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내 집 가꾸기
빈 땅에 지을 새 집을 분양받은 지 벌써 2년 전. 몇 주 전에 드디어 집 열쇠를 받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새 집을 지을 때 건설사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며 골조와 기계설비, 에너지와 관련된 항목 (유리창이나 문짝)을 제외하면 제공을 하지 않네요. 그래서 흙밭인 정원, (마구) 노출된 콘크리트 바닥과 천장, 삐죽삐죽 튀어나온 전기선이 인상적인 집이 저희에게 왔습니다.
2년의 기다림에 더해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 공사에 들어갔어요. 과연 계획대로 3개월 안에 사람 살 집처럼 만들어질까요?
열쇠를 받는 당일에는 집 조사하는 전문가를 고용했어요. 이 전문가가 소비자를 대신해 건물에 흠이 있는지 살펴보고 2주 안에 건설사가 고쳐야 할 점을 정리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해요. 우선 형식상으로나마 소비자 보호가 잘 되어 있는 게 느껴집니다.
차고 문이 안 닫히고, 울타리가 없고, 창문이 휘어졌고, 여기저기 벽 페인트를 다시 해야 하고, 뭐 한 20가지의 요구사항이 나왔어요. 쉽지 않지요?
어쨌든, 엄청난 문제는 없어서 내부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집 열쇠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에요.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나 봐요. 처음 2주간은 아주 기본적인 일부터 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우선 전기선을 다시 연결하고 재위치가 필요하면 고칩니다. 안전과 편리를 위해 전등을 핸드폰으로 조정하고 싶다는 남편의 “스마트홈” 꿈이 이뤄지는 때입니다… 이 것도 건설사에서 미리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화장실은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건 80년 대 공공화장실 분위기고, 다른 걸 하려면 건설사에서 지정하는 바가지 업체 (…)를 써야 했습니다. 또 그 바가지 타일/욕실용품 회사에서 저희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그냥 배수부터 모든 것을 저희가 따로 알아서 하기로 했어요.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디자인과 예산의 자유가 중요하지요….
우선은 목수를 써서 화장실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변기 자리, 목욕탕 나무 골조 같이 생각해보지도 않은 집의 모든 걸 알게 되네요.
그리고 동시에 하는 일이 벽에 회반죽(?)을 발라 평평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plastering). 그 위에 페인트를 바르는데요, 이 작업이 없으면 페인트가 잘 안 발리고 색도 나오지 않는다네요.
이 작업을 위해 남편과 제가 집 전체에 또 다른 제품을 발랐어야 했어요. 그리고 문틀이나 창틀에 묻지 말라고 테이프까지 꼼꼼히 붙였어요. 회반죽이 컬러 메이크업 단계 전 파운데이션이라면 저희가 바른 건 프라이머입니다. 파데 잘 붙으라고 최소 260cm 높이의 벽을 다 칠했네요.
짠돌이로 알려진 네덜란드 사람들이 돈을 쓰는 것 중 하나가 집 가꾸기예요. 어디를 가든 정성스레 만든 정원과 나름 트렌디한 가구들이 보이지요. 그런데 직접 인테리어 시공 과정을 보니 집은 정말 돈 먹는 하마였네요. 외벽의 벽돌 관리며 정원 디자인을 정하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할 게 많아요. 새 집이다 보니 안 하고 그대로 쓸 수 있는 게 없고요.
보아하니 네덜란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직접 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물론 비용도 비용이지만 손길이 가고 시간을 들이는 만큼 애착이 생겨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매일 둘러보고 매일 저녁 먼지와 쓰레기를 청소하며 어쩐지 집이 더 내 집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누가 다 해주고 몸만 들어가면 되는 편안한 집도 좋지만 이렇게 텅 빈 집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고 그 변화를 일궈가는 게 보람은 있나 봐요.
이제 곧 화장실 배수 공사랑 타일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다음은 바닥 까는 작업, 그러고 나서는 주방이 들어오네요. 그럼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