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에 항상 보이는 키오스크(가판대와 슈퍼의 중간 사이)에 가면, 어딘가로 이동 중인 사람들이 간편하게 뭘 먹는지 알게 되지. 바나나, 사과, 스니커즈, 쿠키, 크루아상, 샌드위치, 물, 우유, 탄산음료, 주스... 뭐 이런 평범한 '서양식' 간식들 사이에 나름 네덜란드만의 먹거리들, 간편식들이 숨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갈색 슬라이스 빵이야. 아무것도 따로 들어가 있지 않아, 더 스펀지처럼 보이지.
그 갈색 빵의 정체는 온트바이트쿡 (Ontbijtkoek)인데, 직역하면 아침용 (온트바이트, 아침식사) 케이크 (쿡, 쿠키와 케이크의 중간 사이인 네덜란드식 빵).
호밀이 주재료라 이런 짙은 갈색이 돈다네. 그리고 설탕하고 계피가 들어가서 커피랑 먹으면 어울리는 달달한 맛이야. 간식으로도 먹더라.식감은 좀 뻑뻑하고 꾸덕한 파운드케이크야. 위아래 부분이 짙게 캐러멜화 된 만큼 풍미가 깊어.
우리가 모닝빵으로 부르는 아주 부드럽고 연한 동글동글한 빵 하고는 너무 다르지?
코로나 락다운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얼마전에 온라인 장 볼 때는 이 기다란 온바이트쿡을 7년만에 처음으로 사봤네. 이 건 설탕 대신 자일리톨을 썼다나. 그래서 칼로리가 조금 더 낮다고 해서 골라봤어 (100g 당 235kcal). 남편 말로는 일반 설탕 넣은 것보다 덜 촉촉해도 그 맛은 일반 온트바이트쿡 같대.
버터를 얹지 않고 커피가 없으면 좀 목이 메고 맛도 별로 (...) 지만, 호밀이라 밀가루보다 더 소화가 느리고 든든하겠지라는 생각이야. 그리고 아침에 단 게 당길 때 먹기 편하고, 저렴하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고, 그런 장점이 있겠다 싶어. 무엇보다도 특별한 점은 아침을 계피향으로 연다는 점~
네덜란드 사람들 계피 정말 많이 써... 거의 모든 단 음식에 들어가는 것 같아.
네덜란드의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온바이트쿡이 있는데, 그중에 유명한 게 데이븐터(Deventer)라는 한자도시의 데이븐터쿡(Deventerkoek)이야. 너무 유명한 특산물이라 데이븐터를 쿡의 도시(Koekstad)라고 한다네. 중세시대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빵이라는데, 지금은 지역특산물이면서도 한 회사에서만 만드는 빵이야. 데이븐터의 아기자기한 중심가에 있는 오래된 건물에서 살 수 있어.
그리고 어린 시절 운동회 때 했던, 막 달려가서 입으로 줄에 매달린 빵을 손을 안 쓰고 먹고 돌아오는 게임 있잖아? 네덜란드에도 그런 게임이 있는데 그때 이 빵을 (특별히) 쓴다네? 주로 아이들 생일파티 때 한다니, 재밌다. 나도 해보고 싶어져 ㅎㅎ. 단단한 편이라 부서지지도 않고 달짝지근해서 애들이 좋아하고 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네. 여기서는 그 게임을 쿡하픈(Koekhappen, 케잌떼먹기 정도의 번역?)이라고 한다는데, 우리말로는 뭐라고 했더라?
그러고보니 우리가 산 온바이트쿡 포장에도 빵이 줄에 매달려 있었구나! 역시 하나를 알면 둘을 알게되는군... 그럼 다음 번에 온바이트쿡을 사게 되면 집에 줄을 걸고 빵을 매달고 게임한 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