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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by 글싸라기 Mar 04. 2025

비가 내리고 있다. 올해 처음 만나는 봄비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으로 또 몇 달을 허송세월했다. 자신 스스로를 탓하고 원망하며 매번 후회할 짓을 반복 해왔다. 끊기로 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줄이겠다고 마음먹은 술을 다시 입에 대며,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겠다고 한 다짐도 얼마 가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내리는 비를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다시 마음속에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매번 갈아엎어 버리는 죽 끓이는 듯한 변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끈기 없는 것에 대한 자신의 초라함이 아닌, 여전히 살아있음을 그렇게라도 증명하는 긍정적인 몸부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항상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내 기준대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느끼는 억지 때문에, 정작 나는 내가 원하고 나 자신이 될 수 없었음에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늘 선택의 기준은 타인이었거나, 다른 그 무엇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어두운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가 아픈 상처를 핥아가며 치유되기를 바라고 있었나 보다.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자책하며 후회할 짓을 반복하겠지만 어쨌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인생을 잘 살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차피 주관적인 것이며,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한심한 시간들 속에 정작 나는 없었다. 


새벽부터 잔잔하게 내리던 비는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제법 굵은 빗줄기로 변해갔다. 묵묵히 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그만 바람이 생겨났다. 순간순간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마음속 고통 때문이었다. 내 가슴속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 고여서 찰랑찰랑거리며 넘치기 직전이다. 눈물 속에 녹아있는 소금의 농도가 진해서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동안 고여서 썩고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늘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이제, 내리는 비로 인해서 고인 눈물이 모두 흘러넘쳐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자리에 상처가 아물고 더 이상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으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빗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고 믿고 싶은 자신을 다독이며 우산을 펼쳤다. 나는 지금 전자담배 가게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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