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어떤 것
나는 어려서 우주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아마도 맨인 블랙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1997년 개봉한 그 영화는 지구를 점령하려는 외계인을 두 남자가 막아서 지구를 지키는 그런 내용이다. SF이고 허무 맹랑한 상상력이 동원 됐다고 생각했던 그 영화는 나에게 의외의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포커스가 빠지면서 태양계, 우리 은하, 우주로 시선이 거시적으로 옮겨지더니 결국 우리의 우주는 하나의 유리구슬 안에 들어 있을 뿐이었고, 더 거대한 외계인들이 무수히 많은 우주가 들어있는 유리구슬을 가지고 놀면서 이야기가 끝이 났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저게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라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우주는 나에게 정말 신비로운 장소였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건 중학교 1학년이 되고, 과학 과목을 배우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우주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처참했다. 나는 수학을 정말 정말 못하는 학생이었고, 그것은 우주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치명타였다. 갑자기 과학시간에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겠나. 지구에서부터 달까지의 거리를 구하시오.라는 문제였다. 정확하게 어떤 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결국에는 지구에서부터 달까지의 거리를 구하라는 문제였다. 거기에서 멘붕이 왔다. 수학에 젬병인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그걸 내가 어떻게 풀지??
내 인생은 늘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시트콤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 후로 나는 여러 번 꿈이 바뀌었는데 비슷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피를 잘 보지 못한다. 피를 보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누가 옆에서 다치기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피가 나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피 공포증 같은 것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나는 피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비행기 공포증도 있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 심지어 비행기만 타면 기압차 때문에 다리가 심하게 붓는 증상이 늘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나를 잘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아마도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 일 것이다.
성인이 되고, 취업을 할 쯤에 정말 깊고 처절하게 고민했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로의 문제였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도 잘하는 일을 선택하기로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서비스직에서 종사하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답답하고 싫었다. 언제나 긍정적인 나에게는 서비스직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대학생 때 레스토랑이나, 헬스장, 웨딩홀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일이 즐거웠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서비스직은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았다. 10년 넘게 꾸준히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내가 잘하는 것만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열망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잘하는 일이지만 재미없었다.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때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3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적성의 맞는 일'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후에 여러 가지 일을 도전하다가 배운 것이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던 나는 많은 스포츠 용품을 판매하는 종합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근무를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는데, 창업자의 마인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미치면 그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분야에 미쳐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관심 있게 일할 수 있고 능률이 올라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종합스포츠 브랜드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정말 실제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고용한다. 스포츠에 관심은 있지만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채용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날개를 달게 되었다. 나는 스노보드에 열광하고 있었고, 캠핑과 로드사이클도 즐겨했었다. 나는 많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 매장에 오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오며, 각 손님들마다 어떻게 응대해야 물건을 팔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저 나는 내가 손님일 때 어떤 마음으로 이 매장에 오는지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스포츠에 대한 열렬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직원이었지만, 곧 손님이기도 한 셈이었다. 그때쯤 읽게 된 책이 있었는데, 내가 일하는 곳에 마인드와 비슷했다. "슈독"이라는 책이었다. 나이키 창업자 필나이트의 자서전이었다. 그는 처음에 육상선수였고, 육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성공하게 된 전설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너무나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난 이미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스노보드에, 캠핑에, 로드사이클에 열렬히 미친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요노의 시대이다. YONO - You Only Need One. 꼭 필요한 한 가지만 있으면 되는 시대이다. 흥청망청 즐기는 YOLO나 플렉스의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은 자기가 원하는 꼭 필요한 한 곳에만 소비를 한다. 소비패턴도 집중과 선택으로 합리적이게 변화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오직 한 가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한 가지를 처음에는 뭔지 정확히 모를 수 있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조차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그걸 모를 수가 없어진다. 내 스스로가 나를 잘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많은 것에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미칠 수 있는지. 여러가지 도전을 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미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지경에 이르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혹은 어떤 구체적인 부분이 너무 수월하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분명 그 분야에 내가 미쳐있거나, 이미 전문가가 되었을 테니까. 만약 그 반대일 경우, 세상이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어떤 것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인지 아직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아마도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될 테니까. 그러면 반드시 언젠가 내가 남들보다 쉽고 편하게 하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사람마다 그런것은 하나씩 꼭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쉬워지고, 편해지게 될 때까지 내가 무수히 반복하고 노력했을 테니까. 사실 노력이 아니라면 그게 그저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일 수도 있지만 그게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그게 바로 내가 나아갈 길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그것을 한 번에 다 뛰어넘는 미칠만한 그 어떤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