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노래 Jul 27. 2023

part#3 - 3분 요리만도 못한 체력

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2분은 길다. 운동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체력이 고갈되고, 날숨 한 번에 온몸의 생기가 다 빠져나가는 듯하고, 손가락 까딱은 커녕, 고개를 들 힘도 없는 상태에서 10초도 얼마나 긴지를.

물론, 최소한 1,000m 달리기 정도라도 하고 나서 말이다.


나의 기나긴 2분이란 저녁을 든든히 먹고, 1시간 동안 유튜브를 보며 마음에 안정을 얻고, 30분쯤 오늘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심오한 고민을 거듭한 이후에 시작한 2분이다. 지극히 평온한 상태에서 2분 만에 체력고갈로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나는 “홈트 익스프레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동작은 간소하게 스쾃, 푸시업, 점핑잭 3가지만. 운동 후 2일 간 휴식. 그러니까 일주일에 2-3회. 1주간 최대 운동시간 6분.


처음 2주간은 표현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이 죽을 맛에는 신체적 고통 더하기 남성성에 대한 수치심이 포함되었다. 솔직히, 체력을 늘리고 싶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첫 운동의 수치심을 이기고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록 2분 미만 체력은 여전했다. 죽을 맛이 아니라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체력이기에 2주를 해도 2분을 못하나. 마블에 어벤저스가 있다면 현실엔 “홈트 익스프레스”의 내가 있는 것일까.


4주. 한 달이 지났다. 총 11번 운동. 총 운동시간 22분.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앱도 무료이고 (인앱결제인데 무료 버전만 썼다. 2분을 할 건데 유료는 너무 사치 아닌가) 장비 산 것도 없고, 다들 내 나이에 bmi 26 정도는 기본이지 않은가. 나는 기본이다. 그러니 그만하자.

문득 궁금했다. 그런데 체중은? 설마 빠지진 않았겠지. 궁금증이란 건 한번 시작되면 사실 끝내기가 너무 어렵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 무게를 최소화하고 체중계에 올랐다.


77kg. 1kg가 빠졌다. 나는 신앙심이 고취되는 것을 느꼈다. “운동은 정직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고금의 운동마니아들의 명언들이 한줄기 빛처럼 떠올랐다. 무한한 믿음으로 그 빛을 붙잡았다.

“그래, 2주만 더 해보자”


(나중에 안 사실인데, 원래 1kg 정도는 왔다 갔다 한다. 밥을 얼마나 먹었느냐, 먹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요인은 많으니 그날의 체중은 사실 78kg로 봐도 무방했을 것이다. 나의 눈먼 믿음만 아니었으면.)

이전 02화 part#2-자존심, 억지 도전, 그리고 작심삼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