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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Nov 29. 2021

코로나와 네덜란드 사람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 공항에 도착하면 번뜻 깨닫게 되는 게 있을 거야.

표지판이 영어로만 되어 있어! 간혹 두 언어가 다 적혀있기도 하지만, 잘 눈여겨보면 갑자기 알게 될 거야. 네덜란드 말이 엄연히 있고 영어가 통용되는 공적인 언어는 아니거든. 그런데 나라의 첫인상이자, 자부심 (인천공항처럼) 역할까지 하는 공항에 그냥 영어로 된 표지판에 글자도 아주 크게 떡 하니 적어놓은 걸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의 실용주의가 느껴지지...'길을 안내하면 되었지, 구태여 네덜란드어를 왜?' 이렇게 생각한 걸까, 궁금해지지.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어. 짐 찾는 벨트들 있지? 거기 나가는 곳 옆에 유리벽을 설치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유리 벽에 붙어서 안을 볼 수가 있어. 모든 벽이 다 그런 건 아니고 한구석을 그렇게 해놨어. 난 이게 너무 좋더라. 사실 가릴 이유가 뭐가 있어? 안에서 짐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도, 밖에서 마중을 나온 사람도, 서로 일찍 알아볼 수 있으면 더 기쁘지 않을까? 이 한구석에 만들어 놓은 유리창을 이들이 중요시하는 사람 간의 유대, 믿음, 투명성, 비관료주의의 상징처럼 생각해.

인천공항에는 비교가 안되지만, 편리하고 효율적인 스키폴 공항 (출처: Unsplash)

돌아와 보니, 네덜란드의 코로나 확진자가 어마어마하다고들 하네. 그래서 '락다운'이니 '데모'니 남편을 통해 뉴스를 전해 들으면 아직도 2020년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지. 그리고 네덜란드의 코로나 생활방식과 정책, 그리고 문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확진자가 이렇게 많은 것도, 어떻게 생각하면 마스크를 문화적인 이유로 꺼려 하고, 규율의 적용에서도 실용주의를 찾는대서 나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길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돼. 회사 안에서 마스크 쓰라는 규칙도 없고... 아직도 껴안고 인사하고, 허물 없이 같이 (땀 튀기며)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 백신을 맞았다는 QR 코드를 핸드폰으로 보여주면, 레스토랑 같은데 들어가는데, 일단 앉으면 마스크 벗고 그냥 2019년으로의 회귀야. 특히 한국에서 다시 들어오니까 그 '자유로움'이 더 느껴지더라.

처음에 네덜란드 정부는 마스크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효용이 없다고 했었어. 그러다 몇 개월 후에야 장려하는 정도가 되었고, 아직도 "락다운"의 세기에 따라 그것도 상점 안에서 "써야 한다" 혹은 "안 써도 된다"가 갈리지. 정말 웬만하면 도입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 마스크는 얼굴과 표정을 가리고, 사야 하고, 버려야 하고, 사람들이 쓰는 방식 (코스크, 턱스크)이나 마스크 타입 (그냥 단순한 1회용 마스크)을 보면 사실 확산 방지에 큰 도움도 안 되고 하니, "굳이 꼭?" 이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대중교통에서 만큼은 꼭 마스크를 써야해. (출처: Unsplash)

사실 '락다운'동안 정말 집에서 못 나왔던 적은 없었어. 왜 '락다운'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쓰는지도 이상할 정도로 (괜히 데모만 더 부추기는데 말이지). 밤 12시까지 열 수 있었던 술집이며 식당이 8시까지 열 수 있다가 이제 5시면 문을 닫아야 한대. 그리고 콘서트 같은 규모의 사람들이 모이는 걸 다 취소했고. 연말인데 아쉽기는 하지.

하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필수" 상점으로 분류되어서, 쇼핑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공원은 항상 열려있어서 산책하는 데 지장이 없어. 우리 둘은 재택근무 2년 차로 집에서 일하는데 적응이 되었지, 장보기는 대부분으로 온라인으로 하지, 딱히 바뀌는 게 없달까. 미디어에서 크게 다루는 '소동'도 일하고 주말에 가족과 취미활동을 하는, 조용한 삶을 사는 대부분의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야...락다운을 해도 실용적인 버젼이랄까?


나름 네덜란드 안에도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그룹들이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코로나) 상황에서 그런 균열이 더 생기고, 두드러져 보이지. 하지만 전반적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은 누가 권위를 이용해 뭘 하라고 하면 절대 하기 싫어하는 게 있나 봐. 회사에서도 (거의 제발) 회사로 돌아오라고 한때가 있었거든 (지금은 다시 또 집에서 일하라고 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야 하니, 그냥 집에서 일하라고 하는 게 훨씬 더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온갖 이벤트와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10% 미만만 회사로 출근을 했으니, 얼마나 누가 하는 말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지 느껴지더라.


그래서 이 정부가 코로나를 다루는 방식도 일단 사람들에게 맡기고 스스로 하게끔 한 다음 안 되면 정치적인 방식으로 통제를 해보자는 것 같아. 하지만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는데 코로나가 너무 오래간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그 방법이 사람들만 더 뿔나게 하나 봐. 나름 백신 선진국에 초반에는 어르고 달래는 게 잘 한다 싶었다가도, 요새 느끼는 사람들의 추세는 최소한은 하지만, 봐서 "나한테 맞는 대로", 정부는 "나를 위해" 있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나 싶어.


(출처: Unsplash)

글을 마무리하며 요즘 관찰한 걸 적어볼게. 이제는 '런치'와 '디너'를 합쳐 '던치'가 나왔더라. 일찍 만나 먹고 헤어져야 하니, '던치'어때?


그리고 집 안에서 쓰는 머그컵을 손에 쥐고 친구/사람들과 걸으며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여. 테이크아웃 보다 저렴하고 카페에 QR코드 보여주고 마스크 끼고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훨씬 편하지 않나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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