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든 동물이든, 결국엔 모두 시간 속에 잊혀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는 언젠가 멈추지만 시간은 나와 상관없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이 시간의 본질이니까.
시간은 참으로 잔혹하다.
단순히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건 물론이오,
그 존재 자체마저도 서서히 우리 기억과 세상 속에서 지워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어, 죽은 이의 모습과 목소리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억은 점차 흐릿해지고, 결국에는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 붙잡으려 해도, 시간은 끊임없이 그들의 자취를 지워나가며, 마침내 그들은 완전한 잊힘 속에 묻히게 된다. 그들이 남겼던 삶의 흔적, 기억의 조각들은 차츰 희미해지고, 마침내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사실조차도 의문으로 남을 정도로 흐려진다. 그렇게 시간은 모든 것을 덧없이 삼키며 우리 곁을 지나가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낀다.
시간이 우리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갈 때,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름이라는 상처를 남기곤 한다.
가끔 어머니 아버지의 "상처"가 늘어가는 것이 보일 때면, 헤어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되어 슬퍼진다.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헤어짐을 다가오게 만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두들겨 패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 시간은 마치 잔인한 악동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의 노화를 강요하며 슬픔을 안겨준다. 이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질 때마다, 나는 시간에 대한 분노와 애증이 얽혀드는 감정을 겪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순간들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가며 쌓이는 상처와 주름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지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마음은 더욱 괴롭다.
그리고 언젠가 내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슬픔과 무력감, '상처'를 남길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더욱 아릿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주름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나를 짓누르는 중압감이 된다.
아이들은 언젠가 나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상처를 목격하게 될 것이고, 그 상처가 의미하는 것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이 시간을 멈추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 고통이 자식에게도 전달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결국, 시간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상처를 남기며, 우리는 그것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허나 우리는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어도 과거 속에 살 수는 없다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의 잔혹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게 현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