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한 것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나 스스로 신청했고, 담당자가 매칭을 확정해 주었을 뿐이다.
이번 활동은 ‘시민을 대상으로 시연해 볼 수 있는 자리’라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지만, 막상 활동날짜가 다가오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신청하지 말걸…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근데, 내가 왜 리더 아트러너지? (2명의 아트러너가 함께 활동하며, 리더 아트러너는 교육을 이끌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못한다고 말할까?
처음에는 후회가 밀려왔고, 다음번에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후회와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그래, 어떻게든 해보자’하는 마음이 다가와주었다. 한 번도 안해본 일이기에 생긴 두려움이었다. 이겨내야만 새로운 한걸음을 내 딛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트러너 활동은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해 나가야 한다. 처음이 어렵지 지나고 나면 ‘그땐 그랬지…’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책상에 앉아 활동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중 워크숍 때 만들어 두었던 초안에 살을 붙이고, 재미 요소를 넣어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고민은 참여자의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나의 경우 이 시간이 무척 불편하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고민되고, 짧은 시간에 진심을 전달하기도 어렵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무척 어색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풀어볼까? 고민했다.
그래서 ‘한 줄 자기소개’를 생각했다.
이름 앞에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붙여 한 줄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다. 실명 대신 닉네임이나 불리고 싶은 이름도 좋다. 이해하기 쉽도록 나의 한 줄 자기소개를 먼저 안내하기로 계획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은 (그림공장 롭쓰)
두 번째 고민은 그림의 주제, ‘모티브’ 정하기였다.
이번 예술활동의 하이라이트는 40분 동안 몰입하여 그림 그리기이다.
오랫동안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는 나 조차도 무엇을 그릴까?를 오래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결정한다. 그림을 처음 그리는 사람이라면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더구나 예술활동 재료는 무채색의 필기구와 종이뿐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재료인 것도 걱정을 키웠다.
오랜 고민 끝에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 보기 위해 만다라트 양식을 출력해서 준비했다.
정 가운데 칸에 이름을 적고, 그 칸을 둘러싼 8개의 칸에 나와 관련한 항목을 적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장소, 물건, 시간등을 말이다. 그리고 왼쪽 옆 칸의 가운데에 그중 하나의 항목을 적는다. ’ 음식‘을 적었다면, 그 칸을 둘러싼 8칸에 ’ 음식‘의 구체적인 항목을 적으면 된다. ’ 커피, 김밥, 케이크‘같이 좋아하는 음식을 적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미리 작성한 나의 만다르트 결과를 안내하기로 계획했다.
만다르트 양식
세 번째 완벽한 대본을 만들고, 시연모습을 녹화했다.
1시간 30분 예술활동 진행을 위한 대본을 만들었다.
처음 인사말부터, 참여자 소개, 감각꾸러미 탐색, 그림 그리기 시간까지 모든 활동에 해야 할 말을 연극대본처엄 토씨 하나까지 모두 작성했다. 소요 시간도 적고, 타이머를 실행할 부분, 준비한 자료를 보야줄 부분까지 글자색을 다르게 해서 모두 넣었다. 그리고 손바닥만 하게 출력해서 작은 노트에 붙였다.
마지막으로 혼자 시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녹화했다.작은 노트를 손에 꼭 쥐고, 혼자서 시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진짜라고 생각하고 시연을 진행하니 실감도 나고, 대본의 멘트 중 수정해야 할 부분도 보였다.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고칠 부분을 찾고, 또 찾았다.
첫 활동날이 되었다.
‘시민대상 시연 예술활동’이기에 교육대상은 현장에서 모집했다. 시작 시간이 되자 6명의 참여자가 도착했다. 2명은 6살쯤 보이는 아이 들었다.
준비한 예술활동을 시작했다. 40분쯤 지났을 때 이번 활동이 어린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대로 이어나갔다.
한 줄 자기소개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달콤한 걸 좋아하는) 달코미입니다.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하는) ㅇㅇ입니다. (퍼주는 것을 좋아하는) 시골아줌마입니다.
그림 주제를 정하기 위한 만타라트 활동은 어린아이들이 있어 제외했다. 그렇게 생애 첫 아트러너 활동이 끝이 났다.
이번 활동을 위해 꼬박 4일을 준비했다.
긴장해서 말문이 막힐까 봐 완벽한 대본을 만들었고, 말로만 하면 이해하기 어려울까 봐 자료도 만들었다. 시연하는 동영상을 찍어 여러 번 보면서 고칠 점을 찾아 고쳤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을 해보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네고, 질문을 드리고, 대답은 듣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었다. 혼자서는 해볼 수 없는 소통이었다.
첫 활동의 아쉬운 점은 너무 많아서 적다가 지칠 것 같다. 한번, 두 번 소통의 시간이 쌓이면 나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