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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Oct 29. 2022

요람부터 규칙으로 돌아가는 나라

나를 (가끔) 미치게 하는 네덜란드

여기저기서 듣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육아의 3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3R (rust, regelmaat, reinheid)이라는데요, 휴식 (rest), 규칙성 (regularity), 청결함 (cleanliness)이 육아에 중요함을 강조하며 나온 말이랍니다. 그중에 오늘은 이 규칙성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진출처: Unsplash

트렌디하거나 메트로폴리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암스테르담의 가족이 아니라면, 네덜란드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침, 저녁 먹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먹는 것도 항상 같습니다. 아침은 빵. 점심도 빵. 저녁은 고기, 감자, 채소.

고기랑 채소가 궁했을 시절 반 고흐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 (Potato eaters)이라는 그림은, 옛적 평범한 사람들의 저녁 식사 모습이었나 싶어요. 아마 저녁 6시예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자랄 때부터 몸에 베이나 봅니다. 잠에 드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깨서 젖이나 분유를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놀이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야, 아이도 부모도 편하다는 게 지론입니다. 너무 애를 틀에 딱 맞춰 키우는 건 아니냐 싶은 게 우리나라의 정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뭐 네덜란드 아이들이 통계상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들이라니,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육아의 방식이겠거니, 합니다.


하지만 이 규칙성, 더 나아가 규칙에 대한 신뢰는 네덜란드에 참 뿌리 깊게 박혀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이나 이해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라면, 네덜란드는 규칙으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밥을 사겠다고 카드를 가지고 (아름다운?) 실랑이를 하거나, 고객서비스센터에 사정사정해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나, 가격을 깎기 위해 주고받고 해서 서로서로 마음에 드는 가격에 물건을 사고파는 광경이 뭐 익숙합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그런 게 없어요. 나름의 정과, 이해심이 있지만, 그것으로 규율이나 상식적 규칙을 어기는 것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껴지는 게 서비스 퀄리티죠.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자주 경험합니다.


"아,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 온라인으로 산 물건이 배달이 지연될 때

"저희 카페 4시에 닫아요. 앉지 마세요" - 3시 30분에 카페를 방문했을 때

"아니. 그건 저희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 업체의 차가 동네를 돌며 방문할 때 사정 상 우리 집을 매일 먼저/나중에 넣어달라고 했을 때

계획을 철저히 짜고, 짠 대로 철저히 실행하는 네덜란드 사람들 (사진출처: Unsplash)

'얄짤 없네', 싶고 또 답답하지만 할 말은 없게 만드는 말들이죠. 결국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고객을 위해 좀 더 뭘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데 또 그걸 강요할 '규정'이 없으니까요.


얼마 전 고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와 운전대를 잡을 일이 있었는데요. 고속도로의 왼쪽 커브길로 진입해, 표지판대로 속도를 70km/h로 줄여 가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떤 봉고차가 빵~~~ 소리를 내며 제 앞으로 끼어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저거 나한테 빵한거야?"라고 순수한 질문을 했어요 (초보...). 왜냐면 표지판은 70으로 적혀있고,  속도대로 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구태여 이유가 없을  왼쪽 차선으로  경우 만약 경찰에 걸리면 200유로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아무리 속도를 지켰어도  속도로 왼쪽으로  것이 이곳 운전자들의 "왼쪽 차선은 빨리 가고 싶은 사람들만"이라는 상식선의 규칙과, 그에서 만들어진 규정에 맞지 않는 거라고 이해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크랙션을 울리는  너무 일상적이고, 사실 네덜란드에 비하면 교통법규도 애매한  많습니다. 모든 상황에 룰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운전하는  사실 언젠가는 딱지  각오를 하고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모르면 손해입니다.

차도의 우선순위 이해도 무지 중요합니다. 트램이 대빵 우선권이 있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이 정도는 그냥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기로 한 제가 이해하고 맞춰 살아야지 싶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희가 공들여 만든 정원을 가지고 구청에서 경고를 날려왔습니다. 사이드 정원에 비허가 건축물이 있고, 주차장이 차 2대가 들어갈 5m 길이가 안되어 협소하다며요. 그런데 사실 그런 규정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집을 살 때도, 지을 때도, 키를 받고 공부할 때도 딱 이렇다 하는 규정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기들만 알고 있는 법을 들이댑니다. 억울합니다. 돈을 들여 변호사를 써서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돈 들여서 바꾸어야 합니다. 이 정도 되면 200유로 벌금 주고 교통 법규 배우는 것(?)은 괜찮게 느껴지죠.


이렇게 거미줄, 실타래처럼 엉키고 빡빡한 규칙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곤해지고, 손해 보는 일이 많다 보니 사람들도 좀 남이 규칙을 어기는 것에 민감합니다. 암스테르담 살 적에 자전거를 어떻게 세워두거나, 모는 것에 대해 꼭~~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암스테르담의 갖은 문제는 생각도 안 하고 무슨 몹쓸 죄라도 지은 듯 말을 하는데요. 당하면 아주 불쾌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도 많이 가르침을 당하고, 손해를 봐서, 약자에게 (외국인인 저...) 되갚기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정말, 이웃에게 하나 해가 가지 않는 정원 가지고, 예상 못한 이유로 경고장을 받으니, 아니 그럼 다른 사람들은 저건 어떻게 하고, 저건 왜 괜찮고, 이런 속 좁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네덜란드는 협소한 나라인데 인구밀도가 높아서, 서로 어울리며 사는 것을 중시한다고들 합니다. 이 사람들은 그 어울림을 규칙으로서, 그리고 규칙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에서 찾는 게 아닌가 싶네요. 실제로 네덜란드의 고속도로 풍경은 깔끔합니다. 교통의 흐름이 아주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정부가 부잡니다. 이런 식으로 꼬투리 잡아 세금을 띄어가니까요.


어릴 때부터 규칙이 몸에 익은 이 나라의 사람들은 규칙이 없을 때 오히려 불편하겠죠. 양보와 이해도 규칙 다음인 것이 이곳 사람들이 사는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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