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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곤 Dec 14. 2024

내 식단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였다.

평생할 수 있는 식단








4.














2024. 06. 05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날짜다. 이 전편에서 나는 우선 2주간은 '폭식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뒤로 나는 차근차근 양을 줄이기 시작했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은 처음으로 PT를 끊어 배우기로 했다. 내가 받는 PT는 싸게 끊은 거라 식단 조절 코칭은 해주지 않고 오로지 운동만 코칭해줬다. 운동에 관한건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번 편에선 내가 식단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나가 보기로 했다.


일단 폭식은 어느정도 참을 수 있는 선에 왔다. 하루 두끼 먹는 삶이 익숙해졌다. 이제 나는 그 두끼를 어떻게 '폭식하지 않는' 식단에서 '살이 빠지는' 식단으로 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는 머릿 속으로 하나씩 규칙을 나열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일이던,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나열해 정리하는 건 이곤의 버릇중 하나다)


 


첫째. 과하게 먹지 않기. 다이어트는 배부르면 안된다.


둘째. 뭐든 먹어도 된다. 하지만 하루 중 먹어야 할 칼로리를 초과하면 안된다. 인바디에 나온 적정 칼로리에서 400칼로리를 뺀 1300칼로리만 먹자. 초과해도 먹고 싶으면 내일 먹으면 된다. 또한 운동으로 300~400칼로리가 소모되었다면 거기에 더해 1700칼로리까지 더 먹을 수 있었다. (필라이즈라는 관리 앱에서 칼로리 계산해주는 데 정말 내 다이어트의 중심이었다)


셋째. 먹기 싫은 걸 참지 말자. 맛없어도 다이어트에 좋으니까, 라는 건 없다.


넷째. 식사시간이 아닌데 배고플 때 고민하자. 여기서 몇 시간 더 참을 수 있는지. 참을 수 있다면 다음 있을 식사에 보상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끼워 나를 기대하도록 만들자.


다섯째. 저녁 이후의 시간은 공복이다. 이때부턴 나와 허기의 싸움이다. 음식과의 싸움이 아니다.


여섯째. 나트륨 신경 쓰지 말자. 운동 열심히 하고 물 많이 마시면 된다. 하루 1.5L ~ 2L씩.


일곱째. 당은 안된다. 식사에 포함된 당은 어쩔 수 없지만 당이 포함된 음료나 과자는 일절 금지.



이 원칙들을 따르다보면 자연스레 치킨, 떡볶이, 마라탕은 피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1300칼로리 밖에 먹지 못한다. 치킨은 반마리만 먹어도 1000칼로리를 훌쩍 넘는다. 그렇기에 치킨을 먹을 수는 있지만 먹으려면 하루 종일 굶고 먹어야 하는데 알바를 하고 운동까지 다니는 데 그건 너무 고역이었다. 물론 진짜 먹고 싶어 미치겠는 날에는 하루 죙일 쫄쫄 굶고 저녁 한끼로 먹고 싶은 만큼 먹은 날도 있다.


하지만 한식은 다르다. 한끼에 적정량을 지키면 600~800칼로리이고, 두끼를 먹으면 하루 칼로리가 딱 채워진다. 그러면 어느정도 하루를 버틸 힘이 되었고 맛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느순간부터 다이어트 식단에 맞춰 난 하루 두끼, 아점과 저녁을 먹었다. 물론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긴 했지만, 영양성분과 칼로리를 따지면 하루 한끼만 먹어야 했기에 그건 싫었다. 자연스레 패스트푸드를 포기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잘보면 미디어가 말하는 다이어트 식단과는 많이 다르다. 내 식단에는 양념 가득한 닭도리탕도 있고, 햄계란전도 있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있고, 흰쌀밥도 있다. 전부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는 음식들이고 되려 살이 찔까 걱정되는 음식이다. 하지만 뭐든 적당량에서 조금씩 덜어먹기만 하면 영양성분도, 맛도 괜찮은 음식들이다.


나는 앞에서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식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평생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살을 빼려면, 계속 먹었을 때 맛있었던 음식을 생각했다. 집밥에서 건강한 음식들을 나열했고, 나는 손을 걷어 직접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부지런해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가조건이었다.


항상 밥은 반공기, 반찬은 그릇에 덜어 먹을 양만큼만. 국은 국그릇에서 딱 3분의 2만큼만. 그리고 영양성분에서 지방을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 양을 최대한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할 것. (대신 음식 조리시 사용하는 식용유등의 지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 날 먹은 단백질이 부족하다면 운동 후 단백질 쉐이크를 먹을 것.




아래는 내 식단에 주로 포함되었던 음식과 반찬들이다.



1. 돼지고기 김치찌개 : 찌개는 살이 찌는 적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집에서 끓여 먹는 김치찌개에 간만 세게 하지 않고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만 아니면 국 한그릇 정도는 하루 한끼 식단으로 괜찮다. (지방이 많으면 잘라 먹으면 된다) 두부까지 넣으면 단백질도 더 챙기니 좋다. 나트륨? 물 많이 마시면 빠진다. 된장찌개도 좋다.


2. 목살 양파 볶음 : 고기 200g? 정도 한끼 반찬으로 먹으면 단백질 챙기고 맛있으니 좋다.


3. 훈제 오리고기 : 지방이 많을까 걱정하는 데, 우리가 그전까지 먹었던 지방에 비하면 이정도 지방은 괜찮다. 단백질도 많고 양파랑 볶아 먹으면 이것도 맛있다.


4. 소고기 샤브샤브 : 어려울 거 없다. 비비고 멸치육수에다가 걍 양배추 넣고, 숙주나물 넣고 끓인 뒤에 이마트에서 파는 샤브샤브용 소고기 만삼천원짜리? 2~300g 넣어서 익히면 뚝딱이다. 이거 진짜 맛있다. 소고기니까 300g까진 ㅇㅋ.


5. 소고기 무국 : 영양성분 최고


6. 미역국 : 포만감도 최곤데 많이 먹어도 칼로리가 낮다.


7. 지구안심식단 두부 텐더 마일드 : 이거 진짜 최고다. 튀김류 먹고 싶을 때 이거 먹으면 대리 만족 오진다. 한끼 식사에 반찬으로 4개~5개? 먹었는데 이걸로도 충분했다.


8. 햄버거 : 패스트푸드 중 가장 건강한 존재. 노브랜드버거에서 알바할 때 식사가 햄버거라 어쩔 수 없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영양성분도 좋고 괜찮다. 나는 주로 롯데리아의 티렉스 버거, 맥도날드의 치킨치즈머핀, 노브랜드버거의 NBB시그니처, 맘스터치의 휠렛버거를 먹었다. (그날 먹은 칼로리에 따라 빵한쪽을 빼먹기도 하고, 다 먹기도 했다) 여기에 사이드로 항상 너겟을 먹었다. 대신에 치즈스틱도 사이드로 먹어도 괜찮다. 아 그리고 롯데리아의 쉑쉑치킨도 양념가루만 안뿌리면 영양성분 괜찮다.


9. 계란말이 : 나는 식용유 상관않고 지져서 먹었다. 최고. 말했듯이 식용유는 너무 과하지 않고 적당하면 괜찮다. 소금 적당량 뿌려도 괜찮다.


10. 고등어구이 : 뼈없는 고등어 냉동 묶음 사서 자주 구워먹었다. 존맛임. 요것도 소금 솔솔 뿌려서 구워 먹었다.


11. 오뚜기 3분 카레 : 이거이거 은근 영양성분 깡패다. 칼로리도 낮고. 한끼에 이거 하나 다 먹어도 괜찮다.


12. 그외에 나물 무침, 김치 종류들 종지 그릇만큼만. (절임류들은 절대 안된다)



위 음식들의 조합을 바꿔가면서 먹었다. 흰쌀밥 반공기에 어떨땐 돼지 고기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어떨땐 소고기무국에 고등어구이, 어떨땐 3분카레에 김치볶음. 어떨땐 기분전환으로 티렉스버거에 쉑쉑치킨. 하루 두끼에 간식은 못 먹었지만 한끼한끼 식단은 만족스러웠다. 나트륨이 많아 걱정이 들어도 오늘 물 더 먹지 뭐, 하면서 물 2.5L 먹었던 날도 있다.


나트륨은 지방이 아니다. 이건 물 많이 마시면 빠지니 걱정말고 영양성분에 집중하자. 탄수화물과 지방에 과하게 치우쳐진 것만 조심하도록 하자.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나는 이렇듯 원칙들을 성실하게 지켰다. 과거 다이어트의 역사에서 맛있는 식단과 먹어도 되는 식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게 어디냐, 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저 식단으로도 살이 빠졌다.


쫄쫄 굶고, 하루에 고강도 유산소를 3시간 할때 빠졌던 속도와 같은 속도로. 하루 두끼 만족스레 먹고 하루 1시간 운동 하면서도 살이 빠졌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저 식단들 모두, 밥 양만 조금 늘리면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식단들이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을 비난해 봐야 바뀌는 것도 남는 것도 없으며 있다면 부작용뿐이라는 점. 나는 살살 달래서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지 욕하고 비난한다고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 욕해 봐야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나 자신을 살살 달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했다. 두 번째는 에너지를 쏟는 방향은 중요하다는 것. 나를 비난하는데에도, 완결을 짓는 데에도 에너지는 쓰일 것이다. 나를 비난함으로 나빠진 기분을 수습하고, 또 완결 짓는데 에너지를 이중삼중으로 쓸바에는 그냥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 _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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