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40대 아빠의 일기
올해 초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놀랐던 게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젖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중학생이 되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귀엽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사춘기 청소년이 된 아들을 보니 아이들의 성장 속도만큼이나 세월의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실감케 한다
불과 3년 전의 사진만 봐도 아직도 앳되고 철없어 보이는데
지금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무뚝뚝하게 툭툭 말을 뱉어내는 전형적인 사춘기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어른들이야 몇 년이 지나도 변화가 미미하지만 한 번씩 과거 아들의 사진을 보면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새삼 느낀다.
지금은 친구들과 어울리는걸 더 좋아하는 시기라 더욱더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인가 사진 속의 나날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계속 아려온다.
지금의 모습 역시 또 몇 년 후엔 잊히고 그리워할 순간들이기에
지금이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겠지?
실상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니 정말로 기억에 남는 무언가가 많지 않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을 한 이후, 삶에 치여 유년시절은 기억 저 멀리 묻어두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좋은 아들은 아니었기에
사춘기 아들 녀석의 무뚝뚝함에 씁쓸하면서도
이 씁쓸함의 대상이 아들인지, 무심히 지나간 세월인지, 나 자신인지 모르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갔기에 아름답고, 또 후회가 되고, 미련이 남는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씩 찬란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역시나 현재에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리고 그럴수록 지금에 충실해야 되지 않나 다짐하게 된다. 이 또한 후회로 남지 않도록.
씁쓸한 마음을 추스르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헤치고 집 앞에서 붕어빵을 하나 사 오니
그제야 방에서 나와서 무심한 표정으로 붕어빵을 집어먹는 아들 녀석을 보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아직도 한 번씩 귀여운 구석이 남아있긴 하다.
필연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만큼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부모자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갔으면 좋겠다.
그게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 녀석도 한때는 순수하고 귀여웠는데 말이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