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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25. 2021

특별한 암스테르담 관광팁 - 없는 듯 있는 유대문화

네덜란드 기본기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자기들 도시를 부르는 애칭이 있어. 바로 모쿰(Mokum)이야. 간혹 길을 가다가 모쿰이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그 별명의 기원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모쿰의 뜻은 유대어 (Yiddish)로 장소 (Place)라는 뜻이래. 왜냐면 유대인들이 박해를 피해 정착한 안전한 곳이 암스테르담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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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부터 유대교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왔다고 하더라. 그중 일부는 동유럽에서 온 아슈케나지 (Ashkenazi) 유대인들이었고, 그중 일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온 세파딕(Sephardic) 유대인들이었대.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돈이 없었던 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대인 처형을 피해 온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준귀족이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오늘날 말로 하면, 그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네덜란드에 가지고 왔다고 할 수 도 있지.


지금은 유대교에 대한 차별은 어쩐지 인종과 이민자 갈등에 비하면 자주 거론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역사를 배우면 왜 암스테르담이나 네덜란드가 포용적인지 이해가 되어. 1572년에 네덜란드 북부 7개 주는 스페인 식민시기에 저항해서 1579년에 자신들만의 조항을 구축했어. 그중에 하나가 모든 거주자가 의식의 자유 (혹은 종교의 자유, Personal freedom of conscience)를 갖는다는 권리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 자유를 인정했다고 하네. 이 말은 즉, 천주교회 (Catholic church)는 금지되었지만 천주교인은 처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천주교, 네덜란드는 개신교였거든. 그래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온 종교적 난민들은 생사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할 수 있었어. 그래서 자신들의 원래 종교였던 유대교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거래.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혹자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가치는 Tolerance(관용)으로, 해가 입히지 않는 이상, 다른 문화를 받아들인다고 해. 네덜란드에 오래 살면서, 그 관용의 의미가 무신경 혹은 내버려두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상태) 아니면 정말 이해를 통한 흡수인지 혹은 다양성의 존중인지는 모르겠어. 뭐 딱 이거나 저거라기보다는, 약간 중간의 개념일 수 도 있고. 


살면서 이민자들을 만나면 –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나고 자라, 문신도 암스테르담 지역번호인 020으로 하겠다는 수리남 2세 – 자기가 네덜란드인이라고 하기보다는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더 큰 정체성의 일부인 것 같아. 먹는 음식, 습관, 태도, 그리고 나온 학교나 주변 친구들도 다르거든. 어쩐지 섞이지 않는 따로따로 문화인 것도 같지만, 미국에서 느낀 인종끼리 다니는 정도의 결계는 없어.


아무튼 유대인을 받아들인 네덜란드는 그 이유가 어쩐지 실용성인 것도 같아. 종교가 해를 끼칠 이유가 없고, 무려 비즈니스를 가지고 온다면 안 받아들일 이유가 뭐가 있겠냐 생각하면 말이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10%의 암스테르담 인구가 유대인이었대. 당시 8십만 명이 암스테르담에서 살았으니, 무려 8만 명의 유대인이 살았던 거지. 하지만 나치 유대인 말살정책으로 오직 1만 5천 명만이 생존했다니, 너무 슬프지?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의 임시정부로 쓰였던 유대인 카운실. 뉴카이저그락트 58 (Nieuwe Keizersgracht 58) 출처: City Archive Amsterdam

지금은 유대인들은 암스테르담과 그 아래 암스텔빈 사이의 바우튼벨더트 (Buitenveldert)에 많이 산다고 하더라. 집 값이 아주 비싸고 조용한 동네인데, 그만큼 유대인들의 (Kosher 코셔) 베이커리랑 정육점도 있어.


하지만 유대인들이 남긴 흔적은 요새 사는 동네나, 여러 암스테르담 속어만이 아니야. 1년에 여러 번 유대인들의 학살을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어. 예를 들어 2월 22일에는 유대교인들의 저항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기리는 경례가 암스텔/즈와는버그봘 (Amstel/Zwanenburgwal) 코너에서 있다고 하더라. 도시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끔찍한 기억으로 그리고 문화의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은 유대인들의 삶의 미뤄 암스테르담을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과거 유대인 동네의 주요 마켓은 워털루 플라인에 아직까지 현존해. Photo by Donatella D'Anniballe on Unsplash


가볼 만한 곳


1. 안 프랭크 하우스 (Anne Frank house):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 프랭크. 십대 소녀가 나치를 피해 암스테르담 아파트 다락에 숨어살 던 곳과 그가 쓴 일기는 박물관을 통해 생생히 느낄 수 있지. (팁: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으로 꼽혀. 그만큼 줄이 길어서 인터넷으로 먼저 티켓을 사서 가면 훨씬 편하다는 점 기억해둬.)


영화 The Faults in Our Stars(한국명: 안녕, 헤이즐)에서 주인공들이 안이 살던 다락방에 가는 장면, 한 번 봐봐! 암스테르담에서 찍은 장면이 많은 영화라 추천해. 그리고 아름답고 슬퍼도 희망적인 영화이기도 하고. 

https://youtu.be/x6tYDKuP6Hk


2. 그림자 벽 (Shadow wall, Schaduwkade): 2013년에 홀로코스트로 죽은 200명의 뉴카이저스그락트 (Nieuwe Keizersgracht)에 살던 유대인들의 이름으로 그들을 추모하는 명판. 헤미타지(Hermitage)라는 박물관 옆으로 운하를 따라 명판들이 도보에 있는데, 걸으면 기분이 참 그렇더라. 그래도 기억해야 할 역사인 거지. 암스테르담의 강인 암스텔을 거닐면서 한 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해. 

출처: http://nieuw.schaduwkade.nl/app/fsm.php?vwr=fotocollecties&mid=122
출처: https://jck.nl/en/location/portuguese-synagogue

3. 포르투갈 시나고그 (Portuguese Synagogue): 워털루 플라인 (Waterlooplein)에 있는 유대교 문화센터이자, 그들의 교회이지만, 방문이 가능해. 도서관이기도 하고 박물관이기도 하고 (17세기에 지어졌대) 콘서트 홀로도 사용되어 촛불 콘서트도 볼 수 있다고 해. 아름답겠어!




암스테르담 유대인의 동네 Jodenbuurt in Amsterdam, 1889, Eduard Alexander Hilverdink

4. 유대인 동네 (Jodenbuurt): 워털루 플라인의 근처로 유대인이 모여 살던 곳이라,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어. 지난번 언급한 렘브란트 하우스도 이 동네에 있어. 렘브란트는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그 동네에 살면서 유대인의 생활상을 많이 그렸다고 하더라.  


그리고 문화를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음식 이야기 


왼쪽이 마쩨스 (ekoplaza.nl)은 버터를 발라서 흑설탕만 뿌려먹어도 맛있어. 가운데는 제우스볼루스 (zeeland.com). 오른쪽이 폼 (surimealbox.nl)

- 마쩨스 (Matzes): 납작한 크래커 같은데 (flatbread의 일종),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어. 보통 종교적인 날 먹는데, 담백한 맛 때문에 그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네?


- 제우스 볼루스 (Zeeuwse bolus): 네덜란드 제일란드 (Zeeland)의 유대인 빵으로 흑당이랑 계피 맛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지. 


- 폼 (Pom): 수리남 음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 건너간 유대인 이민자가 수리남에 전파한 음식이 역으로 네덜란드에 다시 돌아온 거였어. 흥미롭지? 여러 가지 고기랑 야채를 섞은 음식이야. 난 샌드위치 사이에 넣은 치킨폼을 먹어봤는데, 오븐에서 나와 셰퍼드파이처럼 먹기도 하네!


모쪼록 17세기 황금기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의 정체성의 주요한 자리를 한 유대인의 문화와 그 문화가 남긴 것에 대해 보고, 맛보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참고자료

https://www.amsterdam.nl/en/leisure/commemorations/

https://jguideeurope.org/en/region/the-netherlands/amsterdam/

https://loyaltytraveler.boardingarea.com/2016/01/27/amsterdam-schaduwkade-shadow-wall/

https://jck.nl/en/location/portuguese-synagogue

https://hamodia.com/columns/dutch-jewish-food-next-stop/

https://www.joodsamsterdam.nl/schaduwkade/

https://www.timesofisrael.com/how-matzah-became-a-household-item-for-non-jews-in-the-netherlands/ 

https://www.tasteatlas.com/most-popular-sweet-pastries-in-netherlands

https://jewishhistoryamsterdam.com/the-jewish-history-of-amsterdam/

https://youtu.be/5Gnj2U_kX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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