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기 전 그 음산하고 불안한 기운
마치 태풍이 곧 들이닥칠 것 같은 하늘이었다.
저녁 6시쯤, 늦여름이라 아직 해가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시커먼 구름들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상하리 만치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세상은 어둠에 잠긴다.
이런 하늘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불안해 요동을 친다.
걱정이 많은 나는 또다시 폭우가 휘몰아서 세상이 잠겨버리거나 하면 어떡하나 생각한다.
큰 나무에 매미 떼들이 붙어있는지 찢어지게 울어댄다
요즘 폭우가 자주 쏟아졌다.
나라 이곳저곳이 물에 잠겼고, 우리 집 농장도 큰 피해를 봤었다.
오래전부터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고,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졌지만 집안 식구들이 먹을 정도의 채소정도 키우고 계신다. 종종 자연재해로 여러 번 농장에 있는 비닐하우스가 날아가거나, 채소들이 비에 잠기거나, 폭설로 인해 하우스가 내려앉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다.
복구도 힘들지만, 사실 어릴 적 폭설로 인해 하우스가 내려앉았을 때 나는 그 비닐하우스 안에 있었다.
또 한 번은 24살, 어학연수로 피지섬에 있었던 시절
그곳 사람들도 처음 겪은 이례적인 폭우로 인해 나라 전체가 홍수가 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혼자 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피해서 싱크대 위에 올라가 서있었다.
주인아저씨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낯선 타국에서 어찌 되었을지 생각도 하기 싫다.
자연재해에 대한 나의 불안은 아마도 직접 겪었던 과거에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태풍이 오기 전 음산한 기운을 싫어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밖에 있다가도 얼른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누구나 이런 마음은 매한가지겠지만, 나는 과거의 사건들로 인한 이유 있는 트라우마에서 불안이 왔다.
트라우마란 얼마나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인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전조증상으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느끼곤 한다.
이런 불안은 인간이 꼭 갖춰야 했던 생존 본능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은 인간은 생존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오늘 날씨가 그랬지만, 내 인생의 날씨도 지금 오늘의 날씨와 다르지 않다.
폭풍우가 쏟아지기 바로 전, 불안한 전조증상들이 난무하다.
11년 동안 잘 다니는 직장을 관두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업이 망해서 빈털터리가 된 지금도
그로 인해 많은 일련의 일들을 겪어야 했던 것들도.
매일 무사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 했었던 지난날도 있었다.
돈보다 마음이 많이 상해서
마음을 푹 쉬게 해주고 싶지만, 그저 푹 쉬도록 둘 수만은 없는 현실 속에서
이도 저도 할 수 없이 마음이 불안하다.
지금 이 시간에 푹 쉬어주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불안들이 나를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 주겠지
과거의 일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나에게 위험 신호를 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폭풍전야의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오늘도 좀 더 나에게 귀 기울이고 자상해지기로 한다.
조금 더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나는 곧 스스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더 열심히 안전한 곳을 찾을 테고,
결국 폭풍에 대비해 무너지지 않을, 더 튼튼하고 안전한 집을 짓게 해 줄 거란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