주말에는 멋진 분위기의 식당에서 사랑하는 동기들이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케이크로 조촐하게 생일을 축하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보냈던 첫 번째 생일은, 겉으로는 한낱 보통의 날에 불과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생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던 그런 날이었다.


  두 번째 생일날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19 확진자 수로 집에서 칩거해야 했다. 그럼에도 J군이 준비한 수제 케이크와 상큼한 포도 향의 모스카토 와인, 그리고 직접 구운 홈메이드 스테이크로 집에서 아늑하게 생일을 보냈다. 두 번째 생일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로 수제 케이크였다. 이때 당시 이전 직장의 퇴사일과 맞물려 J군이 "Dobby is free!" 콘셉트의 수제 케이크를 준비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두 번째 생일도 다복했다.


  어느새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말라카에서 일주일 동안 재택근무를 하며 생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생일날이 다가왔다.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말라카에서 유명한 어느 스페인 음식점을 찾았다. 근사한 식사 이후에는 말라카 리버워크를 걸으며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야경을 감상했다. 화룡점정으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빈티지한 분위기의 바에서 라즈베리 향의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이날은 무난하게 흘렀던 또 하나의 하루이자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사랑하는 도시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오롯이 보낸 생일이었다. 태어나서 감히 행복했던 생일이었다.


  이렇듯 말레이시아에서  번의 생일을 보내면서 이곳에서 불쾌했던 기억보다 귀중한 인연과의 추억이 겹겹이 이고 쌓인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는 "말레이시아" 하면 고개를 저었던 내가, 이제는 말레이시아를 향한 애정이 풍선처럼 커지고 있어 하늘로 날아갈  같다. 말레이시아에서 앞으로    생일을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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