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들 다하는 지극히 평범한 초중고 교육과정을 거쳐
특별한 말썽도 엄청난 고난도 딱히 없이 무사히 대학교 졸업장을 따서
평범한 회사에 취직하여 지금까지 무난한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
평범이란 말은 그 무엇보다도 익숙하고 친숙한 인생의 동반자 같은 단어다.
물론 살면서 약간의 굴곡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소심하고 안전제일주의인 나의 성격과 맞물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삶을 살아온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나도 어릴 때부터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특별함'을 동경하며 살아왔다.
예를 들어 흔히 어린 시절 보는 만화에서도
"너는 특별해"
"너만이 할 수 있어"
등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을 칭송하는 대사들처럼, 나도 모르게 그러한 만화 속 주인공이 되길 기대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나에게 숨은 힘이 있다던가? (요새는 이걸 중2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그밖에 요 근래는 특히 부모들이 자녀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켜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부모의 사랑을 표현함과 동시에, 아이도 어느새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각인하는데 한몫하지 않을까 한다.
혹여라도 부모의 사랑이 조금 지나친 경우에는 아이가 조금만 특출난 부분이 있어도 과하게 능력을 추켜세우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나도, 내 주변 또래들을 봐도 저마다 특별해지는 것을 꿈꿨던 것 같다.
장래희망을 발표하면 누구나 대통령, 우주비행사 등 거창한 꿈들이 즐비했었다.
물론 그런 꿈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현실화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특별함을 동경하는 것을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특별함' 속에 묻혀 '평범함'이 마치 낙오자나 뒤쳐진 자로 오해가 생길까 걱정되는 것이다.
나의 10대 학창 시절로 돌아가 그때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여 나의 보물인 과거 낙서 노트를 뒤져보니 이런 말이 있다
.
'특별함을 꿈꾸는 것보다 평범함을 꿈꾸는 것이 진짜 특별한 것이다'
이 말을 지금에서야 곱씹어보니 일종의 자기 방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때는 나 스스로 그런 생각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스로 특별하지 못함에 생각한 자기변명일 수도 있지만,
평범함이 결코 특별함의 하위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누구나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평범해지고 싶어 하는 생각이야 말로 특별하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나도 평범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생긴 것도 평범(아니 못생긴 편에 속한다.....)
가진 것도 평범
잘하는 것도 딱히 없고
누가 봐도 보통의 평균화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자신감이 많이 없었고, 또 그러다 보니 혼자만의 생각이 많아지고, 누군가와 하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를 글로 많이 표현하고는 했었다. 지금은 그러한 생각들과 고뇌들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해준 중요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찌 되었든 지금 이렇게 나만의 글을 브런치를 통해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기타'라는 취미생활이 생겼다.
한동안은 오직 그것만이 나를 조금이나마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까지는 변변한 취미나 특기가 없었기 때문에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기타를 연주할 때만이 약간의 자기 만족감이 들었다.
'아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당당히 이야기하고 보여줄 만한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하고 말이다.
아무튼 근근이 20여 년간 취미생활을 해오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미일 뿐 실력 자체는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 한심하지만 악기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 그저 자기 만족감에 해오던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만족감이라는 동기도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그게 어떤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자신을 표현할 또 다른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대단한 보람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범한 나에 대한 조그마한 위안과 힘이 되곤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이러한 것을 회사 생활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
실상 10여 년 넘게 관리부서에서 일을 해오면서 나는 관리업무 특성상 그러한 직원들을 많이 봐왔다. 비단 관리부서만이 아니라 어느 부서든 어느 직무든 약간의 포지션이 다른데, 단순하게 둘로 나누어보면
회사에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고유업무와 성과지표 도출이 가능한 전략업무, 과제 업무가 있다.
관리업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늘상 반복되는 고유업무인데, 따라서 같은 직무를 2년 3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업무에 대해 루즈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딱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년 인사고과 때 자신의 업무실적란이 있는데 대다수의 고유업무 담당 직원들은 아예 공란이다.
그래서 그런 직원들에게 곧잘 물어본다.
"아니 왜 실적란에 아무것도 안 적었어?"
"글세요 딱히 제 업무가 특별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적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요."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실적이라거나 성과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은 둘 중에 하나다. 거기에 만족하고 살면 오래도록 하고, 보통은 3년 이상 지나도 직무 변경이 안되면 되면 회사를 그만둔다.
나는 사실 직장 상사나 회사의 인식이 첫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관리부서라 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없이 일상 업무 처리하는 사람들에 대해 성과로 인식하는 부분이 상당히 낮다. 그래서 항상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고유업무라고 해서 정말로 과거 수십 년 동안 하던 대로만 하면 안 되고, 그 안에서도 조금씩 개선하고 노력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스스로의 인식도 그렇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정받지 못할지언정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그 이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게 한 해 두 해 가다 보면 어느새 다들 그렇게 변화해 가는 것 같다.
이상론 일지 모르지만 어떤 일을 하든 자기 일을 소중하게, 하찮은 일이라도 그 속에서 변화를 찾고 즐거움을 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회사는 그러한 직원들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누구나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요즘 MZ세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돌아 돌아왔지만 결국 지금 나는 이런 평범한 내가 싫지는 않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이야기가 특별해지기 위한 열정과 노력을 다하지 못한 나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평범하다고 해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고 싶지도 않다.
행복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해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행복이다.
그래서 남들이 볼 때는 평범한 일상과 인생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저마다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가는 게 인생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학창 시절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똑같은 말이 하고 싶다.
'평범한 게 특별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