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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Aug 18. 2021

네덜란드의 제주도 스키어모니크오흐

네덜란드 여행

제주도는 남쪽에 있지만, 스키어모니크오흐 (Schiermoonikoog)는 네덜란드의 북쪽에 있어. 그래서 날씨로 따지면 제주도에 비유하기 좀 그렇지만, 네덜란드 사람들도 휴가로 많이 가는 곳, 뭔가 내륙하고는 자연이 다르고,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은 곳이라는 점에서는 제주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해.

스키어모니크오흐는 프리즐란드 주의 5개 섬들 중 하나야. 그 섬들 모두가 여름철 휴가지로 인기야. 테슬 (Texel)은 그중 가장 큰 섬인데, 차로 갈 수 있고, 일부 섬에서는 차를 운전할 수 있는 반면, 스키어모니크오흐는 차를 내륙에 두고 페리를 타고 가야 해서 주민이 아닌 이상 차를 탈 수 없는 섬이야. 섬 전체가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인 만큼 가장 갈 만한 곳 같아서 가게 되었어. 


우리는 페리를 타고 40분 걸려서 섬에 도착했는데, 친구는 갯벌 장정(?)을 했어. 내륙에서 썰물 때 가이드랑 같이 섬까지 걸어가는 거야. 듣기만 해도 힘들지? 그렇게 뻘을 건너고 나서 신발이 장렬히 전사했다고 하더라.


섬 이름의 스키어는 회색, 모니크는 수도승, 오흐는 섬이라는 뜻으로 섬의 이름은 수도승의 섬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종교적인 느낌은 없어. 바다의 대자연과 북해의 모래언덕 생태계가 정말 인상 깊은 곳이야. 자전거를 렌트하면 16km 길이의 섬을 여행하기 편해.

카이트 서핑하기 좋은 바람
모래 언덕 사이로 난 아름다운 길

그리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남편은 마치 헤어드라이어 안에서 사는 것 같다고 하더라. 네덜란드 사람들이 쉽게 산다고 얼마 전에 썼는데,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를 낑낑대며 타는 (자전거 탈 때 바람이 정방향으로 부는 경우는 손에 꼽더라…) 일상을 생각해 보면, 사실 엄청 고생하며 사는 것도 같다. 그 바람이 만든 모래 파도/모래 물결 (내가 지어낸 이름인데, 뭐라고 하면 좋을까) 한 번 구경해봐. 너무 멋있어서 사진하고 비디오를 끝도 없이 찍었네.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서 그런지, 모래 언덕에 꽃과 베리들이 흩어져 피고 열려 보기 좋았어. 그냥 모래색에 풀색이 아니라 분홍색, 빨간색, 보라색 섞이니 아무래도 더 예쁘더라고. 그리고 자전거를 멈추고 블랙베리를 따 먹는 사람들도 보이고 (맛은 셔).

네덜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핫핑크 수국

결국 작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는 보라색 꽃이 펼쳐진 늪지대가 있고, 어느 곳에는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어느 곳에는 양치류가 빼곡한 숲이 있고, 어느 곳에는 소, 말, 양 농장이 있고, 어느 곳에는 농경지가 있고… 가는 곳마다 신비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명소였어.

오른쪽의 깃발이 스키어모니크오흐의 깃발이야

이곳 사람들은 아마 모두 다 알고 지낼 거야. 나란히 모인 집들 사이사이 섬의 상징 깃발이 보여. 그리고 음식의 양으로 미뤄보면 (…) 마음씨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섬에 도착한 오후, 점심을 시켰는데 너무 많이 나왔어.  나는 12uurtje라는 이름의 음식을 (직역하자면 정오식사)를 시켰거든. 네덜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 메뉴들이 조금씩 나오는 줄 알고. 그런데 정량이 메뉴대로 나왔어 ㅎ 나중에 남편이 말하기를 12uurtje라는 말 자체가 손꼽아 기다린 점심 식사처럼 들려서 양이 많을 것 같다고 하대.이때부터 휴가 중 다이어트는 포기하게 된 거 같다. 

그리고 시킨 스키어모니크오흐 커피는 아이리쉬 커피처럼, 이 동네 리큐어에 커피를 섞고 휘핑크림을 올린 커피야. 비가 오던 12시에 딱 좋더라!

'정오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한 꺼번에 나오는 건가?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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