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홈트를 시작하고 6주가 지나자 급격하게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6주 차부터는 주 3회 2분 운동에서 주 3회 3분 운동으로 운동시간을 1분을 늘릴 수 있었다. 물론, 늘어난 1분 중 20초는 쉬는 시간이다. 신기한 것은 6주부터 10주 차까지 2.5kg가 빠진 것이다. 몸의 느낌만으로 이 감량을 설명하자면, 평생 안온하고 평온했던 몸이 2분이라고 초고강도 운동을 접하고 나서 충격과 공포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견디다 못해 살을 내어주는 느낌이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2분 운동이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나에겐 “익스프레스”급(part#3 참고)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확실하고 신나는 동기부여가 되었겠군.”이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전혀. 사람은 보상의 존재이다. 감량의 성취와 기쁨보다 평일 저녁 9시에 운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어떤 날은 점심때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반나절을 결심한다. “아, 정말 하기 싫다. 오늘은 절대로 운동을 하지 말아야지.” 결심 후엔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끝없이 떠오른다. [홈트는 자세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독이 된다], [하기 싫은 마음으로 하는 운동은 역효과만 난다], [저녁 시간에 하는 30초간의 점핑잭은 층간 소음 갈등의 원인이 된다(우리 집은 1층이었다)], [무리한 운동은 다음 날 아침 기분을 망친다]
이 외에도 이유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유가 많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진 기분으로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소파에 반쯤 누워서 유튜브를 본다. 8시쯤 되면 내면의 자아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것이 말을 한다. “오늘이 지난 운동 후 3일째인데, 정말 안 할 거야?” 이 “그나마 멀쩡한 것”이 없었다면, 나의 홈트는 3분을 채우는 목표만 달성 후 성취감에 도취되어 지금쯤 운이 좋다면 78kg에서 더 이상 체중이 불지 않고 적당하고 평범한 과체중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악마와도 같은 속삭임에 못 이겨, 매트를 깔 기운도 없어서 간신히 앱만 켜고 스쾃을 시작한다. 운동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어느 순간 운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나 같은 저질 체력은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저 3분을 어떻게든 채우고, 과호흡과 같은 가쁜 숨을 가라앉히는데 5분을 쓰고, 그대로 소파에 뻗어 30분을 쉰다.
그렇게 10주가 지나자 더 이상 드라마틱한 체중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10주 차의 목표는 3분에서 5분 운동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4분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주 3회, 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말엔(저녁을 많이 먹거나, 운동할 합리적인 이유가 악마의 속삭임을 이기거나, 그날따라 소파가 해먹과도 같이 유난히 편안하거나) 주 2회 운동을 했다. 1월에 시작한 운동은 이제 봄이 되자 겨울애 비해 땀도 더 많이 나서 더욱 하기가 싫어졌다. 최대의 고비였다. 무엇보다 위기인 것은 처음 시작보다 3kg 감량된 75kg가(여전히 과체중이지만) 나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원래 남자는 실제보다 본인의 몸을 과대평가하고 여자는 과소평가한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이미 마음만은 식스팩이 있었다.
10주 차 고비를 벗아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그냥”했지 때문이다. 그냥 앱을 켰다. 하기 싫어도 앱은 켤 수 있다. 앱을 켜놓고 난 운동을 안 하면 되니까. 근데 사람이 또 그렇지가 않다. 일면식도 없는 녹화된 영상인 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어서게 된다. 나의 홈트의 원동력은 “꺾이지 않는 마음”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이었다. 이유로 찾자면 안 할 이유가 훨씬 많았다. 동기부여 따위는 어차피 하기 싫어서 죽을 것 같은 마음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냥”이 아니었으면 10주 차 75kg에서 12주 차 78kg로 정상화되었을 것이다.
무언가 목표를 세웠는데 죽을 만큼 하기가 싫어졌다면, 그런데 하긴 해야 할 것 같은 [그나마 멀쩡한 마음 한 구석]의 소리가 들린다면, “그냥”하시길. 그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오늘도 여전히 이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에 이미 땀을 흘리는 상태에서 앱을 켜고 60분을 채우며, 30분이 넘어가면 말로만 듣던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느낄 수 있으니까.