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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Mar 13. 2022

네덜란드 요양원에서 한달살기

네덜란드의 젊은 노년

이제 암스테르담 근교의 노년주택 (Elderly home, 보통 나이가 65세 이상인 사람이 사는 주택)에 이사 온 지도 3주가 되어가네요. 어둡고 비가 흐리던 날들이 갑작스레 좋아져서 이제 정말 봄인가 싶어요.

서리를 맞고도 잘 피는 네덜란드의 봄꽃...

비가 오는 월요일에 일과 이사를 병행하며 정신없이 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바깥을 산책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동네에 익숙해져보려고 하는 요즘입니다.

비 오는 날 네덜란드에서 이사하기

어르신들이 생활하기 편하게 만든 아파트 단지에 이사오게 되니,  좋은 점이 많네요. 우선 층간소음 없이 아주 조용해요.

그리고 남향이라 해가 아주 잘 들어요.

널찍한 아파트 앞 녹지

곳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는 어쩐지 해가   들게 설계했는지, 창이 커서 낮에는 차양까지 치지 않으면  안에서 구워져 버릴 정도로 해가  들고 많이 따듯한 편이에요.


그리고 구석에 위치한 주방은 아침해가 너무  들어서, 요리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본다면 거의 80년대 영화 세트장 같네요. 이런 곳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데 그냥 자연스레 추억이나 상념에 잠기게 되는 그런 풍경  같아요. 정신없이 아침식사 거리를 꺼내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이런 햇빛도 생각도 사라지고요.

일출로 핑크빛으로 물든 부엌

그리고 입주민들이 아파트 복도 곳곳에 꽃이며 나무를 두었는데 어쩐지 모든 게 조금씩 다 빛이 바랜 것 같아요. 뜨거운 햇살 때문에 진짜 그냥 빛이 바랜 건지도 모르죠.


햇살 아래   그림은   걸어두었는지 이상할 만큼, 영혼까지 공허한 빛바랜 외로움이 느껴져 떼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면 그 집에서 은퇴하고 노년까지 살다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손길이 많이 가고 계단이 많은  (여기는 대부분 거주 구조가 3 집이에요) 떠나는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나이가  사람들을 위해 특화된 아파트로 이사를 오나 봐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찾아보니, 어린이의 복지는 가정이, 노인복지는 국가가 해야 한다고 많이들 생각한대요.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에 노인 주거단지의 특이한 정책이 몇 있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어 연장자 전용 아파트에 대학생들이 같이 살면서 교류하게 학생들은 공짜로   있게 한 사례가 있다네요.

각종 행사가 나름 많이 있는 2층 강당

지나치며 보는 네덜란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겉모습만 흰머리가 보이고 걸음이 조금 느릴 뿐, 눈빛이 건강해 보여요. 활기도 가끔은 우리보다 더 있으신 것 같고. ㅋㅋ


이 아파트는 너무 시골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도 해 먹어야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나 친구들하고 강당에서 합창단도 하고, 영화도 보고 할 수 있는 게 많으니 지겹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양로원의 개념일까요.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들린 합창단 소리.

네덜란드의 나이 드신 분들도 대부분 젊게 살아요. 특히 (비교적 시끄러운) 암스테르담에 사시는 분들을 보면 젊었을 때 분명 한가닥 (?) 했을 것 같죠. 할아버지들이 온통 검거나 회색 옷에 빨간색 바지를 입거나 오렌지색 스카프를 메는 걸 보면 ‘아 무슨 색을 입어야 활기가 나는지 아시나 보다’ 싶고,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를 보면 ‘나보다 잘 타네’ 싶죠. 아래 통계를 보니 나이가 들어도 자전거를 젊은 사람들처럼 많이 타네요!

위 아래 사진 출처: https://www.aarpinternational.org/image%20library/content-images/atj_2019_senior-cycle_

합창단에 들기에는 좀 쑥스러운데 (바쁘기도 하고) 아파트의 흰머리 이웃들과 더 교류가 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이 나라의 연장자에 대한 존경은 같은 인격으로 대우하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아닐까요. 개인주의, 합리주의 국가의 국민들이 생각한 노년의 모습과 연장자에 대한 대우는 이런 거구나 싶어요.




참고한 글:

https://www.iamexpat.nl/expat-info/dutch-expat-news/dutch-people-want-care-their-children-not-elderly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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