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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곤 Dec 21. 2024

주 6회 3시간에서 주 3회 1시간으로

평생할 수 있는 운동






5.














다음으로 운동. 평생할 수 운동. 식단보다도 이게 더 걱정이었다. 운동을 가는 건 나에게 참아야만 하고 버텨야 하는 거니까.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이번에는 PT를 끊기로.


고강도 유산소를 하는 건, 건강하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혼자 기구를 쓰고 근력 운동을 하기엔 나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가도 PT는 망설어졌다. 다칠 수도 있다는 PT후기가 수두룩했다. 거기다 돈이 아까웠다. 다니던 헬스장의 PT는 10회에 60만원이었고, 인근 헬스장들도 비슷비슷했다. 그냥 결제를 해야하나 하며 통장잔고를 보며 다음달과 이번달에 있을 지출을 계산했다.


그러다 친한 언니가 자신이 다니던 PT를 추천해줬다. 10회 20만원이라고 했다. 1회에 2만원?! 하면 눈이 반짝였다. 나이가 있는 여자분이 하는 곳인데 괜찮고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추천도 많이 해줬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너무 싼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민하던 나는 그냥 20만원에 내 운동을 맡기기로 했다. 돈도 돈이지만 비싸서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었다.


헬스장을 찾았다. 두리번 두리번 오래된 페인트 벽과 거기에 붙어있는 헬스 기구들을 둘러봤다. 아파트 단지 앞 사거리 1층에 있는 헬스장은 뭔가 헬스장 같지 않았다. 길가를 지나다 고개를 돌려 안을 들여다 봐야 헬스장이네? 싶은 곳이었다.


파마머리를 왁스로 고정하신 늘씬한 중년의 여성분이 나를 맞이했다. 추천을 받고 왔다하니 웃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단 한달 PT를 끊고 끝난 뒤 한달 더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리니 관장님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시며 인바디를 재보자고 했다.


49.8%.


관장님의 표정에 놀랄 노자가 떴다. 아니 전혀 그렇게까지 안보이는데 체지방률이 너무 높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놀라워여...하고 원래 비극은 희화화하는 거라고 너스레아닌 너스레를 떨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됬다며 머쓱히 말하니 관장님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차근차근 일단 이곤씨가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주 3회에 30분씩 PT를 받고 이후 30분간은 PT를 받았던 순서대로 다시 혼자 기구를 쓰며 운동하라고 했다. 30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었지만 나는 이제부터 그녀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했다. 가르침 받는 입장이니 성실이 따르기만 하면 됐고, 대책없이 성실한게 내 특기였다.


화수목, 오후 4시, PT 30분씩. 그리고 혼자 헬스장에서 30분간 받았던 PT 복습. 이후 헬스장에서 나와 앞에 있는 공원에서 20분가량의 런닝과 워킹 반복. 총 1시간 30분 동안 주 3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 중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집에서 땅끄부부를 보며 유산소 10분, 근력 10분 총 20분만 운동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식단만 지키며 운동은 쉬었다.




매일매일 pt를 받은 후 일지를 기록해 뒀다



"이곤씨. 운동은 쉬어주는 것도 운동이에요. 내가 오늘 팔과 어깨 근력을 했는데 내일 또 팔과 어깨를 하면 근육이 혼자서 쉬면서 클 시간을 안주는 거거든. 그러니까 그날 한 부위는 이틀 정도는 쉬어주게 해주세요"



그 말이 법인 것처럼 나는 성실히 지켰다. 정해진 운동 시간 외에는 일절 그날의 자극 부위에 더 자극을 주지 않았다.



"자기에게 맞춰서 3kg, 4kg 드는 게 운동인거지, 50kg 아령들고 뛰고 3시간 4시간 여기 죽치고 있는 건 그냥 노동이에요. 이곤씨. 뭐든 운동은 나한테 맞춰서. 중량은 뭐든 내가 딱 버틸거 같은데 하다보면 힘든 무게로"



그 말을 하시며 관장님은 내가 무작정 20kg에 무게를 내린 걸 5kg으로 올렸다. 관장님 말대로 처음 시작할 때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15개씩 2세트에서 3세트로 가다보면 근육이 개 아파졌다. 너무 아프다고 하니 원래 그게 맞다고 하셨다.


나는 차근차근 중량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5kg으로 쳤던 무게는 3주가 지나 10kg으로 내려갔다.



"유산소는 당연히 필요하죠. 근데 결국에 살을 뺄 때는 근육이 필요해요. 뺀 살을 유지하는 것도 근육이 필요하고. 뭐가 됬던 다 근육이 없어서 그런거거든. 그리고 솔직히 하루 30분 근력하고 하루 20분 유산소하고, 그게 딱 적당해요. 어디 대회를 나가지 않은 이상은"



관장님은 말을 횡설수설 하시는 게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래도 오랫동안 헬스장을 유지하신 분인만큼 어쩌다가 지나가는 말에 노련함이 보였다. 다른 헬스트레이너들이 말하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버틸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근육이 천천히 늘 수 있는.


그런 그 분의 속도가 나의 속도와 맞았다.


근육이 느는게 느껴졌고, 적당히 하는 운동과 맛있고 건강한 식단을 병행하며 몸 상태가 좋아진 게 느껴졌다. 점차 무게를 증량해 버티는 내가 대견했다. 헬스장을 가는 길은 무력하지 않았다. 가기 싫은 날일지라도 딱 1시간만 버티면 금방 지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한 달 사이 7kg을 감량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지만 무력하지 않았다. 드디어 감량했다는 다이어트에 대한 해방감이 아니라, 내가 달라졌다는 보람을 줬다.


두 달째, 여전히 식단과 운동을 유지했다. 첫달과 다르게 3kg 밖에 빠지지 않았지만 나는 두달 사이 10kg 감량에 성공했다. 쫄쫄 굶으며 주 6일, 하루 3시간 고강도 유산소를 했을 때도 12kg을 뺐는데, 일반식 두끼에 하루 1시간의 운동에 10kg이 빠진 것이었다. 살이 빠지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조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앞으로 있을 건강한 삶에 대한 첫 성공이라 여기기로 했다.


체지방률 49.8%에서 43.2%까지 빠졌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


이후 나는 홀로 서기를 도전했다. 관장님의 조언과 감독에서 온전히 나 혼자서하는 평생을 위한 운동과 식단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믿음이 있었다. 두 달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켜낸 나에 대한 믿음. 이렇게 해냈으니 또다시 해낼 거란 나에 대한 믿음까지도 근 두달간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을 비난해 봐야 바뀌는 것도 남는 것도 없으며 있다면 부작용뿐이라는 점. 나는 살살 달래서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지 욕하고 비난한다고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 욕해 봐야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나 자신을 살살 달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했다. 두 번째는 에너지를 쏟는 방향은 중요하다는 것. 나를 비난하는데에도, 완결을 짓는 데에도 에너지는 쓰일 것이다. 나를 비난함으로 나빠진 기분을 수습하고, 또 완결 짓는데 에너지를 이중삼중으로 쓸바에는 그냥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 _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213p.












































때로는 은인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 걸 떠나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도 관장님을 만나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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