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지인이 얼마나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맞장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줄 사람이 없을 때, 사람들은 한 없이 외롭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고민이나 걱정이 있는데 주변사람들 중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을 때, 상당히 괴롭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는다.(물론 나에게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적은 편이긴 하지만...)
실제로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고민과 근심거리가 있는데 이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고 떠들며 즐기는 것은 아주 친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함께 슬퍼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은 서로 깊은 관계가 아닌 이상 불가능 하다. 물론 이런 친구는 내 인생에서 1~2명만 있어도 행복한 것이다.
두 번째는 공감의 주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상 더 큰 이유인데 보통 누구나 친한 친구 한 두 명쯤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떠한 일이든 간에 우리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터놓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즉, 사람은 결국 다르다.
아무리 친한 가족, 친구라 하더라도 나와 생각이 100% 똑같을 수 없고, 나와 100% 똑같은 느낌을 가질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일을 가족이나 내 친구(회사 외)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물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지레짐작하여 이야기해도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라는 생각이 큰데, 실제로도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공감하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보통 회사 일은 회사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풀곤 한다.
반대로 가족사도 마찬가지다. 나의 가족에 대해서 알고 있는 특정 몇 명에게만 이야기할 수 있다.
즉,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도 적은데,
거기에다가 나의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서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또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혼자 한적한 Bar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차라리 제삼자에게 이야기하면 어떨까 싶을 때도 그래서 가끔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은 자기 자신만의 틀에 갇혀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만의 편견에 갇혀서 '이 사람에게는 이야기하기가 좀 그래.'라는 식으로 가둬둔다. 물론 의외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말하길 잘했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고. 또 두렵다.
공감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도 우리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하나가 내 인생을 지탱해 주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줄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감히 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면 외롭다는 생각은 들더라도 때로는 한 번씩 스스로도 혼자 견뎌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의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의 욕심이다.
공감받을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스스로 감당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꽁꽁 숨겨둔 비밀 이야기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풀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면서..
그리고 조금씩 이런저런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