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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룡 Jun 18. 2021

불안을 먹고 자라는 사업들

경제가 성장해도 불행한 이유

한국에서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 사업 분야가 네 가지 있는데, 교육, 보험, 종교, 부동산이다. 서로 상관 없을 것 같이 보이는 이들 분야는 한 가지 동일한 특징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곧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치가 할 일이 사람들이 먹고 살일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집은 주거복지 차원,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와 노동력의 적절한 공급과 배분, 종교는 이웃 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탐구와 철학을, 보험은 상호 부조와 위험 대비로서 사회보험 강화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이들 분야는 사람들에게 미래와 2세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증폭시키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망하지 않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해왔다.


국민들의 주거복지에 대한 욕구와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담당해야 할 LH가 사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노리며 투기를 해왔다는 뉴스를 들으며, 그들이 번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뻔하지 않은가. 자녀들 유학비 대거나 비싼 사교육 시키느라 돈 쓰고, 사이비화된 종교 단체에 갖다 바치고, 사보험과 주식에 밀어 넣고, 평 수 너른 아파트로 이사 했겠지.


이제는 이들 분야 외에 사람으로 아니 생명체로서 최소한의 권리인 의료 분야 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게 자본의 속성이고, 이땅의 힘 있는 정치권은 호시탐탐 자본의 요구를 관철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말이 그렇다 뿐. 망하지 않는 사업 분야가 있겠는가. 하늘 모르고 치솟는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고, 비싼 사교육비 들여 대학까지 보내봐야 2세까지 노예 신분을 물려줄 뿐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이제는 결혼도 거의 하지 않는 삶을 택한다. 이른바 출산 파업이다.

그러니 교육 사업이 망하고, 보험도 해약하고, 부동산도 곧 망할 날이 다가온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생명권을 인질 삼아 한 방울 고혈을 짜 내는 것이 바로 의료민영화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도 거의 망한 것 같다. 참으로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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