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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20. 2021

특별한 암스테르담 관광팁 - 17세기 황금기가 남긴 것

네덜란드 기본기

우리나라보다 땅도 작고, 인구도 1천7백만명 정도 밖에 안 되는 네덜란드가 GDP 는 스위스보다 높고 국민소득은 (GDP per capita) 5만유로가 넘는 부자나라가 된 이유가 뭘까? 암스테르담에 발을 듸디면 느껴지는 유럽만의 안정적이고 유복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립박물관 Photo by Richard Gazzara on Unsplash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와 관련해 힌트로 시작할게. 암스테르담은 고대나 중세도시가 아니야. 17세기 경 대부분의 건물이 지어진 꽤 ‘젊은’ 도시야. 그리고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도 하지.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고, 영향력이 가장 컸던 때. 그 때 운하가 만들어지고 번성하기 시작한 도시가 암스테르담이야. 과거의 부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지. 그 때의 번영을 기반으로 또 계속 개발해서 진보하는 도시가 암스테르담이라, 17세기의 역사는 암스테르담을 더 깊이 있게 보는 데 좋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Photo by Ernest Ojeh on Unsplash

그 황금기의 키워드는 바로 무역이었어. 우리가 암스테르담 중심가를 걸면서 스쳐가는 건물 중의 일부는 그 무역시대의 역사를 지닌 장소기도 해.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 중앙역 (Centraal Station, Central Station)에서 그냥 시내로 쭈욱 걸어내려오면 네덜란드 왕가의 성 (Koninklijk Paleis Amsterdam, Royal Palace Amsterdam, 암스테르담 왕궁)이 있는 담광장 (Dam square)이 있거든. 비둘기가 가득한 좀 썰렁한 광장인데, 그 바로 근처에는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Stock exchange)가 있어 (주소는 Beursplein 5, 1012 JW Amsterdam).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세계최고의 나라가 된 네덜란드의17세기의 격변(?)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지. 


이 증권거래소는 지금도 Euronext의 본사이고, 건물이 커서 어떤 부분에서는 이벤트도 많으니 한 번 기회를 봐서 안에도 들어가봐. 

Courtyard of the Amsterdam Stock Exchange, circa 1670.  Job Adriaenszoon Berckheyde 

여기서 역사 얘기를 조금 할 수 밖에 없네.  당시 패권은 유럽 바깥의 대륙과 무역을 주도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있었는데,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점령되면서, 포르투갈에 들어온 물건을 나머지 유럽 지역으로 운송하는 게 주 산업이었던 네덜란드는 큰 타격을 받았대. 스페인이 당연히 그 운송로를 끊어버렸거든. 그래서 네덜란드의 상인들은 자기만의 무역로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근데 이게 혼자나 일개 기업의 힘으로는 안되는 거였지. 10 척의 1척만 돌아왔다나. 때문에 상인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가 동인도회사 (East India Company, 네덜란드 약자로는 VOC)였어. 하지만 수개월을 항해하고 전쟁까지 감내해야하는 배를 만들고 사업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했지. 

VOC 로고와 선박. By McKarri, CC BY-SA 3.0

그래서 고안해낸 게 바로 오늘 날의 주식과 같은 개념이었어.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투자해서 미래의 가치에 투자금 플러스를 돌려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지. 그렇게 만든 투자금이 오늘 날의 110million USD였다니, 대단하지? 세계최초로 IPO를 내고 대형 투자자부터 개미까지 도합해서 만든 회사 VOC. 오늘 날의 파이낸셜 마켓이 시작된 시점이었지. 그러니, 증권거래소 (Stock Exchange) 건물을 지나가면 한 번 그 생각을 해봐. 식민지 사람들과 상인들이 부자가 되는 꿈으로 똘똘 뭉친, 이를 테면 모험 회사에 투자한 희망 혹은 투기. 


VOC는 정점에 있을 때 7.9trillion USD가치로, 지금의 구글,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를 합친 것에 3배나 더 큰 회사였다니, 어마어마 하지? 세계에서 가장 컸던 회사, 그리고 그 영향력에는 오늘 날의 세계관까지 포함되니 (예를 들어 호주, 뉴질랜드, 미국의 발견, 남극탐험) 왜 이 이야기를 학교다닐 때 깊게 공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Photo by Marion Botella on Unsplash

그런 VOC의 주 사업은 향신료 무역이었어. 당시만 해도 향신료는 의약품으로도 쓰이고, 음식을 보존하고, 정말 부유층만 음식에 쓸 수 있는 재료라 그 가치가 대단했대. 그 때부터 네덜란드 사람들이 계피랑 넛맥이 들어간 과자나 빵을 많이 먹는지도 몰라. 이 VOC회사의 본사(헤드쿼터)는 지금도 남아 있으니, 한 번 둘러봐봐. 오스트 인디스 하우스 (Oost-Indisch Huis) 혹은 부스하우스(Bushuis)라고 불리고 주소는 Kloveniersburgawal 48, 1012 CX로 중앙역의 동쪽이야. 네덜란드-르네상스식의 건축물로 지금은 암스테르담 대학의 건물로 쓰이는데, 정말 여러번 지나가면서도 그런 역사가 있는지 몰랐었어. 

Amsterdam: Oost-Indisch Huis, Carlo Pelagalli

VOC가 이렇게 거대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독점무역권 뿐 만 아니라 군대와 외교권까지 줘서라는 말도 들었어. 하지만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돈을 번게 아닐까? 예를 들어 선교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오히려 무역이라는 목적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들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을 막고자하는 일본의 왕을 돕기도 했다나. 이렇게 해서 향신료, 실크, 은, 도자기를 거래해 남긴 이윤이 1500%였다고 해. 그 이윤은 나중에 네덜란드 간척사업에도 쓰이는데, 이걸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유럽의 농경사업의 일인자가되지. 네덜란드와 농경사업 이야기도 재밌는데, 이건 나중에 하자.


수 개월간 바다에서 죽어 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하나의 목적, 즉 돈 버는 것을 가지고 개척하고 또 개척하니, 얻은 것이 네덜란드의 황금기가 아닌가 싶어. 지금도 중앙역의 동쪽으로 선박회사, 배 만드는 곳, 부두가 있었던 VOC 본사 근처의 라스타줴 (Lastage) 지역을 거닐면, 당시 탔던 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해상박물관(The National Maritime Museum)이 있고, 향신료를 취급한 동네 답게 잘 관찰하면 건물이나 거리 이름도 관련이 있는 걸 볼 수 있어. 예를 들면 후추다리, 후추거리 (Peperbrug, Peperstraat)이 있지! 

바타비아 선박이 진열된 마리타임 뮤지엄 - 흰 건물이 밤에도 아름다워! Photo by Pedro Cunha on Unsplash


동쪽을 개척한 동인도회사가 있다면 서쪽을 개척한 서인도회사(West India Company, 네덜란드 약자로는 GWC)도 있거든? 그 헤드쿼터는 중앙역의 서쪽이야 (Herenmarkt 99, 1013 EC Amsterdam). 그냥 보면, 이런 역사가 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그냥 까페 같아. 이 곳의 정원에 있는 당찬 모습의 동상은 뉴암스테르담의 첫 사령관 (Peter Stuyvesant) 라고 하네. 우리가 아는 뉴욕이 뉴암스테르담이었다는 것 아니? 네덜란드의 서인도 회사에서 그 땅을 샀었거든. 그리고 헐 값에 영국에 팔아, 지금의 뉴욕이 되었어. 그 영광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부유한 네덜란드도 별로 부유해보이지 않을 정도야. 이런 건물도 이제는 그냥 까페겸 레스토랑 같거든. 

서인도 회사 본사 https://www.hetwestindischhuis.nl/

VOC는 이전에 꽃 편에서 말한 튤립마니아/버블로 인해 추락하게 되었대. 마치 코인처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으로 투기한 튤립 버블이 터지면서 튤립을 거래했던 VOC도 점점 패권을 잃어갔나봐. 사실 네덜란드 사람들은 VOC의 역사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좀 찝찝한 것 같아. 무역의 역사란 식민착취의 역사이기도 하고, 아프리카로부터 노예무역을 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그와 관련된 장소들이 덜 주목을 받는 것도 같고. 하지만, 네덜란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오늘날의 세계관으로 볼 때 잘 못된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덕목까지도. 


19세기에 들어 세워진 건물이지만 이 바다와 무역의 역사를 잘 전수받은, 그리고 전수하는 건물이 그랜드 암라스 호텔 (Grand Hotel Amrath Amsterdam)이야. 코넬리스 하우트만 (Cornelis Houtman)이 동방으로 처음 여행을 간 곳에 만들어졌대.  호텔사에서 인수하기 전에는선박 회사가 모인 회사 건물이었는데 항해라는 모티브로 암스테르담 스쿨이라는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진 인상깊은 곳이야. 17세기의 바다의 패권을 재현한 듯 화려한 장식물들이 많이 보여. 

암라스 호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mrathamsterdam/

그리고 운하를 따라 있는 멋진 건물들은 돈이 많은 상인계급들이 살 던 집이기도 하고. 우리가 보는 네덜란드의 그림들, 예를 들면 베르미어(Vermeer)의 우유따르는 여자 (The Milkmaid) 나 드 홐(Pieter de Hooch)의 코트야드 그림들은 (델프트가 주 무대였기는 해도) 이런 상인층과 그들의 집들의 일상을 기록한 그림이야. 요새는 개인이 살기에는 너무 비싼 맨션들이 많지. 오픈 가든 데이즈(Open Garden Days)면 이 맨션들의 아름다운 정원과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데, 2021년에는 안타깝게도 이벤트가 없을 예정이라네.

좌: The Milkmiad by Johannes Vermeer 우: Interior by Pieter De Hooch

참 그리고 많은 집들이 삐뚤삐뚤하고 좁고 꼭대기 창문 위에 도르레 매는 것 같은 게 있거든? 특히  요르단(Joordan) 지역에. 이 것도 참 보는 재미가 있어. 당시에는 집에 세금을 매길 때 너비에 따라 세금을 매겨서 좁게, 그리고 위로 갈 수 록 면적이 크게 지었대. 많은 건물들을 또 창고로 써서, 아무래도 별 상관이 없었나봐. 그리고  도르레를 써서 위로 무거운 물건들을 올린 거라네. 아직도 이사 시에 요긴하게 쓰이는 장치인지 종종 이사짐 달린 게 보이더라. 그리고 내가 센터의 아파트에 살 때는 물이 셌는데 한쪽으로만 물이 흐르더라고. 

바깥에서 보면 좁지만, 안에 들어가면 긴 암스테르담의 아파트들. Photo by Berke Halman on Unsplash

국립박물관 (라잌스 뮤지엄Rijksmuseum) 에 가면 울렁거리는 파도를 항해하는 배들과 무시무시한 바다의 모습이 많이 있어. 그리고 중국의 도자기에서 모티브를 삼은 네덜란드의 델프트 블루 자기들도 많고. 그 번영의 17세기를 박물관에서 구경할 때, 상인들의 확고한 (돈에 올인한) 개척정신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네. 당시 조선에 표류한 하멜도 그 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면, 신기하지. 이 시기 때문에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카리비안의 수리남, 아루바 등지 에서는 아직도 네덜란드어 혹은 네덜란드어를 반영한 언어를 쓰고 있어. 반대로 암스테르담 곳 곳에는 인도네시아 음식점, 수리남 음식점들이 보이고. 

국립박물관에 있는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걸작. Photo by Václav Pluhař on Unsplash

여담으로, 네덜란드의 스페인 시절과 무역의 시절은 아직도 사람들 무의식에 깊이 뿌리 내린 것 같아. 네덜란드식 크리스마스인 신터클라스 (Sinterklaas)가 바로 그래. 네덜란드는 12월 25일에 산타가 와서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12월 5일에 스페인에서 왕관을 쓴 흰 수염의 할아버지 신터클라스가 얼굴이 까만 즈와트 피트 (Zwarte Piet, Black Piet)랑 같이 배를 타고 도착해. 그리고 네덜란드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대. 신터클라스 시즌인 겨울이 되면 가끔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해. 창문 쇼윈도에 흑인의 모습을 한 즈와트 피트나 흑인의 두상이 장식물처럼 전시되거든. 아이들은 친근한 캐릭터인 즈와트피터를 좋아하고, 요새는 선물을 주려고 굴뚝을 내려와서 얼굴이 까만 것이라는 이야기를 정설로들 친다지만, 아무래도 좀 불편하지. 특히 괜히 스페인이 아니고 괜히 큰 배를 타고 흑인과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근 몇 년간 겨울이면 반복되는게 즈와트 피트 논쟁이야.  

2015년 흐로닝흔의 신터클라스 By Berkh - Own work, CC BY-SA 4.0

모두가 ‘돈’을 따라 하나가 된 네덜란드 17세기. 그 시절 축적된 부로 우리가 오늘 날 보는 운하가 흐르고 부유한 암스테르담이 만들어지고, 선원들이 들렀다가는 무역항의 사창가, 우리 눈에는 신기한 관습, 효율성을 중시하는 상인 정신까지도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도박에 가까웠던 항해를 감내한 용감함은 높이 살만하다고 봐. 



여행 계획 정리 (적어도 1박 2일)


설렁설렁 해볼 만한 것:  

- 증권거래소 지나가기 

- 오스트 인디스 하우스 지나가기

- 라스타줴 동네의 해양박물관 앞의 선박 봐보고, 후추다리 건너가고, 조용한 동네 구경하기

- 운하에서 배를 타고 맨션들 구경하기

- 요르단에서 쇼핑

국립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안티크 가게들 구경하기


시간을 들여 구경하면 좋은 곳:

- 국립박물관

- 암라스 호텔

- 렘브란트 하우스 (렘브란트가 살았던 곳. 17세기 집을 구경할 기회기도 하지)


식사 팁:

점심: 센터에 많은 인도네시아 음식점에서 라이스테이블 시켜보기

간식: 운하에 앉아 샌드위치랑 우유 먹어보기

쉬어가는 곳: 진(Gin)의 원조라고 하는 Genever바에 가서 몇 잔 해보기

저녁: 국립박물관에 딸린 음식점 Rijks에서 네덜란드 코스 요리 먹어보기


참고한 비디오/웹사이트도 볼 만하니까 추천할게.

https://www.youtube.com/watch?v=ewCs5CF5HEg&list=PLGyO1WPmugvrI1ki0sgc1zkzzd5avgVS8&index=4

https://www.youtube.com/watch?v=coIn8DopwY0&list=PLGyO1WPmugvrI1ki0sgc1zkzzd5avgVS8&index=4

https://www.youtube.com/watch?v=XmCnExtBES4&list=PLGyO1WPmugvrI1ki0sgc1zkzzd5avgVS8&index=5

https://www.youtube.com/watch?v=35PinDPNPw0&list=PLGyO1WPmugvrI1ki0sgc1zkzzd5avgVS8&index=6

https://www.worldsfirststockexchange.com/

https://www.hetscheepvaartmuseum.com/


그리고 국립박물관에 가기 전에 꼭 한 번 봐볼 만한 괜찮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야.

https://www.youtube.com/watch?v=LTQmskJQy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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