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의 두려움

항상 제자리걸음인 나. 괜찮은 걸까?

by 혼돌멩이


언제부터인가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취업이란 것이 이렇게 어려워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진로 결정을 못했을 뿐이지

취업 자체가 어려운 세상이 되리라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1, 2학년 시절.

대학교는 청춘과 낭만으로 가득한 곳이고

학고 정도는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거쳐야 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도서관은 항상 자리가 여유로웠고

토익, 자격증, 취업에 대한 준비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군대를 다녀와서 3학년으로 복귀하자마자

학교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준비에 매진했다.

도서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흥청망청 술 취한 학생들로 넘쳐났던 대학교 앞도 많이 조용해졌다.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뒤처지고

졸업하고 백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나는 그제야 부랴부랴 취업준비를 하고

모자란 학점을 채우고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하였으나


사회에 나와서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러한 위기감은 지속된다.


인생이란 단 한 번뿐인데

죽기 거의 직전까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참 불편한 현실이다.


인간이란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기나긴 삶 중에서 단, 1~20% 정도를 즐기기 위해

80% 정도를 공부나 일에 투자를 해야 되는 운명인 것이다.


그마저도 열심히 투자를 안 하면 불투명한 앞날에 이내 불안해진다.

특히나 책임감이 막중한 직장인들은 말이다.


결국 우리는 반강제적인 향상심을 가지고

제자리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한다.


과연 반복되는 일상과 매너리즘에 빠져

이대로 이렇게 허송세월 해도 되는 걸까

무언가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회사를 그만두면, 잘리면 어떻게 해야 될까





회사 일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회사의 50% 이상은 일상적인 고유업무라고 생각된다

나머지는 프로젝트 형식의 업무나, 변동성이 많은 업무일 것이다.


러고 보면 고유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주로 3년 이내에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흔히 본인은 성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반복되는 집안일은 과연 누가 알아줄까?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을 과연 누가 잘했다고 칭찬해줄까?


하지만 그것이 과연 성과가 아닌 것일까.

아무 문제없이 반복되는 일을 처리한 다는 것은

남들보다 특출나 보이지 않아도 존중받고 성과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물론 매너리즘에 빠져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자기 일을 소중히 하고

조금이라도 업무를 향상 시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회사 동기가 어느 날 이런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고 일도 다니고 도저히 자기 시간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는 것이 자꾸 걱정되고 두렵다는 것이다.


난 농담으로 '마음만 있고 행동에는 못 옮긴다는 얘기구나?'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이내 다시 이야기를 해줬다.


꼭 무언가를 해야 될까?

가정에서도 충실하고

직장에서도 열심히 하고

그런데도 꼭 다른 무언가를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해야 되는 걸까?

도저히 할 시간이 할 여력이 없는데?


물론 시간이란 것은 짜내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할 만큼 지금 반복되는 현실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억지로 짜내다 보면 오히려 멀쩡히 있던 일상에 짜증을 내게 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과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바꿔 말하면 꿈이 아예 없는 사람과 꿈은 있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람과는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실행에도 옮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반복되는 것에, 일상적인 것에 온전히 몰입해서 하는 것을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하진 마라.
이미 그것도 충분히 훌륭한 일인데.





사실은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의무감은 아니지만 그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이나 공부가 있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아이와 놀아주고 하다 보면 어느새 취침시간이 되어버렸다.


아이도 조금 컸다고 이제 늦게 자다 보니 아이가 자고 나면

나도 이내 피곤해져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웠다.

사실상 내가 자는 시간을 쪼개면 되는 것이 었는데

괜히 늦게 잔다고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돌이켜보니

나는 왜 굳이 지금 꼭 그걸 해야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이랑 놀아주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왜 나의 시간을 뺐는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사실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온전히 지금뿐이다

조금만 더 크면 이제 그럴 시간도 없다.

그리고 내가 둘 다 할 수 없는걸 아이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나는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나의 지금 해야 될 일은 자기 계발이 아닌 아이와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꼭 우선순위를 정하란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희생하란 것이 아니다.

자기 계발이란 것에 지나치게 부담을 가지고 아이와의 시간을 안 좋게 생각했다는 것이 문제였고

나 스스로 둘 다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에 부담 가지지 말고 일상에 충실하란 것이다.

사람들은 꼭 어떤 특별한 활동을 일상보다 보람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아이와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결정을 하였지만

내려놓고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하고 싶은 일은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본다.

과연 올해는 보람된 한 해였는지.


때로는 꼭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룬 해가 아니라도

그냥 담담하게 나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올해도 회사 열심히 다니고 돈 번다고 고생했어

충분히 잘했어

내년에도 열심히 하자.



꿈이란 건 간직하고만 있어도 삶에 활기와 의욕을 불어넣어 준다.

여전히 제자리걸음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좋은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계속 나를 발전시킬 노력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뭐든 시기와 때가 있는 법이다.

안달이나 조바심 내지 말고

항상 꿈꾸고 미래를 그리다 보면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내가 소망하던 글을 이런 공간에 남기게 될 날도 오는 게 아닐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제자리걸음도 계속 걷고 있다는 것이니까.

당장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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