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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n 30. 2021

더치니까 더치페이

남편이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가 "Going dutch", 우리가 쓰는 표현으로는 더치페이야. 나라를 인용하지 않고 "Spliting the bill" (영수증 나눠 계산하기) 라고 이야기 하자네? 사실, 지난 번에도 잠깐 이야기한 반 반 씩 혹은 소수점까지 나눠 내는 문화는 사실 네덜란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래. 북유럽도 흔하고, 터키에서는 "독일식", 스페인에서는 "카탈란식",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사람들식" 이라고 불린다나? (출처 1)


Photo by Mathieu Stern on Unsplash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특히 아시아 문화에서는 이런 계산적인 (?) 자세가 좀 보기 안 좋거나, 무례하게 느껴지지도 하지. 첫 데이트에서 남녀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남자가 반 반씩 내자고 이야기 꺼내면 황당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 평일에 회사 끝나고 동료들이랑 한 잔 할 때 쏘는 사람없이 각 각 맥주값 내는 문화가 이상할 수 도 있고. 


그런 네덜란드라도 영수증을 나눠 계산하지 않고 한턱 내거나, 기대하지 않고 아주 잘 접대하는 문화가 있어. 우리도 며칠 전에 친구 두 명과 레스토랑에 갔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라서 두 사람한테 계산은 우리가 하겠다고 했어. 그리고 다음 번에는 그 친구들이 내면 되니까. 


어쩌다 이런 행동에 네덜란드 이름이 붙을 걸까?


17세기 경 영국과 네덜란드가 무역과 식민지 개척의 라이벌이었거든. 그 당시 영국 해군들이 네덜란드를 폄하하는 많은 표현을 쓰기 시작했대. 예를 들어,


Dutch courage (더치 커리지), 더치 용기는, 술 마시고 용기내는 가짜 용기를 뜻하고

Dutch treat (더치 트릿), 더치 대접은, 전혀 대접이 아닌 것을 뜻하고

Double Dutch (더블 더치), 곱절 더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주절대는 것을 뜻하고,

Dutch nightinggale (더치 나이팅게일)은, 개구리를 뜻한대. 


대충 가짜나 마음에 안드는 것에 네덜란드 이름을 붙였나봐. 좀 심했다 싶지만, 전쟁 중에야 뭘 기대하겠어? 그래서 경제 관념에 민감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나눠서 계산하는 것을 보고 "Going Dutch"라고 했다는 설이 있더라. 싸보인다는 뜻으로 (출처 2, 3).


2차 세계 대전 후로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국사람들을 좋아하고 영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하는데, 영국의 정서는 어떨지 모르겠네. 17세기 후로 달라졌을까? 


싫든 좋든, 네덜란드 사람들의 돈 개념은 수백년이 지나도 그들의 피에 흐르나봐. 대대손손 전해지는 거겠지! 


몇 년 전 네덜란드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ABN AMRO에서 TIKKIE(티키)라는 앱을 만들었거든. 누나가 안 지우는 앱 중의 하나야. 그만큼 필수 앱인데, 바로 더치페이를 전자화 시킨 거야.


네덜란드는 신용카드나 현금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체크카드*가 보통 결제방법인데, 같이 한 장소에 있어도 나눠서 계산을 하기가 귀찮거나 어려운 상황이 있거든? 

이를 테면, 얼마 전에 친구 생일 선물로 음식점 쿠폰을 주기로 했어. 우선 내가 결제하고, 다른 친구한테 같이 내자고 티키 요청을 보냈지. 그럼 친구도 티키를 통해서 바로 내 계좌에 돈을 쏴줄 수 있어. 정말 30초도 안 걸렸어전자은행 앱도 편하기는 하지만, 여러 명이 같은 돈을 분담해야한다면 티키를 통해서 간편하고 한 번에 요청도하고, 누가 내는지 안 내는지도 확인이 편해. 그리고 따로 돈 달라고 얼굴 보고 이야기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작성할 필요없이, 클릭 한 번에 티키 앱에서 자동으로 만든 메시지로 조금 껄끄러울 수 있는 요청을 하니까, 더치페이 문화가 더 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지나친 티키사용에 대해 성토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해. 회사 커피(1유로도 안된다는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를 마시자고 해놓고서는, 1유로 티키를 보내는 사람, 자기가 돈을 낼 때는 아무 말도 안했다가, 데이트 끝나고 집에 왔는데 티키요청을 받았다는 이야기. 어쩐지, 티키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사람관계보다는 돈의 공평함이 먼저가 되도록 부채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티키 앱 광고 첨부할게! 네덜란드 광고라도 확 와닿을 거야. :-) (그리고 아시아 사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스테레오타입도 보인다고 하면...과민할 걸까?)

 https://www.youtube.com/watch?v=9a6pcxe-2f0

*체크카드는  Pinpas라고 불려 (핀파스). 핀은 비밀번호인데, 얼마전 까지는 작은 돈을 계산할 때도 비번을 찍어야했거든. 요새는 30유로나 50유로 이하는 와이파이로 스캔해서 비번을 찍을 필요하 없어. 그리고 카드 계산 할 때는 '핀하다' (Pinnen)이라고 해서 아예 동사가 되었지. 체크카드 없이는 밥도 못 사먹을 수 있어. 정말 처음에 네덜란드 와서 아직 네덜란드 은행계좌를 안 뚫었을 때 지하철 역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우려는데, 어떤 가게도 현금을 안 받고, 어쩐지 한국 신용카드는 안 먹혀서 밥을 못 먹은 적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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