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너무 완벽하지 않은 것이 좋다.
비가 온다.
어제 날씨 예보에는,
아니 오늘 아침 날씨예보에만 해도 비소식이 없었는데
마치 기상청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가 내리고 있다.
국지성 호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니
분명 아침에만 해도 배고플 리 없다던 위장이 요동을 친다.
어느새 시간은 오전 11시.
배고픔이 정점을 향할 때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날씨처럼
배고픔 역시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이럴 거면 좀 더 먹어둘걸 후회가 된다.
분명 아침을 먹을 때만 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허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누군가와의 만남 역시 함께한 시간은 즐겁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생각하지만
잠시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금세 그리움이 찾아온다.
매 끼니마다 찾아올 배고픔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찾아올 그리움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 더 먹을걸, 조금 더 볼걸 하는 후회를 남긴다.
하지만 문득 이런 후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간혹 되풀이되는 이런 어긋남이 또한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매 순간마다 예상을 하고, 계획을 하고, 실행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배고픔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사소한 어긋남은 나의 일상을 환기시킨다.
완벽은 삶을 피곤하게 하고 금방 질리게 한다.
이따금씩 벗어나는 날씨와 배고픔 예보 덕분에
잠시 삶의 긴장을 풀고 엉뚱함에 미소 짓게 된다.
그 덕분에 잠시 숨을 고르고 또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팽팽하게 당겨진 실은 언젠가는 끊어진다.
배고픔은 식사를 더욱 즐겁게 하고
그리움은 누군가와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조금 부족한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