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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Apr 06. 202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직장에서 일한다는 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저명한 책이 있다. 해당 도서는 실수에 대한 맹비난보다는 ‘칭찬’이라는 심리적 기재로 범고래를 훈련하고,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범고래가 잘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러한 일련의 방식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칭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잘되고 있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영향으로 상대방은 일이나 관계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저자가 저서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주제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땅을 밟기 전부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다. 이전 직장에서 단 한 번도 일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상사의 반응은 늘 ‘신뢰’와 ‘감사’라는 두 단어로 압축되었다. 책의 내용처럼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그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로 향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기인하는 상사의 태도에 보은의 마음으로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 첫 직장이었던 T라는 회사에서는 채찍에 휘둘러 늘 상처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한국에서 없던 사내 정치와 파벌을 이곳에서 사늘한 칼바람이 피부를 베듯 살벌하게 경험했다. 사람들의 잘못부터 잡아내는, 책에서 말하는 일명 ‘뒤통수치기 반응’이 T사에서는 일상이었다. 그중에서 광고주로부터 받는 CSAT(만족)과 퍼포먼스 향상에는 눈과 귀, 입을 싹 닫으면서 실수가 아님에도 받는 DSAT(불만족)에는 날이 선 채로 잘잘못을 따지는 상사로 인해 공황 발작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2021년 9월 말에 이직한 A 회사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듯하여 일할 맛이 난다. 특히 팀 리더의 우호적인 태도는 당근으로 나를 건강하게 살찌운다. 현 직장 상사는 실수를 기회로 삼아 의연하게 대처하게 하고 직원의 능력에 신뢰를 표하여 직원조차 무감각했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한다. 180도 뒤집힌 환경 덕분인지 직원을 믿고 중요한 일을 맡기는 상사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직무를 자처해서 맡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칭찬과 함께 업무 또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감정 노동으로 일을 향한 열정이 시든 배추 속잎 같았다면, 현재 이곳에서는 ‘마케팅 애널리스트’라는 전문직으로 직무에 대한 열의를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을 돋보이게 잘하고 싶다” 또는 “직장에서 경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으며, 이 같은 사고 회로를 돌리게 하는 회사는 A사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A사로 이직하고 나서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의 50%는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시름시름 앓았던 월요병도 차차 나아지고 있다. 회사 한 군데를 옮겼을 뿐인데 말레이시아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다니! 타국에서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직장을 다니는 것은 네 잎 클로버와 같은 행운을 잡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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