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르게 쓰레기 버리기
이곳에 살다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이야말로 ‘이과’가 아닌지 싶을 때가 있어요. 문제 풀이를 좋아하고 그 과정이 효율적인 게 중요하게 생각한달까요. 기술이나 규칙을 통해 더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간단한 예를 든다면 사과 씨를 빼는 연장(?), 병에 남은 잼 같은 것을 싹싹 긁어내 주는 연장(?) 같은 걸 발견하는 게 참 재밌어요. 정말 누가 쓰는 걸 본 게 아니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싶은 게 많은데, 막상 용도를 알고 나면, ‘오 괜찮네’ 싶게 말이 되는 거죠.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는 특히 쓰레기 처리하는 방식이 있어요. 암스테르담 살 때는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근교에 나와 사니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방법이 황당하고도 인상 깊었어요.
우선 암스테르담처럼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주민들이 매립형 컨테이너에 모아버려요. 그냥 뚜껑 열고 버리면 지하에 있는 더 큰 컨테이너에 몽땅 쏟아 들어가져요. 쓰레기가 흘러나와 보기 나쁘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시에서 한 주에 한 번씩 전용 트럭으로 이 지하에 매립된 컨테이너를 지상으로 들어 올려서 내용물을 트럭에 붇고 옮겨가요. 이 모습은 참 신기해서 애들도 어른들도 가끔 서서 구경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시민들이 쓰레기를 대충 아무렇게나 버리고, 도로가 더러워져도 신경 안 쓰고, 쓰레기 청소할 사람이 정성을 다해하지 않을 걸 아니까 이렇게 관리한 게 아닌가 싶어요. 버리기 편리하고, 관리하기 용이하고, 처리하기 쉬운 거죠.
이와 다르게 집들이 많은 근교에서는 집집마다 쓰레기통이 있어서 이 걸 비워 간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자기 집 앞에 내두는 쓰레기통이니 쓰레기도 관리를 하게 되죠.
암스테르담에서 살 때는 시에 내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 2인 가구 기준 연 580유로였는데 (78만원 정도), 이 보다 더 내게 될까요, 덜 내게 될까요?
그리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놀라운 장면을 봤어요. 한가로운 일요일에 차들이 줄을 서서 어디 들어가려고 하길래 남편한테 물어보니, 다들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라고 하네요!
집집마다 통에 들어가지 않는 큰 쓰레기를 (가구 같은?) 버릴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네요. 그 쓰레기는 전문가를 써서 버리던가 이렇게 직접 차를 싣고 쓰레기 장에 온대요.
그리고 들어올 때 차 무게를 재고, 나갈 때 차 무게를 재서 쓰레기 양을 측정하고 돈을 매긴다네요... 참 세금 떼는 방법도 여러 가지예요, 그렇죠?
또 빗자루로 길을 쓰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아요. 대부분 이렇게 차를 이용해서 길을 닦고 잔디를 관리하고 그러네요. 거의 모든 것에 도구와 기계를 사용하니, 편하고, 효율적이고,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