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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Sep 03. 2023

네덜란드식 짜장면집

인도네시아 찍고 중국 찍고

오늘 저녁은 포장음식입니다. 집 근처에 보이던 음식점이 어떠냐고 하니, 남편이 가게 메뉴를 꼼꼼히 살피고는 군침을 흘리더군요~

‘뿌용하이, 챱쵸이, 나씨, 바아미~ 프라이드바나나’하면서 메뉴만 읽어도 천국에 가나봅니다 ㅎㅎ 들어보니 이 음식점은 이곳, 네덜란드에 흔한 더치식 중국집이었어요.


어느 집을 가도 매뉴얼처럼 항상 파는 메뉴가 같아서 뭘 고를지 안 봐도 알겠고, 저렴하게 푸짐하게 먹고, 어릴 때부터 먹어 온 배달음식이라 먹으면 허기는 물론 마음 한 구석 아주 푸짐하게 채워주는 음식. 조미료는 기본에 기름지게 만들어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는 거 같은 음식. 김치처럼 해외에 나가면 꼬옥 먹고 싶은 음식. 소울푸드 탑 10 안에는 들을 음식. 우리나라 중국집 짜장면-짬뽕-탕수육-군만두같죠.

정작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식 중국음식이 제일 맛난 중국음식이고요.


이와 너무도 비슷한 게 네덜란드 중국집입니다.

음식에 엮인 정서는 비슷해도 본토 입맛이 다르니 결과물도 다릅니다. 네덜란드에 이주를 온 광동/홍콩 지역 중국인들이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개발했다네요.

그래서 네덜란드의 오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의 요리와 광동요리가 절묘하게 네덜란드에서 만났어요.


오늘의 (그리고 다음에도 시킬) 메뉴

계산서~ 물가 비싼 여기서 이틀치 2인분으로 끼니당 약 10유로니까 나쁘지 않죠!

땅콩소스 (땅콩버터 & 간장 베이스)가 살짝 곁들여진 닭꼬치 사테가 아니고 땅콩소스에 푹~~~ 담가진 닭꼬치 사테아얌. 컵에 가득 소스를 붓고 꼬지 5개를 꽂아 주는 포장센스 좋습니다 ㅎㅎ

웍에 이 재료 저 재료 섞다가 여러 가지가 더 섞여 나오는 것 같은 희멀건 볶음밥과 볶음국수 바미 & 나시. 고기조각, 햄조각, 계란 조각 발견 가능. 뚜껑 덮고 익혀 노른자도 하얗게 된 계란후라이 (안에는 살짝 덜 익어 완숙은 아닙니다). 이 소스 저 소스에 비벼 먹다 2인분 양 한 그릇이 갑자기 다 없어짐 주의.

이렇게 그릇에 조금씩(?) 담아 먹습니다

인도네시아 출신 직장동료 왈 자기 학창 시절 별명이었다던 룸삐아와 (지못미죠..) 거기 찍어 먹는 파인애플 맛 양배추 토마토소스. 흐물거리는 양배추가 지단 같기도 하고 레몬껍질 같기도 하고 합니다.


계란을 대충 프라이팬에 넣고 토마토소스에 전분을 더해 휘휘 저어 만든 거 같은 뿌용하이.

이곳의 전통 과자와 비슷하게 슈가 파우더가 뿌려진 폭신한 도넛 튀김옷, 그리고 그 안에 숨은 흐물흐물한 바나나.


시키지 않아도 항상 같이 오는 인도네시아식 칠리소스 삼발. 볶음밥에 곁들여 먹는 걸 깜빡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왜 우리 남편이 중국집 군만두 짜장면에 반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그리고 이곳 중국음식의 최장점.

내일 먹을 것도 생깁니다!

(짜장면 곱배기 시켜도 통에 남겨서 다음 날도 먹는 사람은 못 봤는데…)

제 입 맛에는 (솔직히) 다 그냥 그렇지만 다 중독성 있는 끝없이 먹어지는 음식입니다. 탄수화물에 볶고 튀기고 조미료 넣고 달고 짜고 새콤하게 하면 뭐라도 그럴지도 몰라요!  남편은 백점 만점에 백점이었다네요.


이 음식도 크로켓처럼 어느 순간 최애 더치음식 중 하나가 되어갈까? (진행형입니다ㅎㅎ) 궁금해집니다.


https://brunch.co.kr/@thenetherlands/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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